- 권력서열 2위 장성택 숙청(2004년 봄), 용천역 폭발 사고(4월23일), 김정일 애첩 고영희 사망 확인(8월13일), 김정철 후계자 내정설과 권력투쟁설, 김정남 베이징공항 의문의 출현(9월25일), 중앙당 작전부장 오극렬 장남 미국 망명설(11월3일)…. 최근 북한에서 잇달아 발생한 사건들이다.
- 사건 대부분이 어느날 갑자기, 또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하나하나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과연 북한 권력 내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0월17일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는 설이 일본 언론에 잠깐 등장했다가 이틀 뒤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다. 남편인 장성택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숙청이 확실하다면 김경희는 오빠인 김 위원장과 상의한 뒤 남편을 버린 것일까.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의 세력을 꺾기 위해 선택한 조치일까.
그렇다면 이는 후계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일까. 고영희 사망 이후에도 후계구도는 그가 낳은 아들들, 즉 김정철이나 김정운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은 어디를 떠돌고 있으며, 언론과 각국 정보기관의 시선이 집중된 베이징공항엔 왜 나타났을까. 고영희의 사망과 관련, 김정남이 후계구도에 뛰어들어 ‘깽판’을 칠 가능성은 없는 것일가.
최근 1년 사이 북한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을 두고 항간에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덧붙여 김정일 체제의 내구력이 떨어지면서 주민의 체제이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북한 주민들은 이제 ‘대놓고’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한다는 것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김정일을 비판하는 전단이 뿌려지기 시작했고, 자강도 양강도 함경도 일대의 이반현상은 돌이키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선군(先軍)정치’ 이후 군대의 대민(對民) 착취가 심해지면서 민군 관계 또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군의 하부조직도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듯 보인다.
게다가 경제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생산-분배-소비의 순환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은 접는 게 옳을 듯싶다. 7·1 조치 이후 물가가 폭등해 2004년 11월 현재 쌀값이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kg당 800~1500원이나 한다. kg당 1500원이라면 북한 노동자의 한 달 번 돈 평균월급이 2500원 정도라고 볼 때 쌀 2kg을 사지 못하는 셈이다. 더욱이 내년 봄 식량사정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야간 위성사진을 봐도 평양 개성 원산 등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북한 지역은 대부분 암흑천지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7~8월 비가 많이 오는 달에 그나마 수력발전시설이 가동되어 하루에 한두 시간씩 전기가 들어오고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에 소위 ‘배려전기’(김정일이 주민을 ‘배려’해서 전기를 공급해준다는 뜻)가 들어오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장사라도 해서 먹고 살겠다고 마음먹은 주민들은 중국으로 나가 물건을 떼어와서 팔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주민 이탈을 막기 위해 3~4중의 경비망을 쳐놓고 있다. 시장이 조금씩 확대되고 개성공단 등 일부 경제개방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과연 이같이 제한적인 조치만으로 10년 이상 누적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
가속화하는 체제이반
시선을 북한 내부에서 바깥으로 돌려보면 일명 ‘북한 문제’라 불리는 포괄적인 이슈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이어진다.
▲북핵문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북한이 요구하는 핵동결 대 보상방안이나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 문서화 방안을 부시 행정부가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도 어떤 형태로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받아내지 않고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제2기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북핵문제는 유엔 안보리에 상정될 것인가. 그 경우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필연적인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복심(腹心)은 과연 무엇인가. 김 위원장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매개로 미국의 대중(對中) 군사전략에 대신 대응해주고 있으니 당연히 중국으로부터 경제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내심 불쾌해하면서도 대미 전략상 일단은 김정일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중국이 갈 길은 2020년까지 미국과 사이 좋게 지내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화평굴기(和平푞起)’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9·11테러 이후 군사전략을 완전히 바꿔 북핵문제를 해결하라며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핵을 갖고 있어야 대남(對南) 군사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중국 일본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후진타오 주석은 언제까지 김정일의 ‘강짜’를 들어줄 것인가. 핵문제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은 과연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중국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 10만 규모의 병력을 배치해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병력은 대량탈북 방지용인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북한 소요사태에 대비한 ‘평화진주군’인가.
▲지난 10월 북한인권법이 미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하고 부시 대통령이 이에 서명했다. 북한인권법이 당장 김정일 체제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권문제’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협상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다. 김정일 수령절대주의 체제와 인권은 원천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은 시간이 갈수록 김정일 체제의 변화와 관련해 핵심부분으로 접근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2000년 2월의 열차사고
이상에서 보듯 이른바 ‘북한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주변의 권력문제, 북한사회 내부문제, 북한을 둘러싼 외부문제라는 3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따로 떨어져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3개의 동심원이 상호작용하면서 언젠가는 총체적인 ‘북한사태’로 나타날 것이다. 부연하자면 김정일 정권의 권력내부가 취약해지고 북한 주민들의 체제이반 현상이 심화될수록 북한을 둘러싼 외부 요인의 힘은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반대로 권력내부와 북한사회가 안정될수록 외부요인에 대한 김정일 체제의 대응력이 높아질 것이다.
3개의 동심원 중에서 핵심은 맨 안쪽에 있는 김정일 위원장 주변의 권력내부다. 평양의 권력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꾸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 권력내부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나돌기 시작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것도 열차가 용천역을 통과한 뒤 불과 15분 만에 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전언은 김정일의 암살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 사고가 의도적인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이 사고는 지금까지 북한당국이 철저히 감추어왔던 내부 사정이 바깥 세상에 일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처참한 사고현장이 외부세계에 공개됐고,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동안 북한에선 이런 사고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 2월1일 저녁 8시경 평북과 자강도가 만나는 고산지대 역에서 발생했다는 사고가 대표적인 경우다. 한 탈북자에 따르면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잠시 세워둔 열차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가속도가 붙어 인근 역까지 그대로 돌진, 다른 열차들과 충돌해 수천 명이 사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북한내 휴대전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 소식은 외부로 전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바깥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부지기수라는 게 탈북인사들의 설명이다. 용천역 사고를 계기로 북한당국은 주민에게서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북한당국이 아무리 강도 높은 단속을 펼친다 해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열폭풍의 먹구름
최근 북한에서 벌어진 사건 가운데 북한 권력내부의 변화징후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사건은 두 가지, 즉 장성택과 그의 일파에 대한 숙청 및 애첩 고영희의 사망과 후계자 문제다. 이 두 문제는 상당부분이 사실로 확인됐고, 향후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운용문제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오극렬 장남의 미국 망명설은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신뢰를 얻었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고 오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파월 미 국무장관이 정동영 장관에게 말한 ‘김정일의 최측근’도 장성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지내다 올해 초 숙청되어 10월 현재 중앙당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이른바 ‘선군정치’가 시행되면서 군이 전면에 나선 형국이지만 당 조직을 통해 북한사회 전반을 관리·통제하는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힘과 역할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장성택의 숙청이 서울에서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인 것은 이러한 그의 위치 때문이다.
현재 중앙당 조직비서와 조직지도부장은 공석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1974년 삼촌 김영주를 정계에서 몰아낸 후 조직지도부장과 조직비서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이 겸직해왔다. 장성택은 그동안 제1부부장 자격으로 김정일의 권력을 ‘대행’해온 것이다. 그런 뜻에서 장성택이 권력의 2인자라는 말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9월25일 중국 베이징공항에 나타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장성택이 현재 중앙당 학교에서 받고 있는 교육의 ‘수준’이다. 과거 장성택은 강선제강소에서 몇 달간 ‘혁명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교육은 단순한 혁명화 교육이 아니라 제거의 수준으로 보인다. 재기불능이라는 뜻이다. 그의 ‘제거’가 확실하다면 앞으로 북한 권력내부에서 벌어질 사태는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다. 장성택 일파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은 사돈의 팔촌까지 검열대상에 오를 수 있다. 과거의 숙청사례에 비추어볼 때 한번 대대적인 검열 선풍이 일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검열 ‘바람’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진행될 것이다.
장성택의 숙청이유는 권력남용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검열과정에서 새로운 죄목이 나타날 수도 있고 김정일의 ‘필요에 의해’ 죄목이 추가될 수도 있다. 장성택·성우·성길 형제와 이들의 직·방계 가족, 이들과 가까이 지낸 군 내부의 주요 장성들과 그 가족 및 관련 인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장성택의 숙청이 가진 정치적 파장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당은 물론 군과 내각까지 파장이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인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한 가지 의문점이 불거져 나온다. 김경희는 왜 남편의 숙청을 막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김경희와 장성택이 이미 오래 전 갈라서 남남이 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즉 김경희는 오래 전부터 대외활동이 힘들 만큼 알코올 중독이 심했고 이로 인해 별거상태가 장기간 지속됐다.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에서 태어난 딸 금송도 외국(프랑스 추정)에서 다른 사람이 보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세력을 불려온 장성택-김경희 일파 가운데 김경희와 가까운 사람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현 총리인 박봉주가 바로 그런 케이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 직접 관리 권력핵심 200명
김정일 위원장이 장성택과 그 일파들을 숙청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장성택 일파가 권력내부에서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의 권력운용과 용인술의 핵심은 부하들의 상호견제와 감시에 있다. 즉 조직지도부처럼 권력이 강한 부서에는 높은 지위를 주지 않고 지위가 높은 부서에는 실제적인 역할을 주지 않음으로써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현재 김정일이 직접 관리하는 권력내부의 주요 인물은 당과 군을 포함해 200명 정도라고 한다.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이 200명 가운데 장성택 일파가 김정일이 위험하다고 판단할 만큼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부 쪽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둘째, 2002년 10월 장성택 림동옥 등의 경제시찰단이 남한을 다녀간 후 장성택이 2인자라는 말이 남한에 돌아 김정일을 자극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 김정일은 성격상 실질적인 2인자를 두고 그와 권력을 나눠 갖지 못하는 인물이다. 더구나 ‘장군님’이 영도하는 수령절대주의 체제원리상으로도 그러한 상황을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고영희의 사망과 그에 따른 후계자 문제의 전개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2002년 고영희를 우상화하는 군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김정일의 후계자로 고영희의 소생인 김정철과 김정운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장성택 일파가 숙청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장성택 일파를 제거하는 대신 후계자를 도와줄 새로운 사람들로 권력내부를 채워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철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및 국방위원회에서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선군시대로의 이행과 후계구도’라는 논문을 통해 “김정철은 조직지도부에서 후계수업을 받고 있으며, 2003년 10월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백세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박사는 “백세봉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백두산 세 봉우리’의 약자 이름일 수 있으며 이 미지의 인물이 후계자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이러한 관측은 고영희 사망 전에 나온 것이다.
고영희의 사망은 김정철이나 김정운의 강력한 후원자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지난 9월25일 베이징공항에 나타나 대기하던 일본 기자와 맞닥뜨린 김정남은 고영희 사망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그가 이렇듯 스스로를 언론에 노출한 이유는 고영희 사망 후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정남이 새롭게 후계자 대열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외화벌이를 하면서 자기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김정남은 오랫동안 거의 유랑에 가까운 나날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9월에 베이징공항에 나타난 것도 태국과 마카오 등지를 떠도는 와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여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형묵의 가능성
한편 김정일 체제가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감안할 때 과연 3대 세습이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 시점에 후계문제에 매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내외적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는 매우 타당성 있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문제’는 권력내부 요인 - 북한내부 요인 - 외부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김정일 정권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경우 김 위원장은 후계문제를 아예 뒤로 미루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북한에 돌발사태가 발생하고 외부세력의 작용 없이 자연스럽게 권력이 이양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1순위는 현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 연형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이라크전이 발생했을 때 43일 동안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 내부에 심각한 이상징후가 있을 때마다 그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이 외부활동을 끊었다는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10월30일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조류독감의 예방을 지시했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지금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권이 흔들리는 최악의 위기는 아니라는 방증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김정일 정권내부의 이상징후에 대한 관측은 상당부분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에 시선을 두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이상징후와 변화조짐은 외부에서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