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주식시장은 투기장…며칠 만에 1000포인트 올라서야
코스피 8000시대, 반도체 랠리에 내수 붕괴 가려져
반도체 호황, 2년 후 장담하기 어려워
자영업·중소기업은 K자형 성장의 밑단에 있어
경직된 주 52시간제…혁신 기업 해외로 내몰려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혁신’, 민간이 하도록 판 깔아줘야
불안한 증시, 억누른 부동산…정부, 연착륙 도와야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가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주식 앱 속 빨간 숫자들과 달리 골목상권의 온도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식어가고 있다. 퇴근길 식당과 번화가 골목을 찾던 인파는 과거와 달리 현격히 줄었고, 자영업자들의 한숨 역시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로, IMF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주가는 뛰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은 36조 원을 넘어섰다.
증시 호황과 내수 침체가 나란히 심화하는 이 기묘한 동행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리 경제의 불안한 현실과 당면 과제의 해법을 얻기 위해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진(62)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찾았다. 강 교수는 고려대 경제학 학사, 동대학원 석·박사 취득 후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2003년부터 고려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미래전략연구원 금융재정전략센터 센터장,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며 정책 현장과도 꾸준히 접점을 이어왔다. 그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주식시장은 원인 아닌 결과…지금은 순서 거꾸로
코스피가 1주일 사이 1000포인트씩 오르는 등 기세가 무섭다. 이대로라면 연내 1만 돌파도 무리 없어 보이는데, 거시경제학적으로 지금의 주가 상승세를 어떻게 평가하나.“지금 주식시장은 투기장이 됐다고 본다. 증권시장이 경제 상황을 반영해서 서서히 올라가면 건전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1000포인트가 불과 며칠 만에 오르는 건 정상이 아니다. 2025년 경제성장률은 0.8% 수준(KDI 발표)인데, 우리나라 역사상 여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제외하면 거의 최저 수준이다. 경기가 그렇게 안 좋은데 지난해 말부터 코스피 지수는 올라왔다. 거시적으로 보면 반도체 산업이 주도한 것은 맞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회사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5%까지 차지하고 있다. 그 두 회사가 이끄니까 나머지 기업들도 덩달아 올라가는 형국인데, 사실 올라갈 이유가 별로 없는 기업들도 같이 오른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5월 8일 이후 일주일 사이에 두 회사의 시가총액 비중은 48%로 3%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15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615조 원, SK하이닉스는 약 1324조 원으로 두 회사를 합치면 약 2939조 원에 달한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기에 정부가 계속 증시 부양 신호를 보낸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개입했고, 개인투자자들이 이러한 추세를 따라간 구도다. 앞으로 만약 폭락이 온다면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경제 상황과 정치 상황이 맞물려 있는 상태라, 어느 하나가 흔들리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외국인 매수세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하는데, 어쨌든 주요 기업의 실적에 기반한 건강한 랠리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반도체는 건강한 랠리가 맞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물량도 늘었고 가격도 엄청나게 올랐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데스크톱 컴퓨터 가격까지 덩달아 올라서 학생들이 구입을 망설일 정도라고 한다. 사실 반도체 관련 주만 올라간다면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반도체와 무관한 다른 시장도 같이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해처럼 경제 전반이 안 좋았던 상황에서 왜 코스피 전체가 올랐나, 그게 불안한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반도체 호황이 대략 2년 정도 갈 것이라고 본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금은 모든 기업이 경쟁적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통폐합이 이루어질 거고 그러면 수요도 조정이 온다는 얘기다. 조정을 경계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질문하고 싶은 것이 증시 호황과 내수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다들 증권 앱만 쳐다볼 뿐 식당이나 마트 같은 데서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아무리 주식이 올라도 그걸 팔아서 뭘 사 먹지는 않지 않는가. 주식시장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실물경제가 건전해야 여유자금이 생기고, 그 돈이 주식시장으로 가고, 기업이 더 좋아지는 건전한 흐름이 생긴다. 지금은 거꾸로 주식시장에서 돈 벌어 소비하라는 식으로 가고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는 꽤 오랜 기간 보도돼 왔는데,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수가 안 좋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계속 안 좋았고, 임금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는 많이 올랐다. 기준금리도 2.5%로 아직까지 높아서 이자 부담이 있고, 가계부채는 누적돼 있다. 그렇다 보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시장은 얼어붙은 채로 회복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걸 ‘K자형 성장’이라고 한다. 반도체, 방위산업처럼 위로 올라가는 섹터가 있는가 하면 나머지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계속 아래로 가는 구조다. 주식시장과 실물시장의 디커플링도 마찬가지다. 원래 같이 가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돈 있는 사람들이 투자해서 증시가 호황처럼 보일 뿐, 실물이 뒷받침되는 호황이 아니다. 이런 디커플링 현상이 풀리지 않는 이상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전쟁 끝나도 물가 영향 4~5개월, 금리 내릴 명분 없어
중동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상승하면서 생활물가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유가 상승이 가계 소비와 기준금리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지금 중동전쟁이 당장 종전 국면을 맞는다 해도, 이미 계약돼 들어오는 물량이 물가에 반영되려면 3~4개월이 걸린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6%인데,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1.2%포인트 정도를 눌러놓은 걸 감안하면 실제 물가상승률은 3% 이상이다. 전쟁이 지금 끝나더라도 물가에 최소 4~5개월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이 통상 2%를 물가 목표로 잡는데, 2% 이상으로 오를 경우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여기에 환율도 1400원대 후반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다. 고환율에 유가까지 오르면 수입 물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의도적으로 시장에 신호를 준 것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정부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지난해보다 경제성장률이 나아졌고, 경기침체 국면도 아니기 때문에 내릴 명분이 없다.”
대기업과 수출 부문은 호조를 보이는데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는 식어 있는 양상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선진국도 마찬가지인데, 경제가 성장할수록 나타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지 않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내수도 튼튼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출 대기업만 잘되고 내수가 얼어붙어 있는 구조는 선진국형이 아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소비 쿠폰 같은 단발성 처방보다 기업 투자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민간 소비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매달 쿠폰을 줄 수는 없다. 국민에게 100만 원 쿠폰을 줘도 실제 소비로 연결되는 건 44만 원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 내수라는 건 민간 소비, 기업 투자, 정부지출을 다 합친 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민간 소비만 자극하려 할 뿐, 투자 활성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 가운데 가장 문제가 있다고 보는 정책은 무엇인가.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완화해서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동시장이 가장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주 단위로 경직적으로 운용되다 보니 혁신 기업들이 제대로 일을 못한다. 선진국들은 6개월 단위 평균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서 4개월 집중하고 한 달 휴가도 갈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된다. 심지어 대기업 혁신팀에 간 공대 출신 연구원들이 ‘학교 실험실에서보다 성과가 덜 나온다’고 토로할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확대 압박까지 겹쳐서 국내 투자 유인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지출 없이 경제 활성화 가능, 규제 완화에 답 있어
단기적으로 물가 및 내수 안정,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정부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할까.“둘 다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감수한 민생 소비쿠폰보다 ‘규제 완화’가 먼저다. 정부가 돈을 쓰지 않고도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도 정작 산업화 단계에서 다시 각종 규제에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 서비스도 못 들어오게 막고, 리조트와 크루즈 같은 산업도 규제 때문에 묶여 있다. 기득권의 벽이 있어서 어렵긴 하겠지만, 이런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민간에서 투자 움직임이 생긴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혁신이다. 혁신하는 기업들이 ‘이 나라에서 뭔가를 만들면 나중에 돈이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노동 규제 때문에 혁신 스타트업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 주도 R&D나 성장펀드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 한 곳의 R&D 투자가 30조 원이 넘는데, 정부 전체 R&D 예산을 다 합쳐도 그 정도 수준이다. 결국 민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재정적자를 내면서까지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국가가 경제위기 상황이라면 빚을 내 자금을 투입하는 게 맞지만, 성장률 2%, 물가 2% 수준의 지금 경제 상황은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은 아니다. 원인과 결과를 바꿔 생각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부담만 쌓인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19.5%로 10년째 20%선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이들 자영업자에겐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저금리 대출로 창업을 독려해 왔다. 은퇴하면 식당, 카페를 열도록 자금을 빌려줬는데,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 수가 과도하게 늘었고 경쟁이 심화했다. 코로나 때도 3억~5억 원씩 대출을 해줘서 오히려 폐업해야 할 가게들이 버티면서 시장 전체가 더 힘들어지는 역설이 생겼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방식 대신,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사회복지 자금으로 자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5억 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는 장사가 안돼도 빚 때문에 폐업을 못한다. 그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폐업할 곳은 폐업할 수 있게 돕고, 경쟁력 있는 곳은 살아남도록 하는 정상적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빚투’는 위험한 시점, 노동소득이 중심돼야 사회 건전해져
다시 증시로 돌아가서 질문하자면, 연내 코스피 1만포인트도 전망되고 있는데 향후 한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지수가 유지되느냐, 계속 올라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 경제 펀더멘털이 코스피 8000 수준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핵심 변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 둘이 꺼지지 않는 한 지수는 버텨줄 것이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도 지난해보다 개선되는 추세라 당장 악화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2년 후 조정기에 들어갈 때, 그 이후를 이끌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방위산업도 글로벌 전쟁이 계속돼야 수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무기는 첨단 무기가 아닌 재래식 물량 공급 중심이라 지속성이 불투명하다. 석유화학 업계도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산업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 앞서 말했듯 혁신해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는 정치인들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
이런 혼란한 경제 상황에서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망설이는 이도 상당수다.
“지금 주식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이미 빚투 규모가 상당하다는 통계가 나오는데, 이건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개인투자자들이 몇 백만 원 투자해서 10~20% 벌어봐야 몇십만 원이고, 그 정도로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반면 잘못돼서 투자금을 잃으면 개인은 타격이 크다. 근본적으로 노동을 통한 소득이 중심이 돼야 사회가 건전해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임금은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부동산과 주식은 올라가면서 ‘노동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여기에 정부도 금융투자세 폐지 등으로 금융투자를 사실상 부추겼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부업으로 생각해야지, 그걸 주된 소득을 삼으려 하면 투기장이 된다. 상승이 급격하면 하락 속도도 빠를 수 있다. 지나치게 빚을 지면서까지 뛰어들지 않는 게 좋다. 지금은 조금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부동산도 실물경제의 한 축인데, 지금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안정화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걸로 전망하는가.
“인위적인 힘으로 눌러놓은 상태라고 봐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에 막바지 정책을 다 썼다. 다주택자들은 이미 팔 사람들은 다 팔았는데, 모든 사람이 자기 집에 살아버리면 임차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 특히 전월세로 주거 독립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에겐 중요한 문제다. 부동산을 균형적 시각으로 봐야 하는데 한쪽만 때리는 정책을 펼치니, 어떻게 연착륙을 시킬지 걱정이다. 왜 강남만 보고 정책을 펼치는지 모르겠다. 부자들이 100억 원짜리 주택을 사고파는 것은 놔두고, 전국의 부동산시장을 보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금 정부가 온갖 규제로 조여놨는데, 규제를 푸는 순간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지 염려가 크다. 인위적인 힘으로 억누른 것은 터지기 마련이다.”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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