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방어의 핵심인 북창 공군기지와 동해안의 잠수함 모항인 차호노동자구 해군기지. 미국 상업위성이 2002년 촬영한 이들 군사시설의 위성사진을 공개한다. MiG-23과 MiG-21 전투기, 로미오급·상어급 잠수함과 지하시설 입구가 또렷하게 잡힌 사진자료를 통해 북한 해·공군 전력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해보자.
평양 북동쪽 80km 지점의 평안남도 북창 공군기지 전경. 붉은색 원은 전투기 위치.<br>DigitalGlobe
러시아 공군 소속 MiG-23의 주기 모습.
인민군은 평양특별시 중화군 소재 공군사령부의 통제하에 20여 기지에 전투기를 분산 배치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 공군 조종사들이 ‘개은북’으로 줄여 부르는 평안남도 개천, 은산, 북창 기지는 유사시 평양 방어를 담당하기 때문에 최신예 전투기가 집중 배치되어 있다.
휴전선에서 165km, 평양으로부터 북동쪽으로 80km 지점에 위치한 북창 기지는 활주로와 유도로를 하나씩 갖추고 있다. 사진으로 판독한 활주로의 길이는 2700m. 주변에 주계류장과 보조계류장이 하나씩 있고, 유도로와 활주로가 만나는 지점에 소형 계류장이 하나 더 있다. 주계류장 주변과 활주로 북쪽 끝에는 총 16개의 엄체호(미사일 공격 등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는 특수격납고)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계류장과 방지턱의 위치로 보아 항공기가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이착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활주로의 동북쪽에는 기지본부로 추정되는 3~4층짜리 노란색 석조건물 네 채와 부대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앞의 4차선 너비 도로가 주진입로로 보인다. 활주로 남동쪽 끝에는 착륙시 안전을 위해 흙으로 만들어놓은 40여개의 사고방지턱이 있다. 남쪽의 대동강 지류를 따라 철로가 부설되어 있고 중간에 기차역으로 추정되는 작은 건물도 눈에 띈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투기는 주계류장과 지하격납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MiG-23 플로거 28대와 두 군데 보조계류장에 서 있는 MiG-21 피시베드 22대 및 미확인 기종 11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투기 규모를 감안해볼 때 촬영일로부터 11일 뒤에 열린 한미합동훈련 ‘독수리연습(Foal Eagle)’ 대응차원에서 주변기지 소속 전투기들이 집합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투기들이 계류장마다 일렬로 서 있는 형태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비행장 가운데 위성사진 관측결과 지하시설이 확인된 기지는 모두 19개다. 보통 15~30m 너비의 출입구에 면적이 9000평 정도 되는 지하격납고에는 70~100대의 전투기가 주기(駐機)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에서는 북쪽 산자락에 MiG-23 전투기가 드나드는 세 곳의 출입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규모로 보아 산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지하격납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활주로 북동쪽 끝에 위치한 주계류장에 MiG-23 전투기 14대가 이륙대기 상태에 있다. 표면상태로 미루어 계류장과 활주로는 장기간 땜질식 부분보수만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활주로 북쪽 야산기슭의 유도로 주변. 세 곳의 지하격납고 입구에 진출입용 각 하나씩 총 여섯 개의 이동로가 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활주로 북쪽에 있는 대형 보조계류장. 가로로 서 있는 전투기가 MiG-21이고, 세로로 서있는 항공기는 외양상 수호이 계열의 구식 기종인 것으로 보인다.
함흥과 김책시 중간에 있는 함경남도 차호노동자구 해군기지 전경. 붉은색 원은 잠수함 위치. <br>DigitalGlobe
구소련 시절 촬영된 로미오급 잠수함.
차호 해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모두 8대의 로미오급 잠수함과 4대의 상어급 잠수함, 경비정, 그밖에 소형 선박이 다수 확인된다. 북한 수중전력(戰力)의 핵심인 로미오급 잠수함은 모두 25대가 운용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연감에 따르면 로미오급 잠수함은 수중무게 1800t 내외에 전장 약 77m. 1996년 강릉 앞바다에 좌초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상어급 잠수함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데, 무게 325t, 길이 34m로 승조원 11명과 비정규요원 10명이 탑승할 수 있다.
함흥에서 북동쪽으로 80km 떨어진 차호 해군기지는 사진으로 볼 때 남북 800m, 동서 2.5km의 규모다. 미국의 군사정보 사이트 글로벌시큐리티에 따르면 이 기지의 수심은 대략 10~15m, 조수간만의 차는 30cm 정도이고 겨울에는 살얼음이 끼기도 하지만 항해에 장애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동북쪽으로 깊숙이 들어앉은 항구를 남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곶이 감싸고 있는 천혜의 군항이다. 곶의 중간에는 인공적으로 굴착한 것으로 보이는 통로가 동쪽 바다로 곧게 나 있다. 서북쪽에는 전대본부 등으로 추정되는 석조건물 다섯 동이 있으며 북쪽 진입로 변에는 두 채의 아파트도 눈에 띈다. 그밖에도 항구 곳곳에는 40여채 남짓의 지원시설이 있고 2차선 도로 두 개와 평양-라진선의 지선철도가 인근까지 부설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북한 해군기지도 상당수가 지하화되어 있다. 북한 해군에 근무했던 탈북자들에 따르면 1960년대 말 4대 군사노선의 일환으로 시작된 지하시설 구축작업은 80년대 말 마무리됐다. 지하시설의 핵심은 기지 부근의 해안암벽을 굴착한 대피호. 대개 길이 500~900m, 너비 10~17m, 높이 14~25m 규모인 이 대피호는 한번에 10~13척의 경비정을 수용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사진에서는 두 곳의 포구에서 지하시설 입구를 확인할 수 있다.
기지 서쪽 접안시설의 잠수함 밀집구역을 확대한 모습. 로미오급, 상어급 잠수함과 경비정으로 추정되는 40여m 크기의 배가 함께 정박해 있다.
대형 지하대피호 입구 근처. 자연지형을 개조한 방파제와 도크가 설치돼 있어 로미오급 잠수함이 드나들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잠수함 밀집지역의 건너편 직각모양 접안시설에 상어급 잠수함 한 척이 소형 선박들과 뒤섞여 정박해 있다. 정황상 수리중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