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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인 유제두

권투인 유제두

권투인 유제두
유제두씨(柳濟斗·52)는 권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1965년 서울로 올라와 처음 샌드백을 두드린 이래 35년 동안 그는 단 하루도 글러브를 벗어본 날이 없다. 동양타이틀전만 열려도 관중이 구름떼처럼 몰려들던 시절이나, 세계타이틀전을 열어도 흥행이 안 돼 적자를 보는 지금이나 땀내나는 체육관 바깥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11년간 프로선수로 뛰며 그야말로 피땀 흘려 번 돈을 착실하게 모아 체육관을 연 유씨는 78년 은퇴 후 지금껏 후진양성 한 길만을 걸어왔다. 요즘은 권투의 인기가 예전 같지 못해 40여 명의 관원들 중에 선수지망생은 겨우 네댓 명뿐이지만, 그의 초심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는 재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성실한 선수였다. 파괴력과 순발력을 겸비하고 훅과 스트레이트를 두루 잘 썼던 것은 오직 ‘연습벌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지마의 현란한 변칙플레이도 그의 ‘정직한 땀’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는 7년 동안 한계체중을 유지하며 동양타이틀을 무려 21회나 방어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타이틀을 내준 뒤에도 실력 때문에 진 게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동양타이틀을 다섯 차례 더 방어하고 은퇴했다. 마땅히 운동할 곳이 없어 현역으로 뛰던 73년에 직접 체육관을 차려 개인 연습과 후배 지도를 병행했던 유씨는 그간 장태일, 차남훈, 양상혁, 장영순 등의 숱한 한국·동양챔피언들을 길러냈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글·이형삼 기자 / 글·전민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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