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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인권 지킴이 최황규 목사

“재외동포법 개정해 자유왕래, 취업 허용해야”

중국동포 인권 지킴이 최황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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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서울 중국성교회의 최황규 목사는 국내 체류중인 중국동포와 한족 중국인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가리봉동을 중국동포와 중국인, 한국인들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중국동포 타운’으로 특화시키자”고 주장한다.
중국동포 인권 지킴이 최황규 목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가리봉시장은 흔히 조선족 거리로 불린다. 요즘은 조선족이란 어휘가 적합치 않다고 해 중국동포로 부르고 있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내리면 여느 거리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자어나 약식 한자로 된 간판들이다. 이 거리는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동포들과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살고 있다. 이곳에서 중국동포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며 ‘중국동포 타운’을 건설하려는 목회자가 있다. 최황규(40)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점퍼 차림의 최목사에게서는 공사판에서 힘깨나 쓰는 십장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아닌게아니라 악수하려고 내민 손바닥은 말 그대로 솥뚜껑이다. 서글서글한 표정, 어떤 질문이든 거침없이 대답하는 품이 장군의 인상도 풍긴다.

중국동포들은 서울 가리봉동, 구로동, 대림동, 가산동, 독산동 등지에 밀집해 살고 있는데 그 중 가리봉동이 대표격이다. 중국동포들이 이곳으로 들어온 이유는 주거비용이 타지역보다 싸기 때문이다. 한때는 이곳이 범죄의 온상으로 불린 적도 있지만 최목사 같은 목회자와 봉사자들이 활동하면서 지금은 개성 있는 마을로 변했다.

“중국동포들은 가리봉동을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가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뒤에서 도울 뿐이죠.”



최목사는 이곳으로 들어온 계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리봉동이 중국동포 마을이라지만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겠지요.

“물론이죠.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인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동포와 한족 중국인이 대다수죠. 중국동포는 대략 3만에서 3만5000명으로, 중국인은 8000에서 1만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동포들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와 충돌하고 갈등하지만 결국 우리의 형제자매들입니다. 배척하고 이단시하며 외면할수록 민족 에너지만 분산시키는 꼴이죠. 뭉치면 더 좋은 과실을 얻을 수 있는데 왜 못하는 건지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동포 마을을 민족통합의 실험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차 우리는 분단된 민족의 통합을 이뤄야 하는데 막연한 관념적 열정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요.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통합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에게서 젊은 목사들이 보이는 긍지와 자부심이 느껴졌다. 또 생김새가 시원시원해 신뢰감을 주었다. 그는 조선족이라는 말이 적합치 않다면서 대신 ‘중국동포’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도 말하는 중에는 중국동포와 조선족이란 용어를 혼용했다. 아직 중국동포라는 말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족 중국인 위해 봉사

-언제 이곳으로 들어오셨습니까.

“지난 5월 이곳으로 들어와 중국인 근로자를 위한 교회를 세웠어요. 이전에는 구로동의 조선족교회에 있었지요. 조선족교회는 이제 안정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제가 아니어도 잘 꾸려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최목사는 가리봉1동 남구로역 아래 100m 지점의 건물 지하를 빌려 중국성 교회를 세웠다.

-왜 하필이면 중국인 교회입니까.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용기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설교 때 ‘중국인은 모험을 할 줄 아는 민족이고 꿈이 있는 민족이며 고난을 뚫고 나가는 용감한 민족’이라는 말을 합니다. 제가 이런 분들을 위해 교회를 세운 것은 이분들과 함께 꿈을 가꾸고 세상을 열어가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앙 중국을 만드는 전령이 되려고 나선 것입니다.”

현재 중국성교회의 중국인 신자는 20여 명. 이곳에 처음 온 신자들은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제 밥 먹고 제 할 일이나 하지 왜 남을 도와주며 고통을 받느냐는 거죠. 유물론적 가치관이 그들의 사소한 행동에서도 나타나요. 이들은 대통령도 비판할 수 있는 언론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해요. 또 종교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수도 말아주고, 잠자리도 제공하는 것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죠. ‘나중에 큰돈을 뜯어갈 미끼가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하고요. 그런 오해들을 풀어주고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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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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