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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최문순 강원지사

내 인생에 ‘다음’은 없다

‘승부사’ 최문순 강원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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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광재는 나보다 엄기영과 가까운 사이
  • ● 지역주의로 해보려다 안 되니 막판에 나를 토끼몰이
  • ● MBC 사장 될 때 청와대 지원 안 받았다
  • ● 파업 주도 후 해직됐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 ● 대기업 노동조합, 이기적이고 자기 철학 없는 게 문제
  • ● 김대중 정부 때 박지원이 MBC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
‘승부사’ 최문순 강원지사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스산한 날씨였다. 강원도청 앞 사거리에 플래카드 두 개가 내걸려 있었다. 하나는 4월27일 치러진 도지사 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던 엄기영씨의 낙선인사였고, 다른 하나는 최문순 지사의 당선사례였다. 낙선인사 문구가 처연했다. ‘보내주신 사랑 감사드립니다.’

강원도지사 공관은 도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아담한 단층 한옥이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신임 도지사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고 춘천 시내 어머니 집에 있다고 했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셨습니다.”

환한 표정의 최문순(55) 지사가 두 손으로 내 손을 꽉 잡고 흔들었다. 미안할 정도로 허리를 굽힌 채. 내가 기억하는 그는 사람을 만나면 늘 이렇게 ‘열정적으로’ 인사한다. 나는 “이런 자리에서 뵙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인사했다. 진심이었다.

그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그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4·27 재·보선 전날 공교롭게도 강릉에 출장 가 있었다. 그 지역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 했는데 그가 이길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성급하게 패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가 지긴 졌다, 강릉에서는.



최 지사는 양복에 줄무늬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잘생겼다고 하기엔 부담스러운 ‘토속적’ 얼굴이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새우눈은 웃을 때는 완전히 감겨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뜻 그의 단점으로 생각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실은 그의 경쟁력일지 모른다.

“여길 개방하려는데 선거법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공관 개방이 일종의 기부행위가 되나보다. 유권해석을 구하고 있다.”

최 지사는 당선 직후 관사를 일반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는 걸 보니 말이 앞선 것 같다. 그는 아직도 지사 취임한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사와 국회의원은 많이 다른 것 같다면서.

“국회의원은 정치인이지만, 지사는 지역의 최고 어른으로 덜 정치적인 자리 같다.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엄 선배와 아직 통화 못해”

엄기영씨의 플래카드를 언급하며 통화했는지 물었다. 아직 안 했다고 한다.

“타이밍을 보고 있다. 저분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내가 전화를 하면 혹시 거부감이 있을까봐. 좀 안정을 찾으신 후에, 전화가 아니라 소주 한잔해야지.”

두 사람은 춘천고 동문이자 MBC 선후배 사이다. 다섯 살 많은 엄씨가 고등학교로는 5년, MBC 입사로는 10년 선배다. 그런데 MBC 사장으로는 엄씨가 최씨의 후임자였으니 얄궂은 인연이다. 선거 때 두 사람은 ‘뜻밖에도’ 난타전을 벌였다. 이유야 어쨌든 아직 서로 통화도 안 한 걸 보면 감정이 꽤 상한 듯싶다.

“선거로 접어드니까 내가 내가 아니더라. 선거대책본부에서 짠 전략대로 움직이니까 뜻밖에도 TV토론에서 상당히 강하게 부딪쳤다. 엄기영 선배가 성격이 강한 분이 아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굉장히 세게 나와 내가 당황했다. 나중에 나도 맞받아치게 돼 충돌이 커졌다.”

두 사람의 TV토론은 1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드라마 ‘짝패’를 눌렀다니 유권자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된 모양이다.

최 지사 얘기를 들어보면 강원도의 정치 정서가 크게 변한 듯싶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접경지역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만 봐도 그렇다. 철원, 화천, 인제, 양구, 고성 5개 군 중에서 화천, 인제, 양구 세 군이 최 지사를 선택했다. 그는 이를 “평화의 메시지가 먹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 엄기영씨가 자존심 때문에 축하전화도 못 하는 것 같다.

“내가 전화를 해야지.”

▼ 승자로서 통 큰 모습을 보여주지 그랬나.

“나는 같이 일할 생각도 있다. 다만 저쪽도 조직이 있으니까. 엄기영 선배 개인이면 내가 바로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아니라 팀이니까. 이쪽도 마찬가지고. 세력과 세력의 충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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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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