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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밑바닥에서 승리를 길어 올린다

패배의 밑바닥에서 승리를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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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리가 위대한 것은 헤비급 타이틀을 세 차례 거머쥐어서가 아니다. 그는 패배에서 승리를 창출할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복서였다. 그가 최정상에 오른 다섯 가지 비결은 모험심, 내면의 장애 극복, 긍정적 사고, 과욕 금기, 패배의 지렛대였다.
4장/ 세 번의 세계챔피언

1. 3대 혈전, 3대 패배

패배의 밑바닥에서 승리를 길어 올린다
무하마드 알리는 미국이 명분 없이 개입한 베트남전쟁에 반대해 공개적으로 소리를 높인 첫 번째 공인이었다. 유형(流刑)생활을 하는 동안 알리는 대학을 돌며 강의를 해서 생활비를 충당했다.

1970년이 되면서 미국 내에 반전 분위기가 확산되고 알리에게 가해지는 탄압은 힘을 잃어갔다. 알리는 아직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권투를 제한적으로 재개하게 됐다.

1970년 10월26일 알리는 한 상원의원의 주선으로 유형생활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제리 쿼리와 맞붙었다. 대전 장소는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허가 없이 권투를 할 수 있는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였다. 1967년에 조라 폴리를 7회전 케이오(KO)로 이긴 후 3년 반 만에 벌이는 대전이었다.



이 경기에 이어 12월7일에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오스카 보나비아와 싸워 15회전 티케이오(TKO)로 이겨 북미복싱연맹(NABF)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이 승리 이후 알리는 ‘황소 복서’ 조 프레이저와 맞섰지만 오랜 유배생활 탓에 프로 전향 후 첫 패배를 맛보았다. 그 대신 몇 달 뒤에 알리는 가장 큰 승리를 획득했다. 1971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알리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하급법원이 3년 반 전에 내린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었다.

“알리의 양심적 징병거부는 종교에 기반을 둔 것이고 진실하다”는 결정이었다. 이로써 알리는 3년 반에 걸친 유배생활과 징역형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또 세계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권투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세기의 대결’ 최초의 패배 /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971년 3월의 첫 주 표지기사에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대결에 ‘황소와 나비의 싸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유형에서 돌아온 알리가 조 프레이저와 벌이는 ‘세기의 대결’을 예고하는 특집이었다.

3월8일로 잡힌 알리와 프레이저 대전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지금까지 무패의 길을 달려온 두 복서다. 프레이저는 잇달아 26승을 올리고 그중 23회는 상대를 넉 아웃시킨 챔피언이다. 알리는 31승25케이오 무패의 전적을 가진 도전자다.

타임지는 황소와 나비의 대결을 이렇게 예고했다.

…‘유배당한 챔피언’은 권투에 신이 들린 사람 같다. 그는 다른 사람과 시합해서 졌기 때문이 아니고 세도를 부리는 ‘복싱조직’의 포고령으로 선수권을 박탈당한 처지였다. 그 사이 알리의 빈자리를 조 프레이저와 지미 엘리스가 다툰 끝에 조 프레이저가 차지했다. 그러므로 프레이저는 진정한 챔피언이 아니다. 알리를 쓰러뜨리지 못한 상태라면 헤비급의 최고수로 인정받을 수 없다. 수백만의 알리 팬이 그렇게 생각했고 알리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다.

조 프레이저가 타이틀을 거머쥘 때 알리는 이렇게 소리쳤다.

“프레이저, 나와 한판 붙자. 프레이저 나와라 지금!”

마침내 맨해튼 스퀘어 가든에서 알리 대 프레이저 대전을 열기로 결정됐다. 이 15라운드 결정전은 최고봉의 챔피언이 누구인지 가리는 자리가 된다. 그것은 흥행사업(쇼 비즈니스)의 거창한 한판이 될 것이다. 주최 측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요란하게 선전했다.…

언론매체들은 맨해튼 스퀘어 가든의 객석 1만9500석이 다섯 시간 만에 다 팔려나가 125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암표상은 표 한 장에 700달러를 부르고 링 앞자리는 150달러를 더 얹어서 받았다고 한다.

유명한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는 링 앞자리 표를 구하지 못해 ‘라이프’ 잡지의 사진기자 노릇을 해 자리를 잡는다. 권투 열성팬인 영화배우 버트 랭커스터는 방송 해설을 맡아서 관전한다. 주최 측은 관람자가 26개국에서 총 3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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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인권센터명예이사장 ann-b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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