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9일 오후 2시, 한강이 내다보이는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서니 김태희는 촬영할 의상을 입어보고 있었다. 진홍색 원피스를 입고 인사를 건네는 그의 첫인상은 가시 돋친 장미를 입에 물고 탱고를 추는 스페인 무용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렬했다.
이대로도 좋은데 그는 흰 도트 문양의 연두색 미니 원피스로 갈아입고서야 카메라 앞에 섰다. 한결 앳되고 상큼해 보였다. 44사이즈의 옷이 헐렁해 남은 품을 집게로 집은 뒷모습은 실소(失笑)를 자아냈지만, 잘록한 허리 라인과 깎은 듯 미끈한 각선미가 어우러진 앞태는 보는 이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조금 뒤 그가 선보인 또 다른 의상은 광택이 은은한 연보라색 원피스. 이번엔 신비스러운 여신 분위기를 풍긴다. 대체 이 여자, 옷 고르는 기준이 뭘까.
“디자인 못지않게 색감을 눈여겨봐요. 어릴 때부터 색감에 관심이 많았어요.”
‘의류학과 학사’답다. 처음엔 좀 긴장한 빛이 감돌던 그의 안색은 화보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차츰 환해졌다.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차오르는 보름달처럼.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얼굴이에요. 감정이 다 드러나요. 아까는 낯선 분위기 탓에 좀 긴장했는데 지금은 집에 온 듯 편해요. 제 얼굴에도 그렇다고 써 있지 않나요? 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