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K리그 참가가 확정된 신생팀 대구FC의 사령탑 박종환 감독(67)의 취임 소감이다. 대구FC는 국내 최초로 모기업 없이 지자체와 지역 팬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시민구단. 타 구단에서 퇴출당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외인부대’다. 평생 승부사의 길을 걸어온 백전노장다운 선택이다.
1996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여자실업축구팀 숭민원더스 총감독과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을 지내며 여자축구 육성에 애써왔던 박감독은 지난해 11월 모기업이 어려움에 빠져 팀이 해체되면서 다시 한번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 만큼 새 팀을 맡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팀을 이끌고 지난 1월6일부터 강원도 삼척에서 ‘지옥훈련’을 갖기도 했다. 혹독한 스파르타식 체력훈련으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박감독에게 올해 목표성적을 묻자 “꼴찌만 안 하면 다행”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질 때 지더라도 화끈한 축구를 하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팬들이 세운 팀이니만큼 화려하고 활기찬 플레이로 보답해야죠.”
부족한 재정 탓에 몸값 비싼 스타선수는 없지만 대신 시민구단의 정체성에 맞게 끈끈한 팀워크로 다져진 ‘토털 사커’를 선보이겠다는 게 박감독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