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주인공 은아리영 역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한 탤런트 장서희(31)씨가 2002년 MBC 연기대상 5개 부문을 휩쓸었다. 가냘픈 몸에 유난히 큰 눈을 지닌 장씨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20년 동안 연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인어아가씨’가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 뒤엔 늘 ‘만년 조연’이라는 서러운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저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써주신 작가와 연기자의 꿈을 키워주신 부모님께 빚을 좀 갚은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요.”
장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대중에게 그저 귀엽고 예쁜 아역배우 이미지로 각인된 탓에 좀체 성인 연기자로 변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고진감래 끝에 찾아온 기쁨 때문인지 시상식장에서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최초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8년 만에 CF 촬영 기회를 갖는가 하면, 대만 진출을 준비하는 등 연기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그의 변함없는 성실함과 겸손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는 아리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풀고 싶은 게 여전히 많은 듯하다.
“아직도 인어아가씨에 푹 빠져 있어요. 4∼5월까지 연장 방영될 예정이거든요. 은아리영에게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걸 끝내면 또 어떻게 새로운 변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