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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가변열차 개발로 유라시아 노선을 잡아라

韓·日·러·中 물류시스템 선점

궤도 가변열차 개발로 유라시아 노선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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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의선 시대가 시작되었다. 부산역을 떠난 기차는 이제 이 철길을 따라 개성, 평양, 신의주까지 단숨에 달릴 것이다. 철길은 한반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차는 한반도를 벗어나 광활한 만주벌판과 중국 대륙, 시베리아 벌판을 힘차게 달릴 것이다. 모스크바, 파리, 런던까지 내처 달릴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 시종점인 경의선은 한반도가 부(富)를 쌓는 데 원천이 될 것이다.
한반도 철도망을 처음으로 그린 세력은 일본 제국주의였다. 일제는 대륙을 침략하고 식민지를 수탈하기 위해 한반도의 항만과 대륙을 연결하는 X자형으로 철도를 건설했다. 그러니 철도망이 끊겼다는 것은 남북한 모두 기형적인 철도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경의선이 끊긴 구간은 남한측 문산-장단간 12km이고, 북한측 봉동-개성간 8km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이 구간을 복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미 1985년에 실시설계를 완료했고, 1986년과 1987년에 임진강 철교 하부를 보강한 바 있다. 이는 경원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남북한간 교통망 단절로 육상을 통해 대륙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섬나라 같은 위치였다. 그래서 도로 교통 중심으로 투자했고, 그 결과 교통 체증으로 막대한 물류비용을 치르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교통시설, 특히 철도 시설이 낡아서 극심한 수송난을 겪고 있다. 남북한 모두 교통문제가 경제성장을 막는 걸림돌인 셈이다. 이런 시점에 시작된 경의선 복구는 한반도 교통망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아닐 수 없다.

경의선을 복원하면 무엇보다 남북한간의 물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1999년 한 해 동안 남북 교역 실적은 반입이 1억2160만 달러, 반출이 2억1183만 달러로 총규모는 3억3343만 달러, 물동량은 총 98만3612톤이다. 남북한간 교역에는 제3국 선적 선박을 이용한 해상 운송이 동원되고 있다. 묵호­흥남, 인천-해주 항로로는 주로 수산물을 들여오고, 부산-나진간은 한·중 중계화물을 수송하는 데 이용된다. 또 인천-남포 항로는 위탁가공물품을 운송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해상운송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천-남포간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1개(1TEU)당 1000달러 정도나 된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해상운임이 1000달러 정도다. 또 인천항과 남포항 사이를 220마일인 항로를 따라 운항하면 적정 운항일수(왕복)가 6일인데, 현재는 14일이나 걸린다. 남포항은 입항료가 2500톤급 선박 기준 9000달러 수준으로 중국 대련항의 2배다. 항구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밤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항구에는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트럭이 없다. 그러니 항구에 컨테이너가 도착하더라도, 컨테이너를 열어, 화물을 다시 소형 트럭에 옮겨야 한다.

해운 수송이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은 북한 지역은 화물의 90%를 철도가 수송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여객수송도 60%를 철도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 남포항까지 컨테이너를 싣고 가더라도 이를 다시 철도까지 옮겨야 목적지에 가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경의선이 복원된다면 수도권에서 평양 주변 지역으로의 철도 운송 수송비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1TEU당) 200달러 수준이 될 것 같다. 수송 일수도 1∼3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실로 획기적인 변화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남북한간 교역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교통개발연구원 동북아연구팀장 안병민 박사는 남북 교역 규모가 30%이상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05년의 남북 교역 물동량은 약 475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물동량 중 70%인 332만톤이 경의선을 이용하고, 컨테이너 화물과 일반 화물이 각각 50%일 것으로 가정한다면 2005년에 경의선을 이용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6만6000TEU, 일반 화물은 166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여기서 얻는 통과 운임 수입은 컨테이너의 경우 연간 약 2000만 달러, 일반화물도 약 2000만 달러 수준에 이를 것 같다. 물론 이는 남북한간 교역으로만 발생하는 통과 운임 수익이다.

경의선은 남북한 산업 구조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의선이 지나는 북한의 공업지구는 평양 공업지구, 청천강 공업지구, 신의주 공업지구가 있다. 또 경의선에서 갈라져 나가는 평라선(평양-라진)과 청년 이천선(평산-세포청년)도 있다. 그래서 경의선과 이 철도들을 이용한다면 남북한 교역이 단순 임가공에서 설비반출형 위탁가공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또 철도망을 통해 남북한이 의류·신발·완구 같은 경공업 제품과 단순조립 전기·전자 제품을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은 부존 지하자원을 활용하는 노동집약적 산업, 남한은 자본·기술 집약 산업 위주로 한반도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경의선 연결은 경제적 효과와 함께 정치·군사적 의미도 크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박사는 “경의선이 개통된다는 것은 공해와 제3국을 거쳐 오가던 지금까지의 남북 관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긴장 관계를 상징하는 비무장 지대를 관통하기에 분단을 물리적으로 극복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박사는 남북한 군대가 처음으로 공동작업을 하면서 쌓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비무장지대의 지뢰와 불발탄을 제거하고 공사 도로를 만들고 선로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군병력을 동원하는 일은 군사 분야의 신뢰와 협력을 쌓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같은 남북한 군사협력은 향후 다른 지역에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데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대륙철도 연결의 효용가치

하지만 경의선 복구는 단순히 남북한 차원에서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의 철도가 대륙 철도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의선이 연결된다면 한국은 섬과 같은 상황을 벗어나서 북방 지역으로 경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 북한 철도의 특징은 대륙 철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끼리는 1950년대 중반부터 사회주의국가철도운송협정(SMGS)을 맺고 있었다. 그래서 구소련 붕괴 이전에는 북한에서 소련을 거쳐 동독까지 화물이 움직였다. 북한 철도는 현재 대륙 철도와 네 곳이 연결되어 있다. 신의주역과 중국 단동역, 만포역과 중국 집안(集安)역, 남양역과 중국 도문역,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이다. 북한은 이런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석을 일찍부터 하고 있었다. 이는 김일성 저작집 44권 ‘벨지끄(벨기에)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한 담화(1994년 6월30일)’에 잘 나와 있다. 그 내용이다.

“북과 남이 합작만 하면 돈벌이를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례를 들면 신의주와 개성사이의 철길을 한 선 더 건설하여 복선으로 만들고 남조선으로 들어가는 중국상품을 날라다주기만 하여도 거기에서 1년에 4억딸라이상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초보적으로 계산해본데 의하면 우리가 로씨야나 중국 흑룡강성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역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주면 거기에서도 한해에 10억딸라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가만 앉아서도 한해에 약 15억딸라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거기에 철길이 한 선밖에 없는데 앞으로 한 선 더 건설하여 복선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동부독일은 서부독일에 흡수통합되어 망하였는데 우리 나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북한 철도시설을 개량하기 위하여 중국이나 러시아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중국 연변주 연합대표단 합의서로 중국 현통그룹은 북한과 공동으로 라진-남양간 철도를 조사했다. 그 보고서는 1998년 4월에 나왔다. 여기에 따르면 북한은 라진-남양간 철도 160km를 보수하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투자 소요액이 약 4613만 달러에 이른다. 남양-라진 노선은 시베리아횡단철도, 만주철도와 연결되는 선이다. 북한과 중국이 작성한 라진-남양간 철도의 경제효율분석표에 따르면 공사가 완료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화물 운송량이 매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공사 비용을 공사를 끝낸 지 8년 뒤에 전액 상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북한이 이미 남북한 철도 연결을 대비해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있다.

4개의 대륙철도 연결 노선

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박사는 한반도 철도와 대륙 철도를 연결하는 노선 네 개를 제안했다. 먼저 경원선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서울-원산-청진-나진-북한 국경역 두만강-러시아 국경역 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이어진다. 부산에서 두만강역까지 연장은 1313km, 하산역에서 모스크바까지 연장은 9208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 도시까지 평균 거리는 2533km이므로 이 노선의 총연장은 1만3054km이다. 시설 현황을 보면 복선구간 총연장은 7226km(55.3%), 전철화 구간은 1만1343km(86.9%)에 이른다. 이 노선은 한국·북한·러시아를 통과하므로 국경 통과 절차가 필요하다. 또 한반도에서 러시아 지역으로 넘어갈 때 궤도 폭이 달라지므로 조치를 해야 한다. 국경 통과 지점은 한국의 신탄리역-북한 평강역, 북한 두만강역-러시아 하산역, 모스크바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국경역 등 세 곳이다.(169쪽 지도 참조)

다음은 경의선과 중국대륙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노선이다.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개성·평양을 거쳐 신의주역에서 중국 단동역으로 넘어가 TCR에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는 945km, 단동에서 모스크바까지는 8613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는 2533km이므로 이 노선의 총연장은 1만2091km다.

시설 현황을 보면 복선 구간이 1만605km(87.7%), 전철화 구간은 7968km(65.9%)다. 이 노선은 한국·북한·카자흐스탄·러시아를 통과하면서 국경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북한·중국 지역까지는 궤도 폭 차이가 없으나, 카자흐스탄부터는 광궤로 바뀌므로 조치가 필요하다. (169쪽 지도 참조)

다음은 경원선과 만주통과철도(TMR)를 거쳐 TSR에 연결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서울-신탄리를 거쳐 북한의 평강·청진·회령·남양, 중국의 도문역을 잇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남양까지는 1354km, 중국 도문에서 모스크바까지는 7721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 평균 거리는 2533km이므로 총연장은 1만1608km에 이른다. 전체 구간 중 복선 구간 연장은 1만496km(90.4%), 전철화 구간은 9390km(80.9%)에 이른다. 이 노선이 경유하는 국가는 한국·북한·중국·러시아다. 표준궤를 사용하는 한국·북한·중국에서는 궤도 폭 차이가 없으나, 역시 러시아로 넘어갈 때는 차량을 바꾸어야 한다.(169쪽 지도 참조)

마지막은 경의선과 몽골통과철도(TMGR)를 거쳐 TSR과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간 뒤 북경을 거쳐 몽골통과 철도와 연결한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는 945km, 단동에서 모스크바까지는 7753km, 모스크바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는 2533km이므로 총연장은 1만1231km다. 한국을 시종점으로 하는 아시아 횡단철도 북부 노선으로 검토되는 노선 중에는 이 노선이 가장 짧다. 전 구간중 복선 구간은 9332km(83.1%)이며, 전철화 구간 총연장은 8744km(77.9%)다. 이 노선은 한국·북한·중국·몽골·러시아를 통과한다. 이 노선 역시 한국에서 중국까지는 그냥 가다가, 몽골 이후부터는 광궤이므로 차량을 바꾸어야 한다.(169쪽 지도 참조)

이 네 노선은 경원선도 연결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원선을 당장 복구하지 않더라도 경의선만 연결하면 얼마든지 대륙 철도와 연결할 수 있다. 경의선 북측 노선에서 갈라져 국경역 네 곳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의선을 국경 철도와 연결할 경우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보자. 우선 중국 동북부(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내몽골자치구) 지방의 화물 유동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현재 중국 동북부 지방의 철도, 곧 하얼빈-장춘-심양-대련항을 연결하는 수송축은 가장 체증이 심한 노선이다. 이 노선은 열차당 간격이 10km밖에 안 된다.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 등 동북 3성의 물동량이 전부 대련항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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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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