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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제거 DMZ, 인민군 남침루트가 될 것인가?

지뢰제거 DMZ, 인민군 남침루트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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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인민군에도 한국군만큼이나 영리한 지휘관이 있다. 인민군은 그들이 남침을 시작하면, 국군 1사단이 임진강 철교를 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값비싼 전차가 임진강 철교에 올라섰을 때 국군이 철교를 파괴한다면 인민군으로서는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임진강 철교 쪽으로는 6사단 보병 부대만 내려보냈다. 인민군 6사단은 포병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간단히 임진강 철교를 넘어 버렸다.

비슷한 시기 역시 전차 부대를 앞세운 인민군 1사단은 김익렬(金益烈) 대령의 국군 1사단 13연대가 포진해 있는 임진강 상류지역인 고랑포(1호 땅굴이 발견된 곳) 쪽으로 쳐들어왔다. 이곳의 임진강은 수심이 얕아 전차가 쉽게 건널 수가 있다. 13연대도 견디지 못하고 문산으로 후퇴해 왔다. 고랑포 쪽에서부터 인민군 전차가 쳐들어오자 문산에 합류한 1사단은 다시 파주로 후퇴했다. 인민군은 국군이 방어선을 치기 쉬운 경의선(임진강 철교) 쪽으로는 전차를 선두로 투입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전차의 진입이 쉬운 고랑포 지역에는 먼저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국군 1사단의 패배는 경원선이 지나는 의정부 축선(경원선 축선)을 맡고 있던 국군 7사단(사단장 劉載興 준장)의 붕괴와 함께 서울 함락으로 이어졌다.

인민군이 경의선이 아니라 그 옆길로 기계화부대를 투입해 문산을 장악한 것은, 경의 축선을 꼭 경의선 자체만으로 봐야 하는가란 문제를 발생시킨다. 경의 축선을 경의선 그 자체로만 본다면 인민군 기계화부대는 경의선으로 침투하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러나 경의선을 포함한 좌우의 개활지대로 본다면, 인민군은 경의 축선으로 기계화부대를 침략시킨 것이 된다. 지박사가 말한 경의 축선은 ‘광의의 경의 축선’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후 국군은 인천에 상륙해 계속 북진하다가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해 다시 서울을 내주게 된다(1·4후퇴). 이때도 인민군과 중공군은 ‘광의의 경의 축선’을 따라 서울을 점령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정전 후 한미연합군은 광의의 경의 축선 일대에 두터운 방어망을 구축했다.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에서부터 민간인 통제선 후방 수십㎞ 지역에까지 지뢰를 매설하고, 전방 도로 곳곳에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했다. 도로가 대전차 장애물로 막히면, 인민군 전차는 얕은 하천을 따라 내려올 수가 있다. 때문에 하천에도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했다. 그리고 마지막 방어선으로, 서울 북방에 거대한 ‘방벽(城)’을 축조하였다. 이러한 방어망 중에서 가장 값이 싸면서도 효과가 탁월한 것이 지뢰지대다. 사실 지뢰는 지난 50년간 남한의 평화와 발전을 보장해준 최고의 효자였다.

이러한 지뢰지대를 뚫기 위해 인민군은 땅굴을 팠는데, 그중 두 개가 광의의 경의 축선상에서 발견됐다(현재까지 발견된 땅굴은 모두 네 개다). 하나는 6·25전쟁 때 인민군 1사단의 남침로였던 판문점 동쪽 고량포에서 발견된 1호 땅굴이고, 다른 하나는 복원될 예정인 경의선 바로 서쪽(인민군 6사단이 남침해 온 곳 부근)에 있는 3호 땅굴이다.



한미연합군은 이 지역 방어를 위해 병력 배치도 현저히 늘렸다. 6·25 개전 때는 1개 사단이 배치돼 있었으나, 지금은 1개 보병군단과 1개 기계화군단을 배치해 놓고 있다. 경의 축선 최전방에 배치된 보병군단이 이번에 지뢰 제거 작전을 맡게 된 ‘광개토군단’(1군단·군단장 鄭重民 중장)이다. 인민군도 경의 축선에 1개 보병 군단과 1개 기계화군단 1개 전차군단을 배치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개토군단에는 비록 6·25전쟁 초기에는 패전했으나 이후 북진 때 최선두로 평양에 입성하고, 1·4후퇴 후 서울을 재수복할 때도 가장 먼저 서울에 들어간 역전의 ‘전진사단’(1사단)과 월남전에서 맹위를 떨친 ‘백마사단’(9사단) 등이 모여 있어, 한국군 최강의 군단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광개토군단이 궤멸되면 그 뒤에 있던 기계화군단이 광의의 경의 축선을 무대로 인민군과 결전을 벌이게 된다. 이 기계화군단마저 무너진다면 마지막으로 수도방위사령부가 서울을 지킨다. 광의의 경의 축선에 무려 3개 군단(수방사도 군단에 해당)을 배치한 것은 이곳이 비산비야 지대로 돼 있어 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의 축선은 의정부를 지나는 경원 축선보다 훨씬 거리가 짧아 최단시간 내 서울을 점령하는 루트가 될 수 있다. 전략가들이 경의선 복원 등을 위한 지뢰 제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전략가의 말이다.

“전쟁에는 양동(陽動·demonstration)과 양공(陽攻·feint)을 포함한 모든 속임수가 동원된다. 예를 들어 기동전을 벌일 때 제1파 기갑 부대는 50% 이상을 고물 자동차 위에 전차 껍데기만 씌운 가짜 전차로 구성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아군 공격 헬기는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어, 가짜 전차를 향해 값비싼 미사일과 대전차포를 집중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아군 화력이 소진되고 나면, 적은 2파나 3파 공격 때부터 진짜 전차를 대규모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유사시 인민군은 경의선이나 신국도 1호선으로는 가짜 기갑 부대를 내려보내고, 광의의 경의 축선으로는 진짜 기갑 부대를 내려보낼 수도 있다. 작전은 공자(攻者)가 어떻게 결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므로 ‘복원한 경의선으로 인민군이 내려올 것이다’ ‘아니다’로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금부터 주목할 것은 경의선이 복원된 후의 종합적인 방어 대책이 마련돼 있느냐다.”

“작계 5027상의 검토가 없었다”

6·25 전쟁 전에 육군이 ‘육본 작전계획 제38호’라는 방어작전계획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 한미연합군은 ‘작전계획 5027’로 불리는 방어작전계획을 갖고 있다. 98년 개정된 작계 5027은 북한군의 도발로 전쟁이 일어나면(우리 측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이다) 한미연합군은 방어작전 제3단계인 ‘격멸(擊滅)’에서부터 휴전선을 뚫고 반격을 거듭해, 반드시 이북 정권을 소멸시킨 후 전쟁을 중지한다는 것을 목표로 규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계 5027도 지뢰지대가 인민군의 기습남침을 지체시켜 준다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그렇다면 국군은 작계 5027을 강화(개정)해놓고 지뢰지대를 열어주는 것일까? 정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98년 이후 작계 5027은 개정된 사실이 없다. 작계 5027은 국군의 작전계획이기에 앞서 미군(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이므로, 미군의 동의 없이는 우리 마음대로 개정할 수도 없다. 때문에 적잖은 전략가들은 “군사적인 면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경의선 복원 등을 추진하면, 작계 5027은 육본 작전계획 제38호처럼 휴지가 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실제로 지뢰 제거 작업을 할 육군에도 대단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6일 뉴스 브리핑에서 육군 참모차장 선영제(宣映濟) 중장과 육본 정보작전참모부장 이상태 소장 등은 “육군과 합참은 지뢰지대 개척과 그후에 일어날 수 있는 전면전과 국지전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한 작전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지뢰 제거 작전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행될 것이다”는 말을 수차 반복했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육군에도 전략가들이 있다. 지뢰 제거를 하면서 경의선과 신국도 1호선 지역에 대한 방어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전은 모든 것을 역으로 생각해야 한다. 만에 하나 이 지역으로 인민군이 내려온다면 그날로 인민군은 궤멸될 것이다”라는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철도청은 문산역 북쪽에 있는 철도 중단점에서부터 자유의 다리까지의 경의선을 복선으로 복원하고, 육군은 자유의 다리에서부터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옛 장단역 청사까지의 경의선을 단선으로 복원한다. 철도청 공사지역은 군사작전 지역이 아니라 문제될 것이 없지만, 육군 공사구간은 미군의 협조가 필요하다. 자유의 다리가 걸려 있는 임진강에서부터 남방한계선까지의 민간인 통제구역은 한국군 관할 지역이다. 한국군 합참은 평시(平時)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으므로 평시인 지금, 합참은 육군의 광개토군단에 지뢰 제거 작전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공사 도중 남북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전시(戰時)가 선포되면, 광개토군단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합참은 전시와 평시에 어떻게 지뢰제거 작전을 펼칠지에 대해 한미연합사와 충분히 논의해 두어야 한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방한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는 UN군사령부가 관할하는데, UN군사령부의 역할은 한미연합사에 위임돼 있다. 때문에 한국 합참의장(曺永吉 대장)이 한미연합사령관(UN군사령관) 토마스 슈워츠 대장으로부터 허락을 얻어야 광개토군단은 비무장지대에서 공사할 수가 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공사는 한미연합사령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은 미 합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품의했다는데, 미 합참은 클린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따라서 경의선 복원은 클린턴 대통령이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따라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 인민군뿐만 아니라 미국이 반대해도 경의선과 신국도 1호선 연결 공사는 마무리될 수 없는 것이다. 경의선 복구는 물론이고 복구된 경의선 등 광의의 경의 축선이 인민군의 남침로로 사용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UN사)의 협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 군단 위치 변경 모른 한미연합사

복원된 경의선이 인민군의 남침로로 사용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면, 한미연합군은 전방에 배치된 인민군의 동태를 손금처럼 들여다 보아야 한다. 한미연합군은 미 국방정보본부(DIA)에서 운영하는 ‘열쇠구멍(Key Hole)’이란 별명을 가진 K-12 및 K-14 군사위성이 찍은 사진으로 북한을 살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군사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는 시간을 충분히 계산해낼 수 있으므로, 미 군사위성이 접근하는 시간대엔 군사 행동을 숨길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에 북한을 정탐하는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오산에 있는 미 7공군 제5정찰대대가 운영하는 고공정찰기 U-2가 바로 그것이다. U-2기는 지대공 미사일이 도달할 수 없는 고공으로 침투해 북한 전역을 촬영한다.

한미연합군이 이렇게 북한군의 동태를 추적하고 있는데도 이따금 결정적인 구멍이 뚫리곤 한다. 한 군부 소식통은 “올해 상반기 최전방에 있는 두 개의 인민군 군단이 위치를 맞바꾸었는데 미 군사위성과 U-2기는 전혀 그 사실을 포착하지 못했다. 인민군 군단이 위치를 맞바꾼 것은 과학 장비를 통해서가 아니라 비합법적인 방법(공작원 침투나 북한에서 우리에게 협조하는 인물의 협조 등등)을 통해 뒤늦게 알아냈다. 인민군은, 대규모인 군단 병력을 군사위성과 U-2가 침투하지 않는 시간대에 비밀리에 이동시킨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군사위성은 그렇다쳐도 인민군이 어떻게 U-2기의 침투시간까지도 알아냈는가 하는 문제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물론이고 미군마저 인민군의 동태를 실시간대로 다 추적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과연 경의선 복구 등을 위해 지뢰를 제거해야 하는가란 근본적인 의문을 일으킨다.

복원된 경의선 등은 북한에도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우리가 복원된 경의선 등이 인민군의 남침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듯이, 인민군 역시 경의선을 한미연합군의 북침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수복한 국군과 UN군은 개성-문산 축선을 통해 평양을 공격했다. 1950년 10월8일 임진강을 건너 평양 공격에 나선 부대는, 미 1기병사단과 25사단, 영국군 27여단 그리고 국군 1사단(전진부대)이었다.

미 1기병사단은 개성에서부터 금천-한포리-평양으로 이어지는 국도 1호선을 따라 중앙으로, 미 25사단은 개성-백천-해주-재령-사리원을 거쳐 좌측 라인으로, 백선엽 대령이 이끄는 국군 1사단은 고랑포에서 구화리-시변리-수안을 거치는 우측 라인을 따라 평양으로 진격했다.

이 공격에서 국군 1사단은 10월19일 미 1기병사단보다 40분 먼저 평양에 입성했다.

경의 축선이 평양 함락 루트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우리만큼이나 경의선 복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모 정보기관 출신 인사는 “경의선 복원은 전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남북 경쟁이다. 경의선 복구 속도와 안전성 여부는 남과 북의 실력차를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이 경쟁을 포기해 ‘링’(경의선 복원 등)에서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 경쟁에서 여유있게 이겨 북한이 개혁 개방을 향한 길에서 U턴하지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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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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