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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주의 안보틀은 비현실적

다자주의 안보틀은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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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외교전략은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 독일이 확고한 미·독 공조로 통일을 쟁취했듯, 우리도 공고한 한·미 공조로 통일의 길을 닦아야 한다.
다자주의 안보틀은 비현실적

지난 3월13일 부시 대통령과 통화하는 노무현 대통령.한국은 미국과 정상회담 외에 정례적인 외무·국방 장관회담을 가져야 한다.



2003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앞으로 5년 간 국정과 외교안보를 총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그의 앞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이란 과제가 놓여 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2020~30년까지 발생할 다양한 전략적 추이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한국형 외교안보정책이 뿌리 내리기를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외교안보 전략, 남북관계 비전, 한미관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등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대외적 변수들을 고려해 보면 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핵심 외교안보 어젠더들은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전후해 표출된 반미감정, 제2의 북한 핵위기, 그리고 불안정하게 비치는 한국의 대외신인도 등 당면한 문제들은 단순히 정책방향의 수정작업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물론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된 상황에서 완벽한 정책대안과 총괄적인 국가안보 청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한·중 안보협력의 한계



지난 3월11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노대통령은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유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리고 3월13일의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는 평화를 지키는 길은 튼튼한 안보이며 그 어떠한 도전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날 그는 취임 이후 첫 한미정상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 확인과 확고한 한미동맹 관리를 위한 양국 정상의 노력강화, 그리고 조기 한미정상회담 실현을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노출되어 왔던 한미간의 불협화음을 부분적으로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핵심적인 관건은 이러한 새 정부의 의지를 정책화하는 것이며 특히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한미관계를 지속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형성하는 것이다.

전방위적 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는 한반도의 3단계 평화구축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동등한 한미관계 설정을 외교정책의 핵심적인 과제로 선정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빚어진 한미간 전례 없는 불협화음과 이에 따른 총괄적인 여파관리(consequence management)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한미관계가 한국 외교안보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은 전쟁과 평화, 번영과 성장, 그리고 남북 화해와 통일 등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동맹관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한다면 그간 한국안보에서 미국이 한 역할을 대체할 방안을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국방비를 현재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2.7%에서 2∼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아니면 한국외교의 기본 방향을 완전 재정립해 중국과의 다각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동북아에서도 ‘유럽 안보 및 협력 기구(OSCE)’와 유사한 다자안보 협력기구에 동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한국안보를 담보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중국과 북한간에 동맹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간의 안보협력은 한계가 있다. 또한 현재 동북아에서 다자적 안보협력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안보를 다자주의적 틀 속에서 보장한다는 것은 극히 비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한미관계의 향후 관리는 핵심적인 외교안보 과제이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바로 대북 정책이다. 특히 북한의 핵무장 계획과 전반적인 대남 전략을 평가하는 자세에 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했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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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cm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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