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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장성 진급비리사건 1심 판결

“진급심사위에 허위자료 제공, 공정한 심사 방해”

육군장성 진급비리사건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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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소 사실 대부분 유죄 인정
  • 무죄 부분은 사실관계 다툼 아닌 법 적용의 문제
  • 위조 자료 행사로 진급추천에서 배제
육군본부와 군검찰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육군장성진급비리사건 1심(국방부 보통군사법원)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군검찰의 압도적인 판정승. 피고인 4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되고 범죄혐의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공소사실인 공문서 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고스란히 인정됨에 따라 군검찰 수사에 대한 육본측 반박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선고 직후 피고인측이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라 이 사건에 대한 진실 공방은 고등군사법원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긴 해도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게 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예컨대 진급심사위원회에 허위 자료를 넘겨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심사를 방해한 혐의의 경우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심사과정 녹화 여부로 논란이 된 CCTV 하드디스크 은닉(공용전자기록 등 무효)혐의도 마찬가지다.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사실이 없다고 줄곧 부인해온 육본측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 설치업체 직원의 법정증언, 육본 행정장교의 진술 등 명백한 물증 앞에 무너졌다. 비록 사건의 본질은 아니지만, CCTV 하드디스크 은닉 혐의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선 것은 ‘심사과정 녹화’가 ‘심사위원 감시’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4명. 육본 인사참모부 인사관리처장 이병택 준장과 진급계장(자료관리계장) 차동명 중령, 인사검증위원회 검증위원과 간사인 장동성 대령, 주정 중령이 그들이다(모두 사건 당시 소속과 계급). 네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덟 가지. ①허위 공문서 작성 ②허위 공문서 행사 ③위계 공무집행방해 ④공문서 위조 ⑤위조 공문서 행사 ⑥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⑦공용전자기록 등 무효 ⑧범인 도피가 그것이다.

군검찰이 기소한 피고인들의 범죄혐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최고위직인 이 준장에 대해서는 ③ ④ ⑤ ⑥ ⑦, 진급업무 실무자인 차 중령의 경우 이 준장의 혐의에 ⑧이 덧붙여져 피고인 중 가장 많은 여섯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반면 장 대령은 ① ② ③, 주 중령에 대해서는 장 대령의 혐의에 ④가 추가됐다.



재판부는 이 준장과 차 중령에 대해선 각각 징역 2년6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장 대령과 주 중령에 대해선 유죄는 인정하지만 ‘전과 없는 초범으로 그동안 성실히 군복무를 해온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참모총장의 직권남용을 염두에 두고…’

재판 결과에 대해 언론은 ‘일부 유죄’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에 가깝다. 피고인들의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긴 했지만 핵심혐의도 아닌데다 사실관계 다툼이라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 해석 또는 적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판결문을 읽어보면 재판부가 대부분의 군검찰 수사내용을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준장과 차 중령의 경우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⑥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하나뿐이다. 이는 재판부가 ‘직권’의 의미를 군검찰과 달리 해석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심사위원들에게 특정 대상자를 진급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두 사람의 직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설사 직권남용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심사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심사권을 방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흥미로운 것은 재판부가 무죄 이유를 설명하면서 ‘(군검찰이) 참모총장의 직권남용을 두고 참모총장이 아닌 피고인들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 점이다.

반면 장 대령은 ①허위 공문서 작성 ③위계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주 중령은 ①허위 공문서 작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또한 군검찰의 수사내용이 잘못됐다기보다는 법률 적용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허위 공문서 작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장 대령에 대해 ②허위 공문서 행사, 주 중령에 대해 ②허위 공문서 행사 ③위계 공무집행방해 ④공문서 위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허위공문서작성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작성 권한이 있는 공문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며 ‘작성 권한이 없는 공무원의 허위 내용 기재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사건 당시 두 사람에게 공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해당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동아’는 이 사건에 대해 올해 1월호부터 4월호까지 4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 바 있다. 특히 3월호에는 단독 입수한 군검찰 수사기록과 진급심사위에 제출된 기관(기무·헌병) 자료 17건의 전문을 공개해 군 안팎에 파장을 일으켰다. ‘신동아’는 당시 17건을 모두 기무자료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추후 확인한 결과 17건에는 기무자료 외 원(原) 내용에 첨삭이 이뤄진 ‘변형 기무자료’와 헌병자료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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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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