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정부개혁론’‘한국정부론’이 전공이기도 했는데(한국행정학회 홈페이지) 질문요지를 e메일로 받아보고 8시간쯤 뒤 인터뷰에 응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 초 11개 기관을 줄인 점에 대해 그는 예상과는 달리 “정부조직개편의 폭이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고 평했다.
“盧, 활착이 안 되는 바람에”
▼ 현 정부 들어서 노무현 정부의 2원 18부 4처 18청 4실 10위원회가 2원 15부 2처 18청, 3실 5위원회로 축소 조정됐는데 대폭적이었다고 봐야 하지 않나요?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노무현 정부보다는 폭이 크지만 김대중 정부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손대려다 저항이 많아 못한 측면이 있고요.”
▼ 노 전 대통령 성격이면 다소 저항이 있더라도 밀어붙였을 거 같은데요.
“전(前) 정권인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너무 많이 손을 대놓아서…. 수술 부위가 서서히 아물 듯이 바뀐 정부조직들이 ‘활착’되려면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이런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이 많이 못한 거죠. 우리 같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을 말리기도 했고요. ‘부처를 없애고 만들고 하기보다는 기능의 재배분, 이런 쪽으로 관심을 두시라’고.”
▼ 현 정부 조직개편의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기획재정부로 된 점,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된 점, 정보통신부가 해체되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에 분산된 점, 국정홍보처가 없어진 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내부 직제가 개편된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뀌고 나서 2년여가 지난 지금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 평가를 한번 해주시죠.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은 ‘기능통합’에 주안점을 둔 것 같아요. 통합을 지향하다보니 외견상 부처는 주는 거죠. 기획과 재정을 합친 건 둘이 같이가는 게 효율적이라는 측면에서 괜찮았던 거 같아요. 실제로 기획재정부 출범 이후 긍정적인 측면이 나타나고 있고요. 그러나 과학과 교육을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든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과학이 길을 잃었다
▼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나요?
“과학 쪽이 교육 쪽에 비해 덩치가 훨씬 작잖아요. 통합된 이후 아무래도 과학기술영역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은 어쩌면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한데 과학이 행정서비스로부터 소원해지고 있는 거죠. 같은 이유로 정보통신부를 해체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보낸 것도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최근 정부출연연구소 등 연구기관들은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길을 잃고 있다고 말한다. 연구예산이 깎이거나 전략적 장기연구가 진행이 안돼 미래 성장 동력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동아일보 5월14일자 보도)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3월22일 과학기술부를 부활하여 부총리급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학회장은 “방통위가 IT산업을 가져가기는 했는데 위원회라는 속성상 정책집행 기능이 원활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정부가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부는 ‘이제는 IT상황을 행정적으로 통제하고 관할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한 거죠. ‘우리는 큰 그림 쪽으로 가겠다’면서요.”
▼ 산업계의 반응은 어떠하다고 보나요?
“IT업계가 중소기업이 밀집된 업계잖아요. 또 정통부가 독립부처로 있을 때 정부주도로 성장해온 것도 사실이고요. 정부조직개편 이후론 IT산업이 후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와요. 생각보다 방통위가 작동을 못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