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의 보고서.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권은 지난 정권 10년간 소원했던 미국과의 관계 복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성공적 진행, 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 아세안과의 외교역량 강화 및 자유무역 확대,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수주 등 외교성과를 내고 있다.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 실패?
반면 최고수준의 이해가 걸린 사안 중 하나인 대북문제에선 현 정권은 진전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한 긴장과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주었던 지난 정권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대북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의 2007년 대선 공약인 ‘비핵개방3000’과 이 대통령이 2009년 9월21일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제안한 ‘그랜드바겐 등 이 정권의 핵심 대북정책은 정책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쌀, 비료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끊겼고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대청해전, 금강산 부동산 동결 등 남북 간 긴장의 수위가 높아졌다. 성사 직전까지 갔던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은 향후 이명박 정권의 남은 임기 내에 남북관계가 보다 높은 수준의 대치국면으로 돌입할 수도 있는 개연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 3월27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해역의 지도를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천안함사태, 북한 후계구도 등과 맞물려 북한과 중국의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현 정권은 한반도에서 유리한 형세를 조성해낼 만한 실효적 수단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4월30일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사흘 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중국 측으로부터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다년간에 걸친 여론조사결과의 추이에 따르면 국민이 대북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가장 원하는 바는 특정한 이데올로기 원칙이나 신념의 실현이 아니라 ‘북한문제의 안정적 관리(management)’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 정권의 외교안보라인은 대북문제에 있어 자신의 이데올로기 원칙에는 충실했는지 모르지만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