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국회 의원회관 104호 간담회의실
참석자 조해진 의원, 권택기 의원, 이혜훈 의원
분당 참패(4·27 재·보궐선거 결과).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어온 강남권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이 여권에 안긴 충격파는 꽤 컸던 모양이다.
당에서 이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110여 명(2008년 4월)에 달하던 ‘주류’ 친이명박계도 급속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친이재오계는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5월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황우여 후보는 90표를 얻어, 64표에 그친 친이재오계 안경률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측 표와 쇄신파의 표가 황 후보에게 쏠렸다. 이를 계기로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신주류’가 부상하고 있다. 반면 이재오 장관은 이상득 의원의 배신을 원망한 듯 하는 글을 남겼다.
쇄신과 권력투쟁 동시 진행
민심 이반에 따른 여권 전체의 공멸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선 쇄신논의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권력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각 세력 간의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친박근혜계 대 친이명박계의 전통적 대립구도에다 친박근혜계 대 친이재오계, 쇄신파 대 친이재오계, 이명박 대통령 대 이재오 장관, 이상득 장관 대 이재오 장관 간의 미묘한 갈등 분위기까지 더해지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친이재오계가 각 계파로부터 협공을 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7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친이재오계가 반전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친이상득계나 쇄신파가 친박계와 계속 연대할지도 미지수다. 친이계 정의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투톱체제(당 대표 권한대행은 황우여, 당 운영은 정의화)를 구축했다. 미래권력이 부상하는 것에 대한 범 친이계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권 내부의 맥락하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비주류의 이변은 어디까지?
사회 :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에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권택기 의원 입장에선 친이재오계 안경률 원내대표 후보가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거죠?
권택기 : 안 의원이 청와대에 가서 제대로 말을 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봤어요. 신임 지도부와 비대위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 : 왜 걱정하는 거죠?
권택기 : (당내 이재오 장관에 대한 공격을 의식하는 듯)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남의 탓을 너무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감정의 골을 서로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수가 분열로 망하고 있어요.
조해진 : 친이의 분열, 그에 따른 표 분산으로 (비주류가 원내대표가 되는) 그런 결과가….
사회 : 이상득 의원의 배신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조해진 : (이상득 의원 측이) 아니라고 발표를 했어요. 이상득 부의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1차 투표에서 이병석 후보를 많이 밀었고 결선투표에선 이병석 후보 지지표가 황우여 후보 쪽으로 많이 갔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난 거죠. 황우여 후보의 당선은 어부지리 측면도 있어요. 그러나 그 자체가 한나라당의 변화이기도 하죠. 바뀌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으니까요.
사회 : 좋은 쪽으로 의미를 부여하시네요.
조해진 : 그 의미가 끝까지 가는 건 아니니까. 새 지도부가 잘 해야죠.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다들 걱정 반 기대 반이긴 합니다만. 걱정이 더 많을 수 있어요. 초반에 비대위를 갖고도 논란이 있었죠. 지금은 정리가 되긴 했지만 나이스하게 됐다고 보이진 않고요.

조해진·권택기·이혜훈 의원(오른쪽부터 시계방향)이 5월12일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