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월15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조인식을 치른 유명환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미군기지 이전협정에 대한 한미 양측의 협상이 마무리되던 2004년 9월, 노무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관계자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7년의 시간이 지났고,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은 본 궤도에 오른 지 오래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 절대로 없다’던 일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29일 국방부는 평택 현장에서 이전사업 추진 설명회를 열고, 2016년 완료될 이 사업에서 한국이 부담할 비용이 건설비와 사업지원비를 합쳐 8조8900억원 내외라고 밝혔다. 이는 이전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 당시를 기준으로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난 것. 일정 지연으로 건설비가 늘어난 데다 당초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평택시 지원비와 기반시설사업, 환경오염 정화사업, 이주단지 조성 등에 필요한 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라는 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총 14조원 가까이로 예상되는 이전비용 가운데 4조7000억원 가량의 미 2사단 관련부분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고 당초 협정에 규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용산기지는 한국 측이 먼저 이전을 제의해 이전비용을 우리가 부담하지만 2사단은 미 측이 먼저 제의했으므로 미국이 부담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신동아’는 2007년 4월호를 통해 “주둔비가 부족하다며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해온 주한미군사령부가 2002년부터 한국 정부가 지급한 분담금의 상당 부분을 금융권에 예치해왔으며 그 총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음호에서는 “8000억원은 재(再)예금을 거쳐 대부분 미국계 금융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지점에 예치돼 있으며, 여기서 매년 나오는 수백억원의 이자수익이 정산을 통해 미 국방부로 입금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주한미군사는 방위비분담금을 영내 커뮤니티뱅크에 예치하고, 커뮤니티뱅크가 이를 다시 BOA 서울지점에 양도성예금증서로 예치했다. 커뮤니티뱅크는 ‘BOA 군사금융부문(military banking division)’이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어 위탁경영하는 기관. 커뮤니티뱅크와 BOA 서울지점은 사실상 같은 계열사이므로,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방위비분담금이 미국 금융회사 계열사끼리 주고받으며 막대한 운용이익을 남기는 ‘눈먼 돈’으로 변한 셈이었다.
주한미군이 이렇듯 엄청난 방위비분담금을 쌓아놓은 이유는 앞서 설명한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하기 위해서였다. 협정에 따라 미국 측이 부담한다던 비용의 대부분을 실제로는 한국이 제공한 방위비분담금으로 메우겠다는 것. ‘방위비분담금으로 2사단 이전비용을 보전해주려 한다’는 2004년 당시의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연장에 또 연장?
‘신동아’ 보도는 다양한 파장을 일으켰고 정부의 대(對)국민 기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커졌지만,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까지 이를 교정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관련 당국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물론 당초의 공언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해명조차 없었던 것.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2008년 말 한국 측은 그간 쌓인 분담금의 이전비용 전용은 물론 2013년까지 같은 방식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직후 미국 측이 분담금 전용 기간을 2019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방부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