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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공군 공정성 논란 자초했다”

132억 사격훈련장비 사업 ‘특혜 논란’

“나사 풀린 공군 공정성 논란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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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찰공고 세 번 오르락내리락
  • ● 인터넷에 ‘비리 의심’ 글 오르자 평가기준 재공고
  • ● 업체 이름 공개한 채 ‘블라인드 평가’?…“잘 몰랐다”
  • ● 최차규 공군 참모차장 “사업단장 심하게 질타했다”
  • ● 감사 착수한 국방부 “업체 유착·사업효과 종합 감사할 것”
“나사 풀린 공군 공정성 논란 자초했다”

시뮬레이터 사격훈련장비 입찰과 관련된 서류들.

최근 공군의 132억 원짜리 ‘시뮬레이터 사격훈련장비 개발사업’ 입찰 결과를 놓고 말이 많다. 특정업체를 밀어줬다거나,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터넷 토론 게시판에는 ‘입찰 비리’를 의심하는 글이 오르고, 국방부는 입찰 관련 수사·감사에 착수했다. 공군은 업체의 이전투구에 말려들었다는 반응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기강 해이해진 공군이 자초한 일이다.

지난 5월 11일 국방전자조달 홈페이지에는 공군 시뮬레이터 사격훈련장비 개발사업 긴급 입찰 공고가 떴다. 시뮬레이터 사격훈련장비는 실제 사격을 하는 것과 유사한 시뮬레이터 훈련 장비. 소총에 레이저빔 발사 장치와 격발·반동 장치를 장착해 스크린 표적지에 대고 쏘면 실제 사격훈련을 하는 것 같은 음향과 반동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오락실의 ‘건 슈팅 게임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육군사격훈련장을 빌려 쓰는 공군으로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사격 훈련비용을 절감하면서 기록·전술 훈련을 반복 숙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사업이었다. 5년간 예산은 132억5000만 원.

그런데 공고 3일 뒤인 5월 14일 갑자기 취소 공고가 떴다. 발주처인 국군 재정관리단에서 사업예산에 ‘0’을 하나 뺀 채 공고를 해 예산이 13억2500만 원으로 공고된 것. 재정관리단은 예산을 정정해 같은 날 2차 긴급 입찰 공고를 했다.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부터다.

세 번 입찰 공고

“나사 풀린 공군 공정성 논란 자초했다”

공군의 ‘시뮬레이터 사격훈련장비 개발사업’이 심사의 공정성·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2차 공고 역시 11일 뒤인 5월 25일 취소했다. 5월 30일 다시 긴급 입찰 공고를 띄웠다. 같은 내용의 입찰공고를 보름 동안 세 번 올렸다 내렸다 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1, 2차 공고에 있던 평가 항목(유사분야 개발실적) 일부분이 3차 최종 공고에선 빠졌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공군은 실제 입찰에 앞서 지난 4월 사업 개시공고(규격공개)를 공군 홈페이지에 올렸다. 업체들 의견 수렴이 목적이었다. 공군의 사업 제안요청서(RFP)에는 △업체 재무구조와 유사분야 개발실적 등의 사업수행능력(45점) △기술력과 유지보수 등의 요구사항 구현능력(50점) △기타(5점)로 구분해 평가·배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RFP에는 공군이 이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 그리고 ‘이렇게 개발해달라’ ‘이런 배점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업체들은 이 요구를 따라야 한다. 사업수행능력(45점)은 업체의 재무구조·전문성(20점), 유사분야 개발실적(10점), 생산능력(15점)으로 세분화됐다. 이 중 10점의 유사분야 개발실적 평가 기준에는 최근 3년간 시뮬레이터, CPT(Cockpit Procedure Trainer), CBT(Computer-Based Training) 납품 실적이 명기됐다.

이때부터 업체들의 문의와 반발이 잇따랐다. 실제 탄환 대신 레이저빔 발생장치와 격발, 반동장치로 정확한 좌표 값을 내야 하는 사격훈련장비 개발 사업에 “비행훈련 장비를 납품하는 특정 업체에 과도한 점수를 주겠다는 의도”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시뮬레이터는 시뮬레이션용 기계장치로, 대표적인 것이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터다. CPT는 조종석에서 조종사가 수행할 절차를 훈련하는 장비이고, CBT는 대형 모니터에 조이스틱 등을 연결해 조종훈련을 하는 장치다.

그런데 5월 11일 실제 입찰 공고에선 이 부문 점수가 10점에서 15점으로 5점 늘었다. 이 분야 실적을 더 높이 평가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문제의’ 점수 계산법이 추가됐다.

15점 만점인 개발 실적은 ‘장비 단가별 가중치’를 적용해 점수를 주겠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납품한 장비 단가가 105억 원 이상이면 3배, 105억 원 미만~100억 원은 2.9배…10억 원 미만~5억 원은 1배, 5억 원 미만은 0.9배 등으로 구체화했다. 사격훈련장비 개발 사업 목적과 같은 제품을 납품했다면 1배, 유사한 제품을 납품했다면 0.5배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1000억 원짜리 전차사격통제시스템을 납품했다고 치자. 시스템 중 시뮬레이터 금액이 1억 원이라면 실적 인정액은 장비단가 기준 5억 원 미만이 적용돼 0.9점이 된다. 만약 이 장비가 동일실적이 아니라 유사실적으로 인정받으면 가중치 0.5배를 적용해 0.45점(0.9×0.5)이 된다. 이런 납품 실적을 건별 점수로 환산한다.

“이것이 비리인가요?”

그런데 최근 3년간 계약금액 총액 기준 대신 이처럼 장비 단가별 가중치를 적용하면 시뮬레이터 전문 납품업체가 유리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따지면 입찰에 참여한 D사를 제외하고 다른 업체들은 15점 만점에 7,8점을 넘기 어렵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추측은 이후 심사 결과를 확인해보니 들어맞았다.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시뮬레이터와 CPT, CBT 납품 실적으로 만점을 받을 업체가 몇 개나 있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소총사격장비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소총사격훈련장비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중 이 실적을 100% 충족할 업체는 한 곳뿐이다. 이 기준을 보고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구나’ 싶었는데, 실제 입찰에서는 15점으로 올라 확신했다. 1,2점 차이로 낙찰 여부가 결정되는 게 입찰이다. 그래서 한 업체는 이 기준을 보고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장비단가별 가중치 계산법’은 5월 30일 3차 최종 공고에선 빠졌다. 1,2차 공고에서 명기된 평가기준이 사라진 것. 공군 비무기체계사업단(이하 사업단)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4월 예비공고를 낸 뒤 국군 재정관리단에서 평가항목과 요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실제 입찰에서는 ‘장비단가별 가중치 계산법’을 명기해 공고를 했다. 그런데 그 계산법은 하나의 ‘예시’였다. ‘이런 식으로 점수를 내겠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한다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업체들은 예시처럼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오해해 이 계산법을 삭제하고 ‘평가위원회에서 평가방법을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공군은 ‘예시’라고 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당시 RFP 평가절차 항목에는 “공군본부는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제시된 평가기준’으로 평가한다”고 돼 있다(5.3.1.1.항). 누가 봐도 제시된 평가기준은 ‘장비단가별 가중치 계산법’이었고, 계산 결과대로 점수를 주겠다는뜻으로 읽힌다. 계산법이 ‘예시’라는 문구는 RFP 어디에도 없다.

또 하나. 평가 기준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공군이 주장하는 ‘오해의 소지’라고만 볼 수도 없다. 2차 공고를 취소하기 이틀 전인 5월 23일 인터넷 한 토론 광장에 ‘이것이 비리인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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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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