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을 민주노총에 줘서야…
MBC는 ‘문재인 방송’…결국 ‘나팔수’ MBC 지키기
민주당은 왜 문재인 정권 때 ‘방송4법’ 처리 안 했을까
이진숙 탄핵? 방문진 이사 임기 만료 막기 위한 꼼수!
문제는 ‘지배구조’가 아니라 ‘언론 윤리’
과방위 마비에 과학·기술 혁신 추락… “방송특위 만들자”
‘방송4법’을 둘러싼 여야 간 ‘방송전쟁’이 점입가경 형국이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 9일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단독 표결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게 발단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현행 9명(MBC·EBS), 11명(KBS)에서 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 뼈대다. 구체적으론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 직능단체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의 이사 추천권을 갖는다.
8월 6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정권의 언론 장악 문제는 지배구조가 아닌 언론 윤리 문제”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4월 22대 총선에서 192석을 얻은 거야(巨野)는 ‘방송4법’이라는 더 ‘독한’ 법안을 들고나왔다. ‘방송3법’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더한 것이다.
7월 30일 야당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의원(189명) 전원 찬성으로 방송4법을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이에 정부는 8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에 대한 ‘방송4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8월 12일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9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방송전쟁’의 뇌관이 되고 있다.
언론인 출신 최형두(62)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다. 이 전쟁의 최전선에서 거야와 맞붙었다. 7월 25일 ‘방송4법’ 본회의 표결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선 첫 발언자로 나서 6시간 37분 동안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8월 6일 국회에서 만난 최 의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필리버스터 때 사용한 95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폈다. 1시간여 인터뷰 동안 그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정치세력이 장악해선 안 된다는 게 요지다.
그는 “‘방송4법’은 위헌 요소가 다분한 법안”이라며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 때 이를 처리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특히 MBC는 문재인 정권 때 ‘문재인 방송’으로 전락해 버렸다. 현재 야권 행태는 그들의 ‘나팔수’인 MBC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야권이 ‘방송4법’을 입법시킨다면 분명 크게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4법’은 국민 재산을 민주노총에 주는 악법”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4법’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지상파를 사용한다. 지상파는 공공재, 즉 국민의 재산이다. 이것을 누군가 소유하게 하는 것은 큰 특혜다. 따라서 국가는 이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공영방송, 방통위 등에 대해선 정부·의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4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21명으로 급격히 늘린다. 이는 공영방송을 정치권으로부터 떼어놓겠다는 뜻이다. 말이 되나?”
공영방송을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잘못인가.
“물론 정치권이 여러 비판받을 점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민주적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국회다. 즉 현재 지배구조는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위임 받아 적절한 전문가를 임명해 공영방송을 공정히 관리하게끔 만들어졌다. 현행 규정상 공영방송 이사진 9명 혹은 11명 가운데 5명을 국회 추천 인사로 구성한다. 하지만 ‘방송4법’이 실현되면 21명 중 5명으로 비중이 크게 줄어든다. 나머지 16명의 이사는 방송·미디어 학회, 시청자 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종별 대표성을 띤 단체가 나눠 추천한다. 그런데 성비(性比)를 맞춰야 한다는 것 말고는 이들(이사 추천자)에 대한 임명 기준이 전혀 없다.”
야권은 그것을 “지배구조 민주화”라고 주장하는데.
“대표성이 떨어진다. 특히 직종 단체가 문제인데, MBC의 경우 보도국 간부와 기자의 95%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구성원이다. 그들에게 이사진 임명권을 준다? 결국 국민의 방송을 민주노총에 주는 거다. 방송·미디어 학회도 마찬가지다. 학회가 수십 개가 넘는데, 어떤 학회를 선정할 것이며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또 시청자라면 전 국민인데, 시청자 위원회 구성원은 어떻게 뽑을 건가. 결국 야권의 ‘방송4법’ 입법 강행 이면에는 ‘MBC 지키기’라는 저의가 숨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방송4법’ 통과하면 후회할 날 올 것”
8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의안과에 제출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이해민 조국혁신당, 김현 더불어민주당, 윤종오 진보당 의원 (왼쪽부터). [뉴스1]
8월 2일 야권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총 투표수 188표 가운데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7월 31일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야권의 이 위원장 탄핵 소추에 ‘MBC 지키기’ 의도가 있다고 보는 근거가 뭔가.
“방통위 기능을 마비시켜서 방문진 이사를 지키려는 꼼수다. 이 위원장을 탄핵 소추하면 탄핵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위원장은 직무 정지 상태가 된다. 방송4법 가운데 하나인 방통위법 개정안을 통해 방통위 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 규정상 방통위원 5명 가운데 2명은 대통령,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이 임명한다. 이 중 2명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방통위법 개정안(‘방송4법’)이 통과되면 의결정족수를 4명으로 늘려놓아 야당이 임명한 위원 2명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한다. 이는 야권이 방통위에 대해 ‘무한 비토(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게 만든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야권이 몽니를 부리면 방통위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야권도 차후 ‘공수(攻守)’가 바뀐다면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왜 유독 MBC일까.
“문재인 정권 때 민주당은 당시 MBC 경영진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웠다. 당시 임명됐던 박성제 사장만 해도 2019년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있었던 ‘검찰개혁 요구 촛불집회’를 보고 와선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 방송에 출연해 ‘(참석자가) 딱 보니 100만 명이더라’라고 말해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다. 여기에 MBC는 2022년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게이트’ 주범인 김만배 씨 인터뷰 건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보도했다. 같은 해 9월엔 윤 대통령 미국 순방에서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통해 악의적으로 대통령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결국 올해 1월 법원으로부터 정정 보도 판결을 받지 않았나. MBC는 문재인 정권, 즉 민주당 ‘나팔수’로 전락했다. 현재 야권은 자신들의 언론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방송4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묻고 싶다. 현행 규정이 그렇게 문제라면 문재인 정권에선 왜 하지 않았나? 그때도 민주당 의석은 180석이나 됐다. 자신들이 여당일 땐 가만히 있다가, 야당이 되니 이러는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 아닌가.”
“새 술은 새 부대에”
1월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통해 비속어 논란을 일으킨 MBC에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2022년 9월 MBC는 윤 대통령의 뉴욕 순방 발언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내용의 자막을 달았다. 보도 직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건물. [뉴스1]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방송계 인사들을 현 정부·여당의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은 주체만 다를 뿐 역시 방송 장악으로 볼 수 있지 않나.
“다르다. 적어도 야권이 지키려고 하는 현재의 방문진 이사들은 임기가 다 됐지 않나. 문재인 정권 때엔 언론 노조, 시민단체 등이 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이사진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 압박을 해서 물러나게 하고 자신들의 사람으로 그 자리를 메웠다. 현재 정부·여당은 다르다. 임기가 끝난 이사진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할 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채우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야권은 4월 총선에 압승한 만큼 민의가 야권에 힘을 실어줬다고 ‘방송4법’을 밀어붙이는데.
“그래서 21대 국회 때보다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초대 국회부터 지난 21대 국회까지 70여 년간 탄핵소추안은 21건 발의됐다. 민주당이 다수였던 21대 국회에서만 1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5월 30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8건이다. 도대체가 말이 되는가. 정부·여당이 잘 못해 총선에서 패배했다곤 하지만 근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답보 상태다. 이는 현재 야권이 보이는 행태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윤 대통령이 방송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19번째 거부권인데, 거부권 행사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해당 법안을 입법시킬 수 있다. 사실상 20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가 필요하다. 이는 민주주의라고 해서 ‘단순 다수결’로 운영하지 말고, 행정권·입법권이 충돌할 시 ‘협치’를 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흔히 거부권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표현은 재의요구권이다. 대통령이 큰 쟁점에 대해 국회가 한 번 더 생각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게 나쁜가. 미국 민주당에서 존경받는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1882~1945)도 임기 중 63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지배구조가 아닌 윤리 문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 장악’ 논란이 인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야권이 문제 삼고 있는 ‘지배구조’로 인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보단 공정보도, 즉 언론 윤리와 더 관련 있는 일이다. 사람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언론인이 되고, 편집국장이나 보도본부장 등 편집권을 가진 위치에 올랐을 때 자의적 기사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그러한 일을 막을 수 없다고 보나.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는 없다. 인사 때마다 논란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순 없다. 한국의 방통위,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총 12인의 경영위원을 통해 운영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4인의 이사진으로 운영된다. 미국 방통위인 FCC 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총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사진·위원 수, 임명 절차 등에서 현재 한국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지배구조는 잘 갖춰졌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
지배구조보다 언론 윤리 혹은 공정 보도가 더 모호한 기준 아닐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될 일이다. 공영방송의 모범이라고 여겨지는 BBC는 방송 제작에 엄격한 보도 준칙을 적용한다. ‘불편부당(不偏不黨)’에 대한 12개 하위 요소, △정확성 △균형 △맥락 △거리두기 △공평성 △공정성 △객관성 △무편견성 △엄격성 △진실 △자각 △투명성을 근거로 특정 관점이나 입장을 대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를 어기면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KBS, MBC 등 한국에도 보도 준칙이 있는데, 잘 지키지 않아서 문제다. 공정 보도를 하지 않고 특정 집단에 유리한 편파 방송을 하니 관련된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해당 언론사를 지키려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공정 보도를 하면 누구의 편도 아니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지 않나. 다시 말하자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지배구조가 아니라 방송국과 방송 종사자의 윤리 문제다.”
최 의원은 “야권이 더는 ‘방송4법’으로 몽니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방위가 마비 상태다”라며 “차라리 ‘특위’를 만들어 ‘방송4법’은 따로 논의하고, 과방위를 정상화해서 시급한 민생법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과방위 정상화에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으로선 이진숙 위원장 탄핵 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판결 결과가 나와야 정상화를 논할 수 있을 듯하다. 답답한 일이다. 과방위는 방송 관련 법안만 논하는 곳이 아니다. AI, 우주산업 등 국가 미래 산업과 관련한 과학·기술 법안을 다루는 곳이다. ‘방송4법’ 공방 때문에 과방위가 제 구실을 못하니 국가 과학·기술 발전이 멈춰 있다. 민주당의 요구는 끝이 없다. 이진숙 위원장이 오기 전부터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압박해 결국 스스로 물러나게 하지 않았나. 사실상 쫓아낸 거다. 그 자리를 메운 이상인 방통위원장 대행까지 탄핵하려 해서 물러났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올 때까지 ‘무한 탄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방송4법’에 집착할 바엔 그에 대한 것만 다루는 ‘방송특위’를 만들어 논의하고, 과방위는 정상화해서 과학·기술 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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