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이 여전히 배를 곯고 있는 거 같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은 2024년 12월 5일(현지 시간) 쿠르스크 지역의 북한군 사이에서 식사 배급량이 적다는 불만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당국이 장성을 파견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알렸다. 파견된 장성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군관구의 지원 담당 부사령관 메블리우토프 소장. DIU는 “메블리우토프 소장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러시아군 제11공수돌격여단의 식량 보급품을 북한군에 공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 군인들은 해마다 추수 때가 되면 가을걷이전투, 알곡전투, 낱알전투(낱알 한 톨이라도 흘리지 말고 수확하는 것) 등의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지만 늘 배 고프다.
배고픈 북한 군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전투에 참전했지만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월 23일(현지 시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북한군이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합참 또한 이날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북한 주민과 군인들이 식량난에 허덕이는데도 김정은은 해마다 고가의 말을 사들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은 2024년 8월 러시아로부터 오를로프 트로터(Orlov Trotter) 품종 말 24마리를 사들였고, 2022년 11월 51마리, 2015년에도 61마리를 사들였다. 이 품종의 말은 15만 달러(약 2억 원) 이상까지도 판매되고 있다. 김일성이 백두산 인근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했다는 ‘백두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백마를 즐겨 탄다는 김정은 일가다. 백성은 굶어 죽거나 총알받이가 돼도 가문의 우상화 작업은 여전하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은 3000~4000알. 포기로 치면 벼 3포기 정도다. 김정은에 세뇌된 충성심에 밥 한 그릇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러시아로 날아갔을 어린 군인들이 벼 3포기를 요구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난다.
재만동포모사적유동식추수실시 -‘신동아’ 1932년 11월호-
만주 동포의 배고픔, 목숨 건 추수
조선인은 19세기 말부터 삶의 터전을 찾아 중국 동북지방(만주)으로 이주했다. 일제는 한일합방 이후 1912~1918년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해 조선 내 모든 토지의 소유권을 합법적 방법으로 수탈하기 시작했다. 토지와 소작권을 빼앗겨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1910년 20만 명에서 1931년 61만 명으로 늘어갔다(김철, 한국의 인구와 경제, 1965).
하지만 만주에서의 삶도 녹록지는 않았다. 중국 관헌의 무자비한 압박과 가혹한 박해는 일제 못지않았다. 재만주 조선인은 한·중·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일제는 그들을 대륙침략을 위한 도구로, 중국은 경제적 착취를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1931년 9월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사분오열된 중국 패잔병들은 약탈·방화·강간·학살을 일삼았고, 조선인을 보호하는 군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길림의 조선인들은 마적단을 피해 장춘, 봉천으로 피난을 가야 했다.
비적의 만행을 피해 피난민 수용소에 정착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식량이었다. 조선인들은 가을 추수를 마치지 않아 당장 겨우내 먹을 곡식조차 없었다. 이듬해 보릿고개 춘궁기는 또 어이 넘길 수 있으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일반. 절박한 조선인들은 적진 한가운데에서 추수를 하겠다고 조선총독부와 외무국에 요청했다. 결국 조선인들은 비밀리에 중국 길림성 이통현 고유수 지방으로 이동해 죽음을 무릅쓴 추수를 해야 했다. 일주일간의 추수가 끝나면 재빨리 길림성 장춘시 근교로 도둑고양이처럼 이동해 추수했다. 나라 잃은 국민의 설움이 어디 이뿐이었겠는가만은 따지고 보면 요즘도 도처에 비적들이 활보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