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 회장 교체로 조직 쇄신할까?

[금융 인사이드] ‘역대 최대’ 실적 냈지만…

  • 손희정 이투데이 기자 sonhj1220@etoday.co.kr

    입력2024-12-13 14: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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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금융사고 10건, 사고 금액 293억 원

    • 3분기 ‘역대 최대’ 성과에도 부실 책임론 대두

    • 내부통제위·윤리자격증 도입으로 내부통제 박차

    • 지배구조 변수… 중앙회 제동 건 당국 입김 통할까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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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4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지만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임기 막바지까지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 지배구조상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농협중앙회의 결정이 관건이다. 농협중앙회는 중대한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취약한 지배구조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기존 회장의 연임을 통해 경영 연속성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조직 쇄신’을 위해 교체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석준, 내부통제 강화 카드로 승부수 띄우다

    2024년 9월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024년 9월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회장의 ‘2년 임기’가 2024년 12월 말 만료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 회장의 임기 종료에 맞춰 같은 해 9월 말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해 승계 절차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전형적 ‘관료 출신 인사’로 꼽힌다. 제26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조정실장을 거치고 20대 대선 국면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서 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으로 활동하며 2023년 1월 농협금융 수장에 올랐다. 이러한 이력 탓에 취임 전부터 ‘관피아’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최대 걸림돌은 잇따른 금융사고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NH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은행 최근 5년간 금융사고 적발 현황(2024년 8월 기준)’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업무상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 총 10건이다. 총 규모는 293억2852만 원이다. 주요 계열사의 금융사고인 만큼 그룹 전반의 관리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 회장은 임기 막바지까지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2024년 10월 30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최초다.

    ‌내부통제위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책무 구조도 이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2025년 상반기까지 업계 최초로 ‘NH금융윤리자격증’ 도입도 추진한다. 지점장이나 팀장 등 책임자급 직원이나 퇴직자를 채용해 지점 감사 역할을 맡긴 순회감사자 등 내부통제 직무 담당 인원이 대상이다. 이 회장은 2024년 10월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사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서 국민의 돈을 관리한다는 의식이 강화될 수 있도록 금융권 최초로 금융윤리자격증을 도입해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이 재임 기간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취임 첫해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도 호실적을 유지한 데 이어 2년 차인 2024년엔 그룹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3151억 원으로 기존 최대치였던 2023년 3분기보다 13.2%(2701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3년 연간 실적인 2조2343억 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한 경영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업계에선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NH농협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 형태의 KB, 신한, 하나금융그룹 등과 달리 NH농협금융그룹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따라서 인사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2024년 5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인사권 존중 차원에서 계열사 대표 등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관례도 있다. 특히 2024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각을 세워 이 회장의 입지는 좁아진 상태다.

    이 회장은 당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를 내정할 당시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었다. 농협중앙회는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로 추천했으나 NH농협금융지주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마찰을 겪었다. 결국 이 회장이 지지한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농협중앙회 입김 vs 당국 견제’ 구도가 변수

    다만 금융당국이 NH농협금융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일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배경에는 농협 특유의 인사 개입으로 인한 취약한 지배구조가 있다는 관점에서다.

    이미 강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후보이던 시절, 그의 선거 캠프에 있던 인물로 인사가 잇따르면서 농협이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다시 낙하산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내부에서 파다하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강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 49명 가운데 내부 승진자는 한 명도 없고, 농협 퇴직자가 다시 주요 요직으로 복귀하는 등 모두 외부 인사로 충원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024년 10월 초 NH농협금융그룹에 경영유의, 개선사항 통보를 통해 공식적 자회사 경영관리 절차 마련과 인사조정위원회 관련 기록·관리 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비공식 채널을 동해 금융지주-자회사 간 경영 협의에 영향력을 미침에도 관련 내역이 공식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 자회사 경영 협의 과정과 임원 선임 절차를 명문화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해 관련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정상 경영유의는 6개월, 개선사항은 3개월 이내에 개선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지라 기존 회장의 연임이 경영 연속성 및 지배구조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이 연임되면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가 독립적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강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인 데다, 여러 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회장이 교체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최근 내부통제 노력과 금융당국의 지적이 거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임추위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회장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차기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부상하는 인사가 없는 만큼 연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회장이 연임을 하기엔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적잖아, 업계에선 교체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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