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없는 민주주의 비극적 결과 대한민국
정부 기능 마비시킨 野 ‘마구잡이’ 탄핵 소추
선거법 재판 ‘6·3·3 원칙’과 이재명 대표의 조급증
정부 헌법적 권한 부정한 민주당…수위 한참 넘어
미래 먹거리, 청년 일자리 예산까지 삭감해서야
“민주주의 핵심은 관용 베풀어야 한다는 믿음”
얽히고설킨 실타래, 법치 틀 안에서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6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다소 감성적인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됐다. 담화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반민주적 국회 폭주 사례와 정부의 기능 마비 실상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전체 12개 문단인 비상계엄 담화문에서 8번째 문단까지 이런 내용이 이어졌다. 나중에 전해 들은 얘기지만, 여기까진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국회 폭거가 반년 가까이 지속된 터라 불만이 생긴 국민도 꽤 있었던 거 같다.
청천벽력 같았던 비상계엄 선포문 9번째 문단
청천벽력 같은 비상계엄 선포는 9번째 문단 끝부분에 들어갔다.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간 경악과 분노로 변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과 헌법적 지위는 사실상 거기서 끝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정치적 돌연사였다.
윤 대통령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또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계엄의 명분은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2024년 12월 9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이 74%, 반대가 23%였다. 이튿날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찬성 76.1%, 반대 21.9%였다. 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찬성 75%, 반대 21%였다. 여론조사만 보면 국민 네 명 중 세 명꼴로 탄핵에 찬성한 셈이다.
국민의힘 지지층(한국갤럽 조사)의 탄핵 반대는 71%(9일)에서 66%(13일)로 나흘 새 5%포인트 낮아졌다. 그런데 전체 응답자 중 탄핵 반대가 23%(9일), 21%(13일)에 그친 건 주목할 만하다. 비상계엄에 실망한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했다는 걸 시사한다. 이른바 ‘샤이(shy) 보수’의 마음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명태균 사건이 보여줬듯이 어차피 여론조사는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 표집의 균형이 맞지 않거나, 유도성 질문이 결과를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진국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 자료로만 쓴다.
일국의 중대사는 엉성한 여론조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건 후진국에서나 통할 법한, 막가는 선동 정치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민주당과 좌파는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이게 민심’이라고 떠든다. 여당은 지지층이 동요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국민이 보기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한국의 비상계엄에 관심을 보였다. 2024년 12월 5일(현지 시간) 오바마 재단 주최로 열린 ‘다원주의 포럼’에서다. 그는 “나와 다르게 보이거나 생각하는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면서 “이번 주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비교적 동질적인 국가에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한 국가에 존재하는 정치적 이념들의 다양성과 차이점을 용인해야 한다는 다원주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관용 없는 민주주의가 비극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로 한국을 든 것이다.
정곡을 찌른 따끔한 지적이었다. 사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나라 중에 한국만큼 관용이 실종된 곳이 또 있을까. 언제부턴가 보수·진보 갈등이 깊어져 지금은 상대 진영 사람과 밥 먹기도 꺼리는 지경이 됐다. 시발점을 콕 집기는 어렵다. 하지만 급격히 나빠진 건 문재인 정부 때일 것이다.
문 정부의 집권 세력은 초기부터 노골적으로 ‘국민 갈라치기’에 나섰다. 왜 국론 통합이 필요하냐며 보수 진영을 공격했던 유명 좌파 정치인은 문 정권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들은 ‘적폐 청산’이란 미명 아래 보수 인사 200여 명을 감옥에 보냈다. 그들이 신성시한 ‘촛불 혁명’은 다중의 힘으로 체제를 무너뜨리는 사회주의혁명과 다를 게 없었다.
그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신약은 국가경제를 뿌리부터 병들게 했다. 현실을 도외시한 최저임금 인상은 편의점 점주 수입이 ‘알바’ 점원보다 적은 슬픈 역설을 가능케 했다. 인건비 무서운 식당 주인이나 음식값 무서운 서민이나 다 함께 힘들었다. 아파트값 폭등을 숨기려고 통계를 조작했고, 비과학적 선동으로 원전을 멈춰 세웠다. 그러다 안 되겠다 싶으면 지난 정부를 탓했다.
정치권 상수로 부상한 이재명 ‘사법 리스크’
다행히 정의는 살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5년 만의 정권교체로 보수의 지지를 받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이번엔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보수·진보 갈등과 국론 분열은 훨씬 더 심해졌다. 두 동강 난 민심은 지지하는 정파를 쫓아 ‘확증편향’의 늪에 빠졌다.
따지고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국민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2대 총선 승리에 이어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는 공당이어야 할 민주당을 ‘사당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는 ‘이재명 일극 체제’로 만든 것이다. 그 후 민주당의 국회 폭거가 본격화했다.
20대 대선에서 떨어진 이재명 후보는 패장의 책임을 외면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3개월 만에 당대표가 됐고, 2024년 8월엔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대선에서 진 이 대표가 당대표로 직행한 건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과 4범인 이 대표는 현재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를 가장 많이 압박하는 건 2024년 11월 15일 나온 공직선거법 1심 판결이다. 당선 무효와 피선거권 박탈 기준(벌금 100만 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 재판은 진행도 가장 빨라 이르면 2025년 2~3월쯤 항소심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2심에서 벌금형으로 내려간 사례는 극히 드물다.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유력하다는 뜻이다.
선거법 재판엔 ‘6·3·3 원칙’이 적용된다.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끝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은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시킨다.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도 기소 후 2년 2개월 만에 나왔다.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재판 지연 기술은 정평이 나 있다.
12월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은 2019년에 기소됐다. 확정 판결까지 5년이 걸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에 진행된 1심 재판은 무려 3년을 끌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재판은 ‘지연된 정의’의 전형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6·3·3 원칙’을 강조한 이유도 그런 현실 인식에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2심에서도 고의적인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 1심 선고 후 한 달이 넘도록 항소심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질적 항소심 개시 요건인 소송 기록 접수 통지를 방해할 의도라는 게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의 설명이다. 자신의 주장처럼 죄가 없다면 이 대표는 왜 이렇게 재판을 늦추려고 할까. 입으론 무죄를 주장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이재명 대표에겐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선거법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이 나오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대선 출마의 길이 막힌다. 6·3·3 원칙대로 하면 2025년 5월이 가기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윤 대통령을 끌어내려 조기 대선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뿐일 것이다. 대통령 자리가 비어야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를 수 있다. 헌재 심리가 늦어지는 건 이 대표한테 참기 힘든 고통이 될 게 뻔하다.
22대 국회 개원 후 민주당이 보여준 국회 폭주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시 봐도 너무 노골적인 정부 흔들기였다. ‘난장판’ 국감이 끝나기 무섭게 무도한 ‘공직자 줄탄핵’과 일방적인 예산 삭감 폭주가 이어졌다. 실제로 감사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서울중앙지검장 외에 다수의 중견 검사가 탄핵 소추당했다.
국회가 탄핵 소추하면 헌법재판소 결정 전까지 해당 공직자의 직무는 정지된다. 정부 기능이 당장 마비되지 않더라도 심각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내세운 탄핵 사유는 하나같이 명분과 설득력이 약하다. 그래서 ‘정치 보복’이란 말을 듣는다.
헌정사상 초유인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소추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사드 배치 지연,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을 감사했으니 미운털이 박혔을 것이다. 그런데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여야 3대 3인 감사위원 구도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사실상 감사원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를 괴롭힌 죄’라니…
방송 장악을 노리는 민주당이 의도한 대로 방통위도 개점휴업 상태다. 직무 정지로 몰린 이동관·김홍일 두 전 위원장은 탄핵 직전 사퇴했고, 어렵게 취임한 이진숙 현 위원장은 이틀 만에 탄핵당했다. 말 많은 ‘2인 체제’에서 한 명이 직무 정지니 기능이 작동할 리 없다.
어느 민주당 의원은 탄핵 명단에 오른 검사들을 놓고 “이재명 대표를 괴롭힌 죄”라고 폭언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이 있는 대장동·백현동 비리, 대북 송금 의혹 등을 수사한 검사들한테 말이다. 적반하장을 넘어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다. ‘그런다고 니들이 어쩔 건대?’라며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닌가.
민주당이 2023년 손을 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검사 2명의 탄핵소추안은 예상대로 헌재에서 기각됐다. 그 뒤에 굴비 엮듯이 올라간 소추안도 거의 다 기각될 공산이 크다. 상식적으로 봐도 탄핵 요건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뻔히 기각될 탄핵 소추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장관급 공직자를 직무 정지로 몰아넣어 해당 부처나 기관이 흔들거리면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극단적으로 정부를 무시하고, 정부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정도면 국회의 고유 권한인 정부 견제라 하기 어렵다. 수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민주당은 정부의 헌법적 권한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안중에도 없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이런 전행과 폭주는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선동과 변신에 능한 민주당도 계속 비상계엄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불요불급한 부분을 삭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액 삭감’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예산안에서 어떤 항목을 전액 삭감하면 정부보고 그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민주당은 677조400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8000억 원을, 여당과 협의 없이 일방 삭감했다. 1차 삭감액은 4조1000억 원이었다. 그런데 비상계엄이 터지자 대통령비서실의 비서관급 이상 급여 등 7000억 원을 추가 삭감했다. 대통령 직무 권한이 정지되기 전인데도 비서실 공무원 봉급을 아예 없앤 것이다.
대통령실, 감사원, 검찰, 경찰 등의 특수활동비와 각종 지원비 760억 원이 전액 삭감된 건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당이 미워하는 기관들이니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미래 먹거리인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332억 원, 원전 생태계 지원 1112억 원, 청년 일 경험 지원 1663억 원, 청년 니트족 취업 지원 706억 원 등은 왜 전액 삭감했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미래 먹거리나 청년 일자리 같은 건 ‘이재명 방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건가.
민주당의 ‘촉수’는 항상 선거에 맞춰져 있다. 이번에도 지지층에 나눠줄 포퓰리즘 예산은 알뜰히 챙겨 증액했다. ‘이재명표’ 딱지가 붙은 지역사랑상품권 7063억 원,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3920억 원(금융지원 2301억 원, 보급지원 1619억 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 857억 원, 새만금 신공항 건설 514억 원 등이 그런 예다. 이 대표의 1심 징역형 판결이 나온 후 그렇게 비난했던 사법부도 241억 원을 늘렸다. 국민 혈세 갖고 선심 쓰는 척하다가 판사들 화만 돋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찬성 204표’로 대통령 탄핵··· 모든 건 헌재에 달렸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재가 탄핵 소추 청구를 인용해 대통령을 파면하면 60일 내로 대선이 치러진다. 물론 탄핵 소추 청구가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리려면 헌법재판관 정원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헌재엔 지금 6명의 재판관만 있고 국회 추천 몫 3명은 공석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 청구를 심리할 수 있는 정족수(재판관 7명)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후임자 추천 절차를 서두를 것이다. 하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이 장관급인 헌법재판관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할지는 불확실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문형배·이미선 두 헌법재판관 임기가 2025년 4월 18일 끝나는 것도 변수다. 이들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추천 몫’으로 임명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후임자를 정해 임명까지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헌재의 재판관 2명 공석이 장기화할 수 있다. 남은 헌법재판관 7명이 심리해 6명의 찬성으로 대통령을 파면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2일 네 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7000여 자 분량으로 약 29분이 걸린 긴 담화였다. 윤 대통령은 시종일관 거대 야당을 비난하면서 계엄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계엄은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여서 내란이 될 수 없다면서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까지 했다. 직전 담화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게 느껴졌다.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비상계엄을 발령해 ‘내란죄(우두머리)’를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동기와 관련해 “정부에 대해 헌법상의 견제권을 행사하는 국회에 불만을 갖고”라고 기술한 대목이다.
일단 민주당의 국회 폭주와 대통령 탄핵 촉구 장외 집회 등이 ‘헌법상의 정부 견제권’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의 국회 폭거가 내란 선동’이라는 주장도 많이 나온다. 윤 대통령도 담화에서 임기 초부터 대통령 퇴진 및 탄핵 집회가 178회나 야당 주도로 열렸는데 이는 ‘대선 불복’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비상계엄이 내란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과 맞물려 있다. 계엄 자체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헌법에서 벗어난 계엄은 사법 심판의 대상이라는 게 헌법 학자 다수의 의견이다.
대통령이 정권 찬탈? ‘내란죄’가 운명 결정한다
위헌적 비상계엄이 인정된다고 해도, 그것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내란죄는 정권 찬탈의 목적이 있어야 성립되는데, 대통령이 찬탈할 정권이 어디에 있냐는 반론이 나온다. 따지고 보면 내란죄는 ‘사법 리스크’로 시간에 쫓기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만들어낸 정치 프레임일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을 우회하려면 그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최종 판단은 헌재의 몫이다. 여야 불문하고 헌재를 향해 가타부타할 일이 없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처럼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법치의 틀 안에서 푸는 게 타당하다. ‘질서 있는 퇴진’이 어렵다면 헌재의 심판을 따르는 게 차선일 수 있다. 정치권도 뜨거운 감성의 시간을 접고, 냉철한 이성의 시간을 열어야 한다. 그게 정국의 혼란과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헌재의 공정한 심리를 방해하고 그 혼란을 틈타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은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선동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공적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신동아 1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