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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쓰면 ‘집중 못하는 뇌’ 된다

스마트폰 쓰면 ‘집중 못하는 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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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갤럭시S2, 아이폰4, 옵티머스2X, 베가 레이서, 아트릭스 등 성능이 더 강력해진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현한다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 그러나 개인의 고립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 그 진화의 끝은 과연 행복한 모습일까?
스마트폰 쓰면 ‘집중 못하는 뇌’ 된다

아이폰4와 갤럭시S2.

3D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기차표를 예약하고 관공서에 서류를 신청하는 등 생활에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에는 거의 매일 스마트폰에 관한 기사가 실린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안에 2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의 생활 습관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인 채 내내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의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들고 다니며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업무와 오락의 경계를 넘나들게 됐다. 이미 PC방 컴퓨터나 집 텔레비전 시청을 통해 즐기던 오락 기능의 상당수는 스마트폰에 통합돼 있다.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고 녹화한 방송 내용을 받아서 볼 수도 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일정 관리 같은 단순 기능을 넘어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업무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의 몰입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미래와 관련해 개인용 컴퓨터(PC)를 대체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PC 관련업체들은 겉으로는 개의치 않은 척하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여파로 올 1분기 국내 PC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줄어들었으며 2분기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은 더 빠른 칩과 더 선명한 화면을 채택하고 있다. PC와 맞먹는 기능의 애플리케이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화면만 작을 뿐 머지않아 스마트폰은 PC가 하는 일을 거의 다 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지금은 사진 작업, 고해상도 동영상, 다중 접속 게임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곧 해결해줄 것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은 스마트컴퓨터라고 불러야 마땅할 정도가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을 PC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몇몇 회사에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성능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고 도킹 시스템으로 키보드, 마우스, 프린터, 모니터, 텔레비전 같은 주변 장치와 자동으로 연결된다면 굳이 가정이나 회사에서 여러 대의 PC나 노트북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모든 것에 접속한다’는 꿈에도 다가가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통화, 메시지, 전자우편을 쓸 수 있고 비용과 접근 경로가 문제가 될 뿐 이론상으론 문서든 동영상이든 음악이든 언제든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정보를 제공할 상대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온갖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로 사회적 관계를 풍부히 할 수 있다. 증강현실을 통해선 원하는 맛집과 상점을 찾아갈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과 요구 사항을 설정해놓으면 길을 걸어갈 때 필요한 정보나 광고가 나온다. 놀이공원 입구를 지나칠 때 스마트폰에 “표를 사겠습니까”라는 물음이 떠오르면 “네”라고 누르기만 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직장에서 스마트폰의 칩들을 공유해 공동의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명동에 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위치 파악 장치를 이용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동의와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발전은 위치 기반 시스템과 사회적 접속을 전제로 한다. 예전에는 거대 과학기술이 개인을 익명화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킹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개인의 취향과 욕구에 맞추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방향이다. 깊은 산이나 무인도에서 조난당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구조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로 사람은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은 어쩌면 존재론적 논쟁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구현하는 서비스나 오락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은 가상의 세계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실제 세계 속의 삶을 포기한 채 손바닥만한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게 사는 것인가’라는 실존적 의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존재론적인 물음

이는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왜 만나는 동안 스마트폰만 계속 들여다보느냐”고 불평하는 풍경은 흔히 목격된다. 스마트폰이 실제 현실의 인간관계에 금이 가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가상의 소셜 네트워크는 더 풍부해졌는지 몰라도 가족 간의 관계 단절, 친구나 이웃과의 교류 중단 현상이 확실히 심화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여러 유형의 소셜 네트워크들은 근본적으로는 상업적 목적에서 고안된 것이며 따라서 실제 현실에서 오랫동안 직접 만나서 쌓아온 것과 같은 인간관계의 깊이를 제공해주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더 심화시킬 여지가 있다. 이러한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위해 현실 세계의 실제의 삶, 실제의 인간관계를 유보시켜온 것에 대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여자친구가 계속 불평하는데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로 부터 이별을 통고받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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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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