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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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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언론은 “많은 미국인이 스마트폰 중독 초기 증상을 보인다”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이는 1시간도 견딜 수 없어한다”며 앞 다퉈 보도한다. 우리는 정말 중독된 걸까. 이 중독이 나쁘기만 한 걸까?
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5월 30일 중국 홍콩 지하철 객차에서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어찌 살았을까 싶다. 지하철을 타든, 길을 가든, 카페에 앉아 있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겨우 5년밖에 안 되었다. 급속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변화가 가속되면 10년 후 어찌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이용하므로 마치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인 듯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할 때 어떤 상태를 중독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중독이라는 말을 반쯤 농담 삼아 ‘무언가에 푹 빠져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중독의 기준

학자들은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전자 기기에 푹 빠져 있는 것에 과연 중독이라는 명칭을 붙여야 할지를 놓고 사실 심리학자들과 의학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의학적으로 중독이라는 말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정신장애’라는 의미가 된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은 정신장애임이 분명하다. 의존증이 갈수록 심해진다. 끊고자 마음먹고 시도도 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멈추면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직장도 가정도 파탄 나기 일쑤다. 그래서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의학의 관점에선 이런 상태가 전형적인 중독 상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중독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전자 기기에 중독이라는 말을 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중독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 뒤 비디오 게임 중독이 나왔다. 10여 년 전부터는 인터넷 중독이 유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마트폰 중독이 등장한 것이다.

역사가 가장 깊은 건 텔레비전 중독이다. 관련 연구도 풍부한 편이다. 많은 사람은 팝콘이나 과자를 끼고 소파에 드러누운 채 몇 시간이고 텔레비전을 본다. 사회과학에선 이런 사람을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카우치 소파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포테이토칩을 먹으며 TV 시청에 빠져드는 사람)’라고 명명한다.

의학은 텔레비전 중독이 비만, 두통, 산만함, 성인병, 소아당뇨,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언어발달지체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은 “텔레비전 폭력물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은 더 공격적 성향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반면 “폭력물 시청이 카타르시스(감정정화) 작용으로 시청자의 공격 성향을 낮춰준다”는 보고도 있다.

텔레비전은 한번 켜면 좀처럼 끄기 어렵다. 마음에 안 드는 방송이 나오면 끄는 대신에 채널을 돌리면서 본다. 광고를 피해 채널을 수시로 바꾸는 시청 행위를 ‘재핑(zapping)’이라고 한다. 텔레비전 시청이 중독성을 수반한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들어 학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인터넷 중독이다. 전문가들은 의학 분야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인터넷 중독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에 몰두하는 행위를 마약 중독이나 술 중독과 같이 질병으로 취급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인터넷에 푹 빠져 있으니 중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든 도박을 하든 검색을 하든 화면 앞에만 붙어 있다가는 가정이 파탄 나며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다. 여느 중독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터넷이 내용물을 전달하는 매체일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도박, 음란물, 게임 등 콘텐츠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건대 텔레비전 중독과 인터넷 중독은 의학적으로나, 실제의 삶에서나 ‘실체가 있는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오래 보면 기분 처져

이어 나온 것이 스마트폰 중독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연구 자료가 풍족한 편은 아니다. 기존의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인터넷 중독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은 이런 매체들을 통해 하던 일들을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서도 말이다. 중독되기에 딱 좋은 기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로버트 커비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텔레비전 중독이 결코 비유가 아니라는 글을 썼다. 그들은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생물학적 정향 반응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보았다. 정향 반응은 개의 조건반사 연구로 유명한 이반 파블로프가 1927년 처음 기술했다. 갑작스럽거나 새로운 시청각적 자극에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동물이 진화하면서 얻은 형질이다. 낯선 소리나 광경에 재빨리 이목을 집중하지 않으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정향 반응이 일어날 때 뇌로 가는 혈관은 팽창하고 근육으로 향하는 혈관은 수축된다. 또 심장 박동은 느려진다. 뇌는 바쁘게 돌아가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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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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