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제2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 기조연설 맡은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책임지도교수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과 프로바이오틱스의 미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9-08-13 17: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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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바이오틱스를 4세대 유산균이라 부르는 이유

    • 소장은 유해균과 유익균의 격전지, 프로바이오틱스는 최정예 군사

    • 한국인에 강한 토종 유익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

    [홍태식 기자]

    [홍태식 기자]

    용어부터 정리해보자.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 ‘발효에 의해 생장하는 세균 중 발효 결과 유산을 주된 산물로 생산하는 세균들을 의미한다.’ ‘미생물학백과’의 설명이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들이며 일부 바실러스(bacillus)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부분에 나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말이 ‘생명을 위하여’라는 뜻인 만큼 건강에 도움을 주는 착한 균이라고 보면 된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성분 표시에 자주 등장하는 비피더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륨, 락토바실러스 퍼멘텀,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비피도박테리움 롱검, 락토바실러스 애시도필루스, 엔테로코커스 패시움 등이 여기에 속한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프로바이오틱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장내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의 설명이다. 용어 자체는 ‘생명 이전’이란 뜻이며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잇감으로서 장내 유산균의 증식이나 활성을 높여준다. 유익균의 먹이 또는 영양제라고 기억하면 된다. 올리고당, 프락토올리고당, 이눌린, 식이섬유 등이 있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소넨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미생물학 교수 부부가 쓴 ‘The Good Gut’(국내 출판 제목은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에서 신바이오틱스 부분을 찾았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한데 묶어 신바이오틱스라 총칭한다. 신(syn)은 시너지 효과를 의미한다. 둘의 조합이 각각의 효과를 합한 것보다 더 큰 효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쉽게 말해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이 먹는 먹이다. 따라서 사람이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먹으면 대장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의 식탁이 더욱 풍성해진다.’ 즉 균 따로 먹이 따로가 아니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섭취하도록 만든 간편식이 신바이오틱스다.

    장내 미생물과 건강의 상관관계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 국내에서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앞세운 제품을 처음 개발한 윤복근(56)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흔히 유산균과 유익균이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유산균은 인체에 유익한 생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이 프로바이오틱스를 1세대 유산균이라 한다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을 가리키는 프리바이오틱스를 2세대, 유익균과 먹이를 합친 신바이오틱스를 3세대라 한다. 나아가 유익균이 먹이를 먹고 만들어낸 대사산물을 포함한 것이 포스트바이오틱스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합친 신바이오틱스에 유익균의 대사산물(유산균배양건조물이라고도 한다)이 합쳐져 차세대 유산균이라 불리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왜 대사산물이 중요한가. 우리 장내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것이 이 대사산물이기 때문이다. 유익균이 장까지 살아서 도착하더라도 이들이 배양건조물을 생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대인의 장내 환경은 대부분 유해균의 비중이 높아서 유익균의 대사산물이 생성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극히 소량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배양건조물을 포함한 포스트바이오틱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위산과 담즙산에 사멸하지 않아 많은 양이 필요 없고 배양건조물의 생산 과정 없이 곧바로 간, 심장, 세포 등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효능은 더 빠르고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마이크로비오타(microbiota)와 게놈(genome)의 합성어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또는 미생물 유전체를 가리킨다. 우리 몸에는 약 10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그중 장내 미생물은 4000여 종, 100조 개 정도가 있다. 향후 마이크로바이옴이 인류 최대 난제인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대사산물이 건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각국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왜 지금 포스트바이오틱스인가

    2018년 11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 참가자들. [동아DB]

    2018년 11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 참가자들. [동아DB]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에서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중에 박테리오신(bacterioncin)과 단쇄지방산이 있다. 천연 항생물질인 박테리오신은 장 점막 깊숙이 들어가 아토피, 면역질환, 성인병, 암, 정신질환 등을 일으키는 유해균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단쇄지방산에는 아세트산(acetic acid),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뷰티르산(butyric acid)이 있는데 이들 유기산은 면역력을 높이고 혈당 조절 및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하며 장의 pH를 약산성 상태로 만들어 살균작용을 한다. 특히 뷰티르산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우리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열심히 먹는 이유도 바로 이런 대사물질을 얻기 위해서다. 

    포스트바이오틱스의 효과를 이해하려면 인체의 대사과정을 알아야 하다. 윤복근 교수는 우리 몸속에 음식물이 들어와 분해와 흡수가 되는 소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의 기능을 강조한다.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은 입에서, 단백질은 위에서, 지방은 십이지장에서 분해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소장으로 내려와 탄수화물은 포도당, 단백질은 아미노산,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돼 융모를 타고 세포벽으로 흡수되는데 수용성은 모세혈관을 통해, 지용성은 암죽관을 통해 세포로 들어가 세포 호흡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이처럼 음식물을 우리 몸속 세포가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소화라 하며 소화가 끝나면 사람들은 다시 ‘배가 고프다’고 느낀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물을 먹을 때 엄청난 양의 외독소와 세균도 함께 몸속에 들어온다. 부패한 음식과 함께 유해균이 들어오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항생제를 포함한 각종 항생물질을 가리키는 안티바이오틱스(antibiotics), 화학의약품·화학식품첨가제·화학계면활성제나 중금속 등 인공적으로 합성된 유기화학물을 가리키는 제노바이오틱스(xenobiotics), 동물 사료나 식품에 포함된 화학성분 같은 제노에스트로겐(xenoestrogen) 등 유해물질이 들어와 음식물과 함께 최종적으로 소장에 집결한다. 인체 장기 중 소화기관의 마지막 장소인 소장은 우리 몸에서 유해물질과의 싸움이 일어나는 치열한 전쟁터와 같다. 따라서 면역세포의 80%가 소장 림프 조직에 살면서 철저한 치안 유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격전지에서 장내 미생물(유익균)은 가장 믿음직한 군사다. 음식물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온 외독소를 차단하고, 음식물을 분해·흡수하고, 장융모 밀착결합을 유지하고, pH를 유지해 항염작용을 하고, 뮤신(musin·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물질)을 만드는 등 엄청난 일들을 수행한다. 그동안 소화효소가 이런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장내 미생물이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소장을 유해균 또는 유해물질과 유익균이 싸우는 전쟁터에 비유한다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최정예 군사이고 프리바이오틱스는 그들이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게 해주는 보급 식량인 셈이다. 대사물질은 총, 대포 같은 무기에 해당한다. 무기는 적을 죽이기도 하지만 아군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엄마에게서 아기로, 미생물의 대물림

    포스트바이오틱스란 개념은 2000년대 후반부터 각종 논문을 통해 알려졌다. 2013년 라비 맨갈 파텔과 패트리샤 웨이 데닝(Ravi Mangal Patel, Patricia Wei Denning)은 논문 ‘괴사성 장염을 예방하기 위한 현재의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치료적 사용’에서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숙주에서 생물학적 활성을 갖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생성물 또는 대사부산물’이라고 언급했다. 2014년 알레시아 시세니아(Alessia Cicenia) 등 6명은 논문 ‘락토바실리에서 유래된 인자들의 포스트바이오틱스 활성’에서 포스트바이오틱스가 염증과 관련 사이토카인 방출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2016년 사이키란 샬루바디(Saikiran Chaluvadi) 등 3명은 논문 ‘장 마이크로비오타: 인체 건강에서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파마바이오틱스(pharmabiotics) 그리고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영향’에서 포스트바이오틱스가 장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2018년 마틴 보몬트(Martin Beaumont) 등 12명은 논문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인 인돌이 쥐 실험에서 간 염증을 경감시킨다’에서 인돌의 경구 투여가 염증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주요 단백질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하고 인돌은 간 염증 감소에 혁신적인 물질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윤복근 교수는 3년 전부터 포스트바이오틱스 관련 해외 논문이 급증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국내 포스트바이오틱스 연구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특히 윤 교수가 주목한 것은 토종 미생물이다. 

    “지금까지는 장내 미생물의 구성은 개인의 식생활이나 환경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미생물 유전자도 태어날 때 엄마에게 물려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신생아는 출산(자연분만) 시 엄마의 산도에 있는 유익균을 자연스럽게 코와 입으로 삼키고 피부와 접촉하면서 미생물 샤워를 한다. 이 미생물들이 신생아의 장속에 도달하면 평생 함께 살아갈 상주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미생물의 대물림이다. 결국 엄마가 무엇을 먹느냐가 아기의 건강과 직결된다. 한국인은 거의 매일 김치, 된장, 젓갈 같은 발효음식에 마늘, 생강, 고추, 양파, 고추 같은 향균성이 강한 음식과 채소를 먹는다. 빵과 유제품 위주로 먹는 서양인과는 미생물의 구성부터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유익균이라도 효능에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치즈에서 뽑아낸 락토바실러스는 마늘이나 고춧가루를 먹는 한국인의 몸에 들어가면 장내 환경에서 생존할 확률이 낮다. 반대로 평소 우리가 먹는 김치, 청국장 같은 음식에서 추출한 균주는 한국인의 장에 정착할 확률이 높다.” 

    윤 교수는 발효 문화의 전통을 가진 한국은 미생물 자원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몸속에는 석유보다 더 귀한 자원이 있는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미생물 자원을 연구하고 개발하려는 노력 대신 값싼 수입균에 의존하려는 현상이다. 윤 교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의 공동연구개발로 19종의 한국형 유익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기술이전을 받아 특허출원을 했다. 유산균배양건조물로 불리는 대사산물 역시 국내 기술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형 유익균 개발의 중요성

    “균주에는 기탁증이라는 게 있다. 균이 어디에서 채취되고 배양됐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원산지증명원 같은 서류다. 수입균은 대부분 이런 기탁증 확인이 어렵다. 앞으로는 김치에서 추출한 균인지 청국장에서 추출한 균인지 발원지, 원산지, 생산지가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윤복근 교수는 생물학자도 영양학자도 의사도 약사도 아니다. 대학에서 의료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럼에도 4차산업 중 바이오 분야 핵심 소재로 알려진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에 길라잡이를 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를 만들어 2년째 국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을 이끌고(지금까지 총 7회 개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연계해 산학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대학에 마이크로바이옴경영 전공과 식의학경영 전공과정을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국내 유일한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까지 주관하면서 한국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비록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오랜 발효 문화의 전통을 갖고 있고 첨단 의료기술과 생명공학 분야의 이점을 살린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에너지만 자원이 아니고 미생물 자체가 최고의 자원임을 국민이 인식해야 한다. 산업화의 시발점은 토종균주를 개발해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하기 바란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놓치지 말고 지금이라도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를 위한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8월 20일에 열리는 제2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콘퍼런스에서도 이 점을 강조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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