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여권 일본통’ 강창일 “정치가들 ‘선전선동’ ‘오해받을 짓들’ 말라”

“‘죽창가’ 강한 결의 보여준 것, 반일감정 자극 아냐”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9-08-16 13: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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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에 유리’ 보고서, 국민 화나게 해

    • ‘노 재팬’ 중구 사태, 찬물 끼얹는 일

    • 적전 분열 일으키면 국민 지탄받을 것

    • 정권과 국민 분리해 대응해야

    • 아베, ‘북한 위협론’에서 ‘한반도 위협론’으로

    • 일본 ‘지소미아 모순’ 빠져

    • 한국은 삼성이 피해, 일본은 서민이 피해

    • 안보운명공동체…사이좋게 지내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 

    요즘 자주 나오는 이 표현을 가장 먼저 쓴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강창일 의원(한일의원연맹 회장)이다. 여권 내 대표적 일본통인 강 의원은 ‘경제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8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한일의원연맹은 한국과 일본의 발전 지원과 우호를 목적으로 1972년 설립됐죠. 

    “한국과 일본에 한일의원연맹, 일한의원연맹이 있는데요. 서로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가 이익의 큰 틀에선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봐요. 이게 저희 기본 입장입니다. 그러나 요즘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니 일본 의원들도 그렇고 저희도 고민스럽죠.” 

    -최근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을 이끌고 일본을 다녀왔죠? 



    “처음부터 저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잘못됐다. 역사 문제에 갈등이 늘 있어왔다. 그건 역사로 끝내야 한다. 과거와 미래 투 트랙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러나 일본은 경제 영역으로 전선을 확대했어요. 그래서 심히 우려를 표명했죠. 이번에 일본에 가서도 ‘이건 안 된다.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느냐’라고 항의도 했고 경고도 했어요.”

    “자민당 전체는 아니다”

    일본 의원에게 어떻게 말했나요? 

    “일본의 각 정당 인사들을 만나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 파국을 맞을 것이다. 이 책임은 일본이 져야 한다’고 했어요. 여야에 다 전달했죠. 공은 넘어갔어요. 그럼에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했어요. 갑갑해요. 이건 일본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상처투성이의 치킨게임이죠.” 

    -일본의 여당인 자유민주당 의원들도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동의하던가요? 

    “아베 신조 총리와 그 측근 몇 명이 자충수를 뒀어요. 자민당 전체는 아니에요. 우리 국민이 간단한 국민이 아니죠. 이제 안보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려다 제동이 걸렸죠. 지금까진 역사 문제로 갈등이 있으면 그 문제로 끝났어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 다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번엔 경제로 넘어왔어요. 제가 ‘경제전쟁’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어요. ‘이러면 경제전쟁이 된다’고 했죠. 그러다 안보 영역으로 넘어와요. 이건 바람직하지 않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갑니다. 저희는 초당적으로 일본에 가서 ‘우리는 열려 있다. 오픈돼 있다. 대화를 통해 외교로 풀자. 협상 테이블에 앉아라. 양쪽이 대화를 하라’고 한 것이죠.” 

    -그때 자민당 쪽에서 약속을 취소한 일이 있죠? 

    “그쪽에서 아주 결례를 했죠. 구체적으로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두 번이나 약속해놓고 펑크를 내다니 이런 결례가 어디 있어요? 일본 사람들은 이런 짓을 하지 않는데, 내면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방일단은 7월 31일 오후 5시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등과 면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임박해 8월 1일 오전 11시 30분으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어 7월 31일 오후 9시께 취소 연락을 받았다.

    “아베, 한국과 북한 같이 묶는 듯”

    -어떤 측면에서 이해가 되나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친한파거든요. 한국에 지인도 많고 한일관계가 이렇게 험악하면 안 된다는 입장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아베 총리가 워낙 독주하니까 우리에게 줄 답이 없는 거라. 간사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니 ‘예, 예, 예’만 할 수도 없고 ‘아닙니다’라고도 못 하고. 입장이 난처하니까 슬금슬금 다른 이유를 대서 피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또, 그분은 국회의장에 내정돼 있다는 말도 있고 여러 설이 있어요. 그러니 아베 총리의 말을 안 들을 수도 없고 한국 국민에게 싫은 소리 할 수도 없고 그런 난처한 처지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입법부의 최고 일본통 의원이 보기에, 아베 정부가 한국에 IT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한 ‘실제 이유’는 무엇인가요?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하는 문제인데요. ‘(참의원)선거용’ ‘자국 정치용’은 아닌 것 같아요. 아베의 정신세계를 좀 분석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아베와 관련해 저서에서 ‘대일본주의’를 이야기했죠. ‘아베 총리는 대일본제국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한국을 괴롭히는 게 대일본주의와 어떻게 연결되죠? 

    “중국은 중국몽이라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걸잖아요. 아베 총리도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해요. 그러려면 평화헌법을 제정하고 군사대국화를 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 한민족 위협론을 내세우는 것 같아요. 과거엔 북한 위협론을 갖고 평화헌법 제정을 주장했죠. 이젠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한국과 북한을 같이 묶어서 ‘한국에서 안보물자,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건너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민족 위협론을 꺼내 평화헌법 제정과 군사대국화를 이뤄 대일본제국의 부흥을 꿈꾸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현실이 꿈처럼 됩니까? 자충수가 될 수 있죠.”

    “일본 내에서도 ‘경제 보복은 잘못’”

    -일본에서 역풍이 불고 있다고 보나요? 

    “일본 여야 분위기를 보니, 대부분은 ‘1965년 한일협정체제는 유지돼야 한다. 배·보상은 끝났다’고 하면서도 ‘경제 보복은 잘못됐다’고 보더라고요. 일본 국민은 여론 조작에 의해 세뇌된 부분이 있어서 ‘한국은 국제법도 안 지키고 약속도 안 지키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아베로선 이 부분에선 성공한 것이죠. 그러나 경제 보복엔 대부분이 반대해요. 일본 국회도 경제보복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제강점기 당시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원고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신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내에서 2005년 2월 소송을 낸 지 13년 8개월 만의 판결이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 사법부 판사들의 법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요. 예전엔 일본법을 공부한 사람이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은 서양 근대법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주류예요. 일제가 한국을 식민지화한 것은 불법이었다는 점을 전제로 배상의무를 판결한 거예요. 개인과 기업 간의 민사소송에서 기업에 배상을 요구한 것이죠. 이건 당연히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합니다. 보상이 아니라 배상입니다. 민사재판에서요.”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완전히 다 해결됐다고 보는데요. 

    “일본이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는데요. 한일협정은 식민 지배가 불법임을 전제로 하지 않았어요. 이번 판결은 불법임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불법적 행위가 되고 배상이 됩니다.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에요. 기업이 개인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생각해요.” 

    -현 경제전쟁을 해결할 방법으로 생각해둔 것이 있나요? 

    “대화해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일본은 배상해야 해요. 기업이 개인에 대해서는 말이죠. 아베 정부는 훼방을 놓아선 안 돼요. 기업들이 과거부터 배상할 생각이 있었어요. 다 해도 큰돈이 아니거든요. 65억 원 정도. 그다음에 군인 군속으로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있어요. 사용자가 일본 국가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한국 정부에서 (한일협정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돼 있어 국내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용자가 국가냐 기업이냐를 구분해서 봐주세요.” 

    -아베 정부가 그 해법을 받을까요? 

    “받아야지요. 37만 명이나 됩니다. 한국에서 처리하겠다는데 안 받으면 안 되지.”

    “기습 도발”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의 행보를 복기해 평가한다면? 

    “일본군위안부 합의 파기 이후에 정부는 피해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계속 만나고 있었어요. 아베 총리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배상 문제가 강제적으로 현금화될 때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어요. 그사이에 피해자 단체들과 계속 논의하고 상담했죠. 그러다가 아직 현금화 조치도 안 됐는데 기습 도발을 한 거예요. 저도 시간이 있는 줄 알았어요. 기습 도발을 할 줄은 몰랐죠.” 

    -일본이 대화를 요청했는데 한국이 피했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얼마 전 일본대사가 왔다 갔어요. (대사가) 그렇게 (요청)했대요. ‘글쎄. 어느 루트를 통해 했느냐?’고 물으니 ‘정부죠’라고 해요. ‘정부 어디를 통해 이야기해봤냐’고 물으니 ‘외교부 통해서 했다’고 그래요. 공식적으로 요청한 게 나온 게 없는데…. 중재위원회에 가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한 거지. 이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대화한 건 없었잖아요.” 

    -정부와 여야에서 일본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요? 

    “일본 문제와 관련해선 여야가 없고 진보 보수가 없어요. 같은 목소리를 내왔고 이번에 일본에 가서도 다 한목소리였어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관련해 여야가 입장차가 있는 것 아니에요? 만일 한목소리를 안 내고 적전 분열이 나면 분열을 일으킨 사람이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거예요. 한목소리를 내줘야 해요.” 

    -시민사회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이 보통 민족입니까. 호락호락하지 않죠.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느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하는 거죠. 지극히 당연한 건데, 한일관계가 좋은 것이 양국에 좋기 때문에 문제가 빨리 진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정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선전선동하면 안 되는 것이고요.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고 시민들의 순수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에 중구의 그런 사태도 난 것 아니겠습니까?”

    “노 재팬, 그건 뭡니까?”

    8월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중구가 설치한 ‘노 저팬(No Japan) 배너(깃발)’가 걸려 있다. 중구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2개 거리에 이 같은 깃발 1100개를 걸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8월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중구가 설치한 ‘노 저팬(No Japan) 배너(깃발)’가 걸려 있다. 중구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2개 거리에 이 같은 깃발 1100개를 걸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서울 중구는 8월 5일 중구 관내 22개로에 태극기와 ‘노 재팬(No Japan)’ 배너 1100개를 설치한다고 밝히면서 설치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양호 중구청장은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직접 불매운동에 뛰어드는 것은 과잉”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중구청은 취소하고 사과했다. 

    -중구가 내건 ‘노 재팬’ 배너에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죠. ‘관제 민족주의’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오해를 받으니까 그 짓들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과했잖아요?” 

    -네. 

    “왜 그랬을까요? 국민과 정권을 구분하지 못해서. 노 재팬, 그건 뭡니까? 지금 전체 일본이 아니에요. 아베 정권, 아베를 둘러싼 극우화된 정치집단의 움직임이 문제죠. 그걸 구분해서 보는 게 좋잖아요. 좀 실수했죠.”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겠네요. 

    “그렇죠. 당연하잖아요.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움직임을 보이면 안 되죠.” 

    -일본 측은 ‘한국 정치권이 반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일본에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일본 정치가 반한 정서를 활용해 일본 사회를 자꾸 우경화로 끌어가고 있잖아요. 한국에서 언제 그렇게 한 적이 있어요? 일본이 늘 그래왔어요. 지금도 혐한론과 반한 정서를 정치에 활용합니다. 그건 잘못됐어요. 우리는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요. 표현이 좀 강도가 높을 수는 있죠.” 

    -죽창가 같은 거? 

    “우리의 의지나 강한 결의를 보여준 것이지 그 자체가 반일 감정을 자극한 건 아니잖아요? 반면, 일본 정치권은 한국 때리기를 해요. 한국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 약속을 안 지키는 국가’라고 하죠. 우리는 절제 있게 용어를 사용하는데 가끔 강력한 용어가 나올 때가 있죠. 그건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는 거예요.”

    “영원한 망각은 없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관계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관계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호영 기자]

    -최근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릅니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원인이라 하는데요. 

    “경제에 영향이 좀 있겠죠. 큰 역사 속에서 보면 이 정도는 우리 민족에게 시련이 아니에요. 주가 떨어지는 것으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이번 일을 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죠.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죠. 산업 생태계를 성찰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 총선에 유리’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건 민족적 국가적 문제인데 무슨 선거? 그냥 해프닝이죠. 그래서 당에서 사과했잖아요. ‘해프닝이지’ ‘그럴 수도 있겠지.’ 그 자체가 국민으로서도 화가 나죠. 지금 죽기 아니면 살기로 대단한 결기를 가지고 하고 있는데 정치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 하는 게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아니에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이 감소하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이 일본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요? 

    “당연히 일본으로선 우리에게 수출을 못 하니까, 특히 중소기업에서 당장 손해를 볼 겁니다. 물건을 못 파니까요. 또 지난해 우리 국민 750만 명이 일본에 갔어요. 돗토리현이다, 규슈다.” 

    -엄청 갔죠. 

    “이제 일본의 숙박업, 관광산업이 피해를 볼 겁니다. 다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죠. 왜 이런 자충수를 두느냐 이겁니다. 우리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피해를 봅니다. 반면 일본은 서민이 피해를 보고 민생경제가 어려워집니다.” 

    강 의원은 “지역에선 단돈 천만 원이 중요하다. 장기화돼보라. 사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안 왔을 때 제주도가 엄청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소미아와 관련해 “일본이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 속에서 미국의 요구로 만들어졌어요. 이번 화이트 리스트 제외는 한국이 일본의 안보 우호국이 아니라는 뜻이죠. 안보 우호국이 아닌데 어떻게 군사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도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그전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일본은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입 관리체계가 엉망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한국은 관리가 분산돼 있지만 잘하고 있어요. 일본보다 더 엄하게 해요. 실무자들이 만나서 논의하고 제3의 검증기관이 검증하고 미비하면 고치면 되잖아요.” 

    -국민은 일본의 조치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핵심 경쟁력을 겨냥했기에 분노하는 것일까요? 

    “일제강점기 36년이라는 상처가 있죠. 영원한 망각은 없어요. 그간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스포츠·문화 교류 많이 하면서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러나 상처는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죠. 이번에 침략적 행위를 하니 악몽이 되살아나는 거죠. 기억이 재생되는 거죠. 좋은 기억이 아니라 나쁜 기억이. 또 우리를 치려고 해? 이렇게 하면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어선 겁니다. 완전한 망각은 인류사에 없어요. 임진왜란도 기억하잖아요. 동학혁명의 악몽도 다시 살아나고요. 정치는 참 조심해야 해요.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는데 다시 헤집는 꼴이 돼버렸어요.” 


    “논리 전개 왔다 갔다 해서…”

    -일본 정부는 그런 의도가 아니고 기술적 조치라고 말합니다만. 

    “왔다 갔다 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이때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저때는 다르게 이야기하니까. 처음엔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고 했다가 어떤 때는 위안부 합의 파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이번엔 전략물자 때문이라고 해요. 또 국제법을 안 지키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도 해요. 논리 전개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니까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되는 거예요.” 

    -우리 기업들이 부품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시간도 촉박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젠가 거쳐야 하는 과정이죠. 지금까지 편하게 해온 측면이 있어요. 일본 의존도가 너무 높았잖아요. 자성의 계기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경제 산업 생태계를 고쳐야 해요.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지만 너무 연연하지 말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글로벌 분업체계하에서 한 나라가 소재나 부품까지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했다고 보는 건가요? 

    “그렇죠. 분업체계를 깨려니 일본도 손해가 가죠. 우리가 좀 더 손해를 볼지 모르죠. 일본은 경제 규모가 크고 기초과학이 발달해 있으니까요. 그러나 양국 모두에 상처만 남는 치킨게임이죠.” 


    다시 생각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한일관계는 무엇일까요? 

    “양국 국민을 위해 한일관계는 좋아야 한다는 게 대원칙입니다.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야 해요.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하는데요. 그런 데에 지혜를 모아야죠.” 

    김 의원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상기시켰다. 이 선언을 통해 일본은 통절한 사죄를 했고 한국은 일본 문화를 개방했다. “두 정상이 결단해 좋은 한일관계를 만들었어요. 20년 동안 문화교류도 하고 한류 붐도 생겼죠. 지난해까진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이번에 다 깨져버렸죠. 그러나 계속 작동돼야 해요.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지에 대해 새로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강 의원은 “한국과 일본은 안보운명공동체다. 아베 총리에게 ‘한국과 나빠져서 일본에 결코 도움이 될 게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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