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야구 선수, 유소년 선수에 스테로이드 투여 혐의
유소년 선수에게 ‘자가주사’ 놓는 법도 가르쳐
성장기 청소년, 엉덩뼈 성장판 닫힐 수도
‘몸짱 열풍’에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행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해외 구매 대행으로 돈벌이
스테로이드+성장호르몬 복용, 이뇨제로 약물 잔재 없애
유소년 대상 도핑교육 시급, 스포츠 사설기관 관리·감독 강화해야
[shutterstock]
약사법 위반 혐의가 확실해지자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검사 김형석)는 이씨를 7월 16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가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취득한 스테로이드는 약 2800만 원 상당이라고 한다.
프로 야구선수 출신으로 야구교실을 운영하는 한 인사는 “지금껏 ‘청정구역’으로 여겨지던 유소년 선수들에까지 스테로이드의 ‘마수’가 뻗친 게 암담하다. 어린아이들에게 약물을 주사하고 그걸로 돈을 벌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업계의 또 다른 인사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운영하는 야구교실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프로 입단이나 대학 진학이 최종 목표인 아이들 처지에서는 야구교실 감독이 권하는 스테로이드를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로이드는 탄소 원자 17개의 특정 연결고리 구조로 이뤄진 화합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 연결고리에 어떤 화학 구조가 붙느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스테로이드 중에서 근육과 힘을 키우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있는데, 이게 바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다. 한국어로는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라고 하고, 근육증강제라고도 한다. 이씨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직접 투여한 것으로 알려진 약물 역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소의 고환에서 추출한 호르몬제로 단백질 합성을 자극한다. 당연히 근육이 커지고 그만큼 근력이 상승한다.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보다 3~10배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근육 형성을 촉진하지만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정하는 1종 금지약물이다.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은 여드름, 탈모, 우울증은 물론이고 혈압 상승, 당뇨, 뇌졸중 및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까지 야기한다. 심하면 심장마비로 돌연사할 수도 있다.
심근경색·발기부전·돌연사…치명적 부작용
7월 3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열린 유소년야구교실 불법 스테로이드 단속 관련 브리핑에서 공개된 불법 스테로이드 약품. [뉴스1]
그럼에도 이씨는 “미국에서 부작용 없는 좋은 약을 가져왔다. 이 주사를 맞으면 좋은 프로팀,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며 유소년 선수들을 꼬드겼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강습비 명목으로 스테로이드 제제(製劑)와 각종 호르몬을 1회당 300만 원을 받고 직접 주사했다. 그렇게 1년간 챙긴 돈이 1억6000만 원 정도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씨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권유한 것은 물론이고 강제로 투여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주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신동아’ 취재 결과 이씨가 사용한 스테로이드 제제는 바이알(vial·주사약이 들어 있는 유리 용기)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유리병 안에 건조된 분말이 들어 있어 일회용 멸균 주사기로 증류수를 섞어 분말을 녹인 다음에 다시 주사기에 옮겨 엉덩이, 허벅지, 어깨, 복부 등 신체 부위에 주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씨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직접 주사를 놓았다가 나중엔 이씨로부터 주사 놓는 방법을 배운 일부 선수들이 스스로 직접 주사를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로부터 약물을 투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선수들은 식약처 참고인 조사에서 “이씨가 해당 약물을 가리켜 ‘단백질 보충제’라고 말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이씨로부터 직접 불법 약물을 투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유소년 선수 7명에 대해 도핑검사를 실시한 결과, 8월 1일 기준으로 3명이 스테로이드계 약물 양성 반응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추가 도핑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성 반응이 나온 유소년 선수 3명에게는 4년 간 선수 자격 정치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관계자는 “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것이 명확한 경우, 4년간 고교야구대회 출전은 물론 정부 보조금으로 실시되는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약물 판매나 판매 목적으로 취득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구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따라서 양성 반응이 나온 유소년 선수 3명은 형사처분은 면하게 된다.
이번 사건 외에도 불법 스테로이드 관련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불거져왔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1980년대까지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는 운동선수와 보디빌더 또는 헬스 트레이너에 국한돼 아주 은밀하게 사용됐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인터넷이 대중화하고 세계적으로 ‘몸짱 열풍’이 불면서 일반인도 근육을 강화하거나 운동 능력을 키우려는 요량으로 불법 거래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근육 키우려고 일반인도 복용
그렇다면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약물 유혹에 빠지게 됐을까. 일부 언론 매체에 따르면 이씨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보디빌더이자 피트니스 대표인 판매상으로부터 약물을 구매한 뒤 택배를 통해 야구교실로 배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사실관계를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국내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유통이 엄연히 불법이다. 약사법 제44조는 ‘약국개설자(약사 또는 한약사) 및 의약품판매업자(한국희귀약품센터, 등록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허가를 받은 한약업사 및 의약품 도매상)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약사법 제50조는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거래에 대해서는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스테로이드 온라인 불법 판매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72건, 2017년 344건, 2018년 600건, 2019년 5월 기준 4373건으로 매년 급증했다. 특히 올해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은 불법 판매 및 유통에 대한 단속과 수사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스테로이드에 대한 온라인 불법 거래가 날로 성행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거래 정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한 종류인 ‘아나바’를 포함해 ‘디볼’ ‘dbol’ 같은 몇 가지 검색어를 조합하자 스테로이드 구매를 유도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바로 떴다.
“최고 인기 제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아나바 스테로이드 당일 배송(전제품 직구 정품).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들 넓어진 유통망으로 #스테로이드구입 해보세요. 전문 디자이너 상담 카톡 ◯◯◯”
주사 스케줄 정해주는 아나볼릭 디자이너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 글을 올린 판매자들이 처방전이나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 개인 맞춤형 스테로이드 주사 스케줄을 정해주는 일명 ‘아나볼릭 디자이너’에게 “10대도 스테로이드 투여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10대는 어려서 안 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만약 청소년이 나이를 밝히지 않거나 신분을 속이려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이왕 맞을 거면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이 낫다”라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제품별 특징과 복용법, 관리법을 함께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구매를 권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작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구매하는 이들 대부분은 병원에선 의사 처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찾는다. 정식 절차를 거쳐 사는 것에 비해 온라인에서 불법 거래할 경우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도 불법 유통이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판매자들 역시 이를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해외에서 구매한 뒤 되파는 형태도 나온다. 일종의 구매대행인 셈이다. 자신이 사용하고 남은 제품을 되파는 경우도 있다.
일부이긴 하나 제약사로부터 정상적으로 납품받은 스테로이드를 온라인 판매용으로 몰래 빼돌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도매상 영업 허가를 받고 정상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은 뒤 해외에서 밀수입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일부 섞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 이들 대부분은 유통 채널로 SNS를 주로 사용한다.
스테로이드 판매업자 A씨는 “SNS에서는 쉽고 빠르게 거래가 진행되는 데다 거래 흔적을 지울 수 있어 편리하다”고 밝혔다. 고객 모집도 온라인상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이를 보고 구매자가 모바일 메신저로 접촉해 오면 택배나 퀵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전달하는 식이다.
‘신동아’는 불법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거래 및 판매 온상을 파악하기 위해 식약처 관계자와 유통업자, 아나볼릭 디자이너 여러 명을 접촉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내 불법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유통 구조는 보통 3단계(공급업자→판매상 또는 디자이너→일반인)로 이뤄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급업자가 일반인과 직접 거래하거나 판매상 또는 디자이너가 직접 해외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몰래 가져오기도 한다.
수사 담당자 전언에 따르면, 공급업자나 판매업자 중 상당수는 전직 운동선수나 보디빌더, 헬스 트레이너다. L야구교실 대표 이모 씨의 경우도 다른 구매자들과 마찬가지로 중간 판매상으로부터 약물을 구입한 뒤 여기에 웃돈을 얹어 유소년 선수들에게 되판 것으로 추정된다.
비타민·아로마 오일로 위장해 세관 통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주로 중국이나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테로이드 유통 경로는 ‘밀수입’과 ‘국내 제조’로 구분된다. 밀수입에는 ‘해외 직구’와 ‘현지 구매’라는 두 경로가 있다. 국내 제조도 원재료는 해외에서 가져오는 실정이다. 자신을 ‘아나볼릭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B씨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유통 경로의 핵심은 해외에서 국내로 스테로이드를 들여올 때, 세관 검사에서 들키지 않고 몰래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의약품으로 신고하지 않고, 아예 다른 용기로 교체한 후 레이블이나 홀로그램을 바꿔 달아 전혀 다른 해외 정식 수입 제품으로 위장해 들여오는 수법이다.“비행기를 통해 들어오는 화물은 세관 엑스레이 검색대를 거치게 된다. 마약류 집중 단속 기간에는 배를 통해 들어오는 화물에도 엑스레이 검사를 대폭 확대한다. 앰플이나 바이알 형태의 스테로이드 제제는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 검사원에게 적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새 용기나 케이스에 담아 레이블·홀로그램을 바꿔 다는 위장 수법을 주로 쓴다.” (B씨)
해외 직구나 현지 구매처럼 중간유통업자를 거치지 않는 직접 밀수도 가능하다. B씨에 따르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판매하는 해외 직구 사이트 운영자에게 케이스를 바꿔 보내달라고 e메일로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해외 운영자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레이블을 제거한 후 비타민 제품 레이블을 새로 붙여 보내주거나 아예 스테로이드를 주사제(인젝션)에 담은 후 납작한 비닐팩에 담아 마치 아로마 오일 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발송해준다고 한다. 이런 경우 통관 확률이 거의 100%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다른 용기에 옮겨 담는 과정에서 위생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문제를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해외에서 2차 가공되는 약물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용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지 않으냐”며 우려했다.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법도 없다. 보통 약물 복용으로 입원, 중증장애, 사망 피해를 당하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의사 처방전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피해 보상을 받는다. 불법으로 구매한 약품에 대해서는 보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약물 3가지 동시 사용하면 효과 극대?
배송 방법도 나날이 교묘해진다. 업자들은 관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국제우편이나 국제택배 전력이 한 번도 없는 택배 주소지로 옮겨가면서 물건을 배송받는다. 또 식약처와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현금이나 가상통화 등으로 거래한다. 이처럼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 수법은 날로 대범해지는 반면, 이를 원천봉쇄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식약처 관계자는 “불법 스테로이드 온라인 유통 거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고발 조치하고 있지만, SNS에서의 거래 행위를 전부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해외 직구나 밀수입 수법이 점점 교묘해져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불법으로 들여온 스테로이드는 주로 어떻게 사용할까. 구매자 중 상당수는 약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몇 가지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일명 ‘누적요법(Stacking)’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약물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성분의 약물 2~3가지를 저용량으로 섞어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다는 논리다. 이를테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을 혼합해 주사하는 식이다.
또,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상된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이나 원만한 대사 기능을 돕는 영양제를 함께 복용한다. 스테로이드 복용 시기가 끝나면, 신체에 남아 있는 약물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이뇨제는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력을 미치는 약물은 아니지만 다른 금지약물을 은폐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서 세계반도핑기구가 지정한 금지약물에 포함된다.
체내 잔류 기간 계산해가며 도핑 검사 통과
이번 스테로이드 불법 유통 사건을 계기로 사설 스포츠 아카데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hutterstock]
그동안 ‘불법 스테로이드’ 유통을 단속해온 식약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전국 단위 제조시설과 유통망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규모 밀수입 조직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입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선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2월 불법 판매자에게 스테로이드 관련 전문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 구매자에게도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스테로이드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근력을 키우려는 욕심에 있다. 송해진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몸을 만들려다가 정작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무분별한 약물 사용에 앞서 ‘나는 왜 운동을 하는가’를 좀 더 깊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설 스포츠 아카데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사교육이 존재하지만, 현행 법령으로는 이들의 일탈을 방지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들 대부분이 자율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자치단체의 허가 없이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스포츠계는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사전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어린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누구나 다 하는 약’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자신이 존경하는 지도자가 권하는 만큼 불법이라는 의심 자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선수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