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김동연 전 부총리 페북에서 ‘따뜻한 제안’

“굶는 사람 돕는 ‘현대판 구멍뒤주’ 만들자”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9-08-16 18: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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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전 부총리

    김동연 전 부총리

    지난해 12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공개 활동을 일체 하지 않아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가 채널A의 ‘탈북자 모자 사망’ 특종과 동아일보의 ‘미국 명문대생의 굶주림’ 기사를 접한 뒤 16일 “현대판 구멍뒤주를 만들자”고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멍뒤주’라고 들어보셨나요? 누구든 돕고 싶은 사람은 뒤주에 쌀을 붓고, 누구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손을 넣어 집히는 만큼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뚫어주는 뒤주지요. 누가 넣었는지, 누가 꺼내갔는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고 썼다. 

    이어 김 전 부총리는 “현대판 구멍뒤주를 사회 곳곳에 만들면 좋겠다. 개별 학교에 만들 수도 있고 시민단체나 비영리법인에서 만들 수 있다. 학교에서 만들면 동문들이 나서고 단체나 법인이 만들면 뜻있는 분들이 참여하면 되겠다”라고 했다. “우선 제 주위의 사단법인이나 단체부터 권해봐야겠다. 저도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라면서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굶주림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학생이나 주민을 돕는 구제기구를 실제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러한 제안을 한 배경과 관련해, 김 전 부총리는 “최근 탈북자 모자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고 한다. 굶주림을 피해서 온 분들이 굶주림 속에서 죽었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여섯 살이라고 한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뉴스였다”며 채널A의 ‘탈북자 모자 사망’ 특종 내용을 거론했다. 또, “미 명문대생의 굶주림에 대한 해외뉴스도 있다. 뉴욕 컬럼비아 대에서 끼니를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식품을 제공하는 식품 창고(food pantry)에 관한 이야기다. 음식이 필요한 학생은 가져가라고 했더니 금방 동이 났다고 한다”라며 동아일보의 ‘미국 명문대생의 굶주림’ 기사를 링크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대학총장 때 생활이 몹시 어려운 학생에게 몇 개월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SOS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제법 많은 학생들이 신청했다. 눈물 없이 읽기 어려운 사연들도 많았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이 많다. 관건은 따뜻한 온정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아무 대가없이 도와주고 싶은 공급 간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현대판 구멍뒤주의 설립과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하는 여러 복지프로그램이 있지만 늘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다. 수요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방안, 잠재적 공급자의 자발성을 이런 수요와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가 글을 올린 뒤 페이스북에선 “김 부총리님께서 나선다면 함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네티즌 대○) 등 공감하고 동참한다는 댓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네티즌 황○○ 씨는 “가난했던 시절 오랫동안 이었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고 싶은 마음 전적으로 동감한다”라고 썼다. 네티즌 구○○ 씨는 “좋은 의견과 아이디어에 깊이 감사드린다. 꼭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네티즌 Sam○○ 씨는 “기부 문화가 활성화 된다면 가진 자에 대한 시샘, 빈부격차에 불편한 시각 등이 점차 줄어 들어 함께 가는 사회가 정착 되리라 본다”라고 했다. 윤○○ 씨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방법”이라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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