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성남은 재건축 능력 되는 도시…정부, 방해만 말라”

[Interview] ‘민원만 하루 100건’ 신상진 성남시장

  • reporterImage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6-03-23 0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오랜 기간 지역 현안 해결사로…시장 되니 민원 쏟아져

    • ‘민원폰’으로 하루 100건 이상 대응…시민 미소에 힘 나

    • 최다 민원은 부동산, 정부 3중 규제에 “재산권 침해” 불만

    • 1기 신도시 재건축 물량 분당만 동결, 주민 소외감 느껴

    • 수도권 부동산 공급? 정부만 가만있으면 모두 해결

    • ‘다이아몬드형 테크노밸리’ 속도…첨단산업 기관차 역할

    • 국힘 매우 암울, 선거 끝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상진 성남시장이 3월 13일 경기 성남 성남시청 집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신상진 성남시장이 3월 13일 경기 성남 성남시청 집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신상진 성남시장과의 인터뷰는 예정보다 2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시청을 찾은 성남시민과의 민원 상담이 예상보다 길어진 탓이다. 열띤 대화가 한동안 이어진 뒤에야 집무실 문이 열렸고, 책상 위에는 방금 전까지 씨름한 민원 문건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신 시장에 따르면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된다고 한다. 도로 보수부터 재개발 문제, 가로등 정비 요청까지 종류도 제각각이다. 민원에 대응하느라 전담 조직을 따로 꾸렸을 정도다.

    지독한 ‘민원 집착’은 신 시장의 독특한 이력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일찍부터 시민사회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오랜 기간 지역 현안 해결사로 성남의 현장을 누볐다. 1991년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중원구 상대원동에 ‘성남의원’을 열어 의료봉사도 이어갔다. 진료실 역시 그에게는 또 하나의 민원 창구였다. 이 시기 이재명 대통령(당시 변호사)과 함께 활동하며 가깝게 지냈고, 이 대통령의 어머니와 누이들의 진료를 맡기도 했다. 3월 13일 오후 성남시청에서 만난 신 시장은 “국회의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원이 쏟아진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민원폰’으로 하루 100건 이상 대응…시민 미소에 힘 나

    시민들의 민원이 많나 보다.

    “시장이 되니 업무용 휴대전화가 하나 나오더라. 이걸 시민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써보자 싶어 이른바 ‘민원폰’으로 지정했다. 문자 전용 소통 창구다. 민원이 들어오면 비서실에서 내용을 정리해 담당 부서로 배당하고, 처리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후 아예 공무원을 배당해 전담 조직(소통관)을 꾸렸다. 2022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접수된 민원이 7만4000여 건인데, 민원이 아닌 496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답변했다. 쉽지 않았지만 길에서 만난 시민들이 ‘민원을 해결해 줘 고맙다’며 기뻐하는 모습에 힘이 난다(웃음).”

    최근에는 어떤 민원이 많이 들어오나.



    성남시의 ‘민원폰’에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된다. 사진은 민원폰에 접수된 민원과 대응 내용이 담긴 문건. 최진렬 기자

    성남시의 ‘민원폰’에는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된다. 사진은 민원폰에 접수된 민원과 대응 내용이 담긴 문건. 최진렬 기자

    “무엇보다 부동산 관련한 민원이 많다. 인터뷰하기 직전 민원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 제기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성남시민 사이에서 ‘재산권 침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이른바 ‘3중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중원구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온다. 실수요자까지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수정구와 중원구의 규제지역 해제를 요청한 이유다. 시민들은 부동산시장이 예측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인허가 물량을 확대하면서 유독 분당만 동결했다.

    “그렇다. 정부가 다른 1기 신도시 지자체인 일산·중동·평촌·산본에는 4만3200호 규모의 추가 물량을 배정하면서도 분당에만 ‘물량 동결’과 ‘이월 제한’이라는 이중 규제를 적용했다. 재건축을 열망하는 분당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합리적 근거 없이 분당만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분당의 이주 여력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인데.

    “성남시는 2023년부터 국토부에 이주단지 조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보전 가치가 낮은 일부 그린벨트 지역을 활용해 이주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정책 방향을 여러 차례 바꾸고, 이주 가능 범위를 분당 반경 10㎞ 이내로 제한하는 등 사실상 재건축사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해 왔다. 다행히 최근 금토동과 여수동에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해 63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대규모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이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지구가 신속히 조성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신 시장은 2월 19일 국민의힘 안철수(성남 분당갑)·김은혜(분당을) 의원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1기 신도시인데도 유독 분당만 콕 집어 물량 상한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지역 차별이자 형평성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는 어떻게 보나.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시장 안정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과거 정부 사례에서 확인됐다. 특히 성남시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와 노후 주거지가 밀집해 있어 세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별다른 소득 없이 주택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해 온 고령층에게 세 부담 증가는 곧바로 생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는 과도한 세금이 사업성을 떨어뜨리거나 원주민의 재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가운데)과 국민의힘 안철수(오른쪽), 김은혜 의원이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분당신도시 재건축 연간 인허가 물량 제한’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상진 성남시장(가운데)과 국민의힘 안철수(오른쪽), 김은혜 의원이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분당신도시 재건축 연간 인허가 물량 제한’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연장선상에서 수도권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어떻게 추진돼야 할까.

    “고강도 조치를 급격히 도입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일이 반복되면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만 커질 뿐이다. 핵심은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느냐 아닌가. 그러면 신속하게 재건축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고, 성남시는 그럴 능력이 되는 도시다. 분당의 경우 평균 용적률은 180% 수준이다. 재건축을 하면 주거 여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분당에만 9만8000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재건축을 통해 9만 세대 가까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괜한 재건축 물량 제한 등을 두지 말고 규제를 풀어주면 양질의 공급이 가능하다. 정부가 손만 안 대면, 가만히 두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국힘 매우 암울, 선거 끝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건 없나.

    “성남시는 공영개발사업을 통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공분양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용도가 낮은 야탑동 공영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분당 아테라’ 공공분양주택을 건립해 무주택 서민에게 242세대의 주택을 공급했다. 이외에도 성남시의 역점 과제인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방편으로 분당 재건축지원센터와 수정·중원 재개발지원센터를 설치해 시민 편의를 돕고 있다.”

    시장으로서 시민들의 민원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 역시 정치권을 향한 ‘민원’을 품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표류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는 것이다. 그는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보수정당이 존립 위기에 처했을 때 4선 의원으로 ‘구원투수’(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로 투입된 바 있다. 당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도움 요청에 “저를 알지도 못하면서 왜 맡기느냐”며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황 대표는 “신 의원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의원님을 아주 잘 압니다. 제가 공안검사 출신 아닙니까”라고 답했고, 끝내 수락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재학 시절부터 노동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에 투신해 ‘요시찰 인물’로 분류됐던 신 시장의 인생 행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와 비교하면 현재 국민의힘 상황은 어떤가.

    “매우 암울한 상황이다. 물론 과거에도 암울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지금부터라도 잘해 보자’ ‘할 수 있다’ 같은 기류가 있었다. 지금 국민의힘은 ‘과연 바뀔 수 있을까’ 같은 부정적 기류가 만연하다. 당이 뿌리 깊은 문제로 파편화된 상태라 봉합이 매우 어렵다.”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치른 영국 총선에서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이 이끈 보수당은 클레멘트 애틀리의 노동당에 참패했다. 집권당이 전쟁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노동당은 전쟁에 지친 국민이 바라던 복지 정책에 열중한 거다. 이처럼 우리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로 대응해야 한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국민이 체감할 의제를 제시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입법 활동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모습만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 그마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당장 지도부를 와해시키고 새로운 체제를 꾸릴 여건이나 역량이 없는데 ‘누구를 사퇴시켜라’ ‘쇄신하라’는 요구는, 자칫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던지는 정치 공세로 비칠 수 있다. 갈등만 깊어질 뿐 실제 해결되는 건 없을 거다. 혁신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장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라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지방선거가 끝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당이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마련될지 모르겠다.”

    ‘다이아몬드형 테크노밸리’ 속도…첨단산업 기관차 역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사소송하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장동 관련자들의 일부 예금채권에서는 이른바 ‘깡통계좌’가 확인되고 있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이례적인 항소 포기로 추징금 상한액을 7886억 원에서 473억 원으로 대폭 줄여놓은 검찰 또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범죄수익 환수를 적극 지원하겠다더니 26만 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기록물을 며칠 만에 복사해 가라더라. 심지어 시에서 열심히 복사하고 있자 항소심에 필요하다며 다시 받아갔다.”

    향후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예금채권 보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동산, 증권, 전세보증금, 상가 임대료, 아파트 분양 수익금 신탁계좌 등으로 추적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에만 약 90억 원 규모의 가압류·가처분 10건을 추가로 신청해 모두 인용 결정을 받았다. 성남의뜰의 4000억 원대 배당이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배당결의 무효 확인 소송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대장동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에는 민간사업자의 이익 상한을 6%로 설정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했다.”

    남은 임기 동안 특히 신경 쓰는 시정 과제가 있다면.

    “북쪽 위례, 남쪽 오리, 서쪽 판교, 동쪽 하이테크밸리를 연결하는 ‘다이아몬드형 테크노밸리’ 완성에 속도를 내겠다. 특히 오리역세권 제4테크노밸리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술 거점으로 육성해 일자리 10만 개, 연 매출 220조 원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공식을 마친 위례 포스코 글로벌센터도 향후 10년간 약 16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성균관대·서강대 등을 찾았고, 이들과의 산학연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성남은 국가경쟁력을 견인할 책임이 있는 도시다. 첨단산업의 기관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가겠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영상] “절윤, 행동 뒤따라야 선거 ‘최악 상황’ 면한다”

    “장동혁이든 한동훈이든 지들 힘들 때만 대구 온다 아입니까”

    백승주, 경북지사 출마 선언…“박정희공항 조기 착공”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