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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승려’가고‘부자 승려’ 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막전막후

‘정치 승려’가고‘부자 승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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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조계종 파동과 개혁 종단 출범을 계기로 일상적인 분규사태를 막고자 기존 81명의 종회의원 외에 240명을 선거인단에 추가하는 선거법 개정을 단행했다. 24개 교구(총 25개 교구이나 선암사가 분규 사찰이라 빠짐)에서 10명씩의 선거인단을 선출해, 기존 선거인단 포함, 총 321명이 ‘비밀투표’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해연도 선거에서만 유용했을 뿐 4년 뒤 1998년 다시 ‘3선 연임(송월주 원장은 1980년대에 한 차례 총무원장을 지낸 바 있어 1994년 총무원장 당선을 재선으로 해석함)’을 둘러싸고 초유의 폭력 분규가 터지고 말았다.

외신들이 깊은 관심을 보여 국제 뉴스가 됐던 분규 현장은 공권력이 개입하고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이어 ‘반쪽 선거’가 치러졌지만, 이번에는 선거권자인 종회의원들이 종회에서 선거법을 바꾸고 투표한 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아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되고말았다. 결국 8개월 뒤 다시 선거를 하는 홍역을 치렀으나 이 선거(1999년 11월 서정대 총무원장 당선)는 공권력과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반대파의 참정권이 원천 봉쇄된 상태에서 치러져 ‘반의 반쪽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병이 장교를 이긴 선거

이처럼 과거 총무원장선거는 제대로 치러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늘 공권력이 개입해 한쪽 세력을 눌러놓고 다른 한쪽만으로 선거를 치러 한시적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불안정의 연속이었다.

이는 곧 총무원장의 정부 편향으로 이어졌고 불안정한 선거를 잉태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가령 1999년 선거도 법원의 판결에 의해 재선거가 치러졌고, 이어 벌어진 선거무효 가처분신청에서 법원이 서정대 총무원장의 손을 들어주자 서원장은 임기 내내 김대중 정부에 칭송발언을 연발했다. 결국 정치권력에 편승해 종권이 유지되는 양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선거가 늘 불안해 보이는 데는 그럴 만한 또다른 이유가 있다.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른 경험이 일천하고, 선거법의 구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조계종 종헌·종법 중 선거관리위원회법 17조에는 소청권에 관해 ‘총무원장선거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총무원장선거에서 분쟁이 생기면 자체 법으로 규명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상대 후보가 부정선거라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사회법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적인 취약점은 정부의 개입을 자초했다.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는 것도 총무원의 자율성을 해치는 요인이었다. 총무원은 정부로부터 예산의 3배나 되는 370억원대의 지원금을 받아왔다. 지원의 명분은 ‘불교역사문화기념관’이라는 박물관 건립이지만, 신축 박물관에 총무원 사무실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종단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총무원의 예산은 지방의 교구본사들이 납입하는 분담금이다. 종법에는 이 예산으로 총무원을 운영하도록 돼 있다. 총무원장은 세비인 분담금으로 총무원을 운영하고, 사찰 재산 감독권과 처분 승인권을 갖는다. 그런데 과다한 정부 지원금은 총무원과 교구본사간의 균형을 깨는 원인이 된다.

이번 선거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데는 이런 과거사의 경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난마처럼 얽힌 채 잠복해 있던 조계종 안팎의 문제들이 선거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다.

안면사회(face to face)에서 한정된 간접선거를 치를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표차가 커질 수 없다. 일단 각 교구본사는 후보자가 2사람인 경우 선거인단을 양쪽에 배분하여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안전판’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되므로 선거는 우열이 잘 가려지지 않고 팽팽하게 진행된다.

이때 후보자는 선거인단을 놓고 득표수를 계산한다. 선거인단 선거는 패쇄적이라 득표 계산이 자의적일 수 있어 투표 직전까지도 각 후보들은 자신이 당연히 당선될 것이란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러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폭력분규도 서슴지 않는 좋지 않은 전통이 이어져왔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는 선거인단의 자의적인 선택을 차단하는 방식을 취한다. 즉 사전에 특정 후보 지지를 표명한 선거인단을 선출하므로 선거인단 선출과정에서 이미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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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불교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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