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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탤런트 김수미가 살짝 엿본 정치인·기업인 그리고 뇌물

“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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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 대선 때 DJ 지원 유세를 했던 탤런트 김수미씨. 대선이 끝난 후 DJ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그에게 접근했다. 그중엔 재벌도 있었고 지난 정권의 안기부장도 있었다.
“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1998년 3월,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도 채 안 됐을 때였어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OO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가 돈다발을 들고 집으로 찾아왔어요. 그 사람은 회사가 세무사찰을 받고 있는데 줄을 좀 대달라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연말 막을 내린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 동안 ‘주책없는 할머니’로 살아온 ‘일용 엄니’ 김수미씨. 올해로 연기생활 34년째를 맞는 그가 5년 전 한때 자신이 권력의 막후 실세(?)로 알려졌던 ‘정치 비화’를 털어놨다.

김씨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의 ‘분신’인 일용 엄니로 TV(선거)광고에 출연해 김대중 지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라디오 찬조연설에서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기도 했다.

-당시 김대중 후보 지원유세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대통령선거 때 제가 그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뛴 이유는 단 하나,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어요. ‘전라도가 한번 정권을 잡아보자’는 생각이 강했었죠.”



-단순히 고향이 같기 때문에 도왔다는 건가요.

“아뇨. 꼭 그렇지는 않아요. 이전부터 존경하는 분이었지요.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없애자 하지만 지역감정이라는 게 없애자고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분이 쓴 ‘옥중서신’을 읽고 빠져들었어요. 거기에 이런 부분이 있더라고요. 교도소에서 운동을 하러 마당에 나갔는데 돌 틈에 새끼손가락 만한 하얀 꽃이 핀 걸 봤대요. 그러던 어느 날 우박이 쏟아졌는데 그 꽃이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 아침이 밝기를 기다렸다는 거예요. 감옥살이를 하는 것도 억울하고 힘들었을 텐데 작은 꽃 하나가 어떻게 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는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아서 무작정 좋아했죠. 남자가 꽃을 좋아하면 마음이 참 여리고 착한 사람임에 분명한데 이런 사람이 그 험한 야당 생활을 어떻게 했을까 싶더라고요. 언젠가 (김대중 전 대통령)부부와 같이 영화를 보고 밥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밥을 먹는 저를 보시고는 그분이 부인 이여사에게 ‘밥 많이 먹는디 고봉으로 푸지 그래’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서는 피붙이의 정마저 느껴졌어요.”

DJ ‘옥중서신’ 읽고 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언제였나요.

“(1997년으로부터) 한 20년 전쯤이요.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을 때가 처음이었죠. 무슨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서울의) 명보극장이었어요.”

-유세기간에 김대중 후보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얼굴도 한번 못 봤어요. 저는 그때 후보를 따라다니지 않았어요. 전 저대로 뛰었고 후보는 후보대로 유세를 다녔어요. 출연하는 드라마 녹화하랴, 선거홍보용 TV광고 찍으랴 바빠서 한 자리에서 대면은 못했어요. “

-선거 때 정치인을 위해 지원유세를 한 적이 있습니까.

“전라도 출신 국회의원들이 출마했을 때 몇 번 도와준 적은 있지만 대선 때 나서기는 처음이었어요.”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제가 열심히 뛰고 도와줬던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그런지 스스로 유관순이 된 듯한 기분이 듭디다.”(웃음)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김수미씨는 김대중 당선자로부터 ‘도와줘서 고맙다’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는 선거 기간 동안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의례적’으로 발송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때 초청받은 사람 중 단상에 ‘자리잡고’ 앉은 연예인은 그가 유일했다고 한다.

-청와대로 초대받은 적은 있습니까.

“그분이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나 선거 때 도움을 줬던 연예인들을 청와대에 초대합디다. 그때 들어가 봤어요.”

-지원유세를 한 연예인 중에서는 ‘톱스타’급에 속했는데 특별한 대접을 받았습니까.

“남녀 시계 한 쌍을 줍디다. 다른 연예인들도 모두 받았어요. 김대통령과는 20여 년 전 명보극장에서 만난 이후 처음 얼굴을 맞댔는데 예전의 일(영화보고 밥 먹었던)은 기억을 못하는 것 같습디다. 기억했다면 인사를 나눌 때 오랜만이라든지, 당시의 얘기를 꺼내면서 아는 체했을 텐데….”

-몰라봐서 좀 섭섭했다는 건가요?.

“아뇨. 옛날 인연을 기억하지 못한 것보다는 목숨 걸고 지원유세를 한 것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섭섭했죠. 라디오를 통해 1시간 동안 찬조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참모진이 들고온 원고가 약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제 성에 안찹디다. 그래서 제가 손수 강도 높은 원고를 작성해서 연설을 했어요. 그때 상대방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감옥에 갈 것을 염두에 둘 정도로 공격 수위가 ‘쎈’ 연설이었어요.”

그는 당시 라디오 찬조연설에서 법적으로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를 두고 “빽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아들만 군대에 보냅니까? 돈 없는 집 자식들은 최전방에서 지뢰 밟고 죽으면 개 값 받고 말라는 겁니까. 저도 돈 한푼 안 들이고 아들 군대 안 보낼 정도의 빽은 있습니다. 그래도 제 아들은 군대에 보낼 겁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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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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