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계천 복원 국제 심포지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는 우리 사회의 토론 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다시 불거진 새만금 사업 관련 논쟁과 마구잡이로 추진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도 바로 그런 사안에 해당한다. 이 두 사업은 상충하는 의견을 가진 양쪽 집단이 있지만, 어느 한 집단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만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소개되면서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치열했던 2년간의 논쟁
새만금 사업과 청계천 복원사업을 둘러싼 논쟁의 전말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논쟁이 어떤 식으로 잘못 진행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기로 하자. 그리고 이 두 사업에 대해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해보기로 하겠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토개조 사업’이자 ‘여의도 면적 100배의 국토확장 사업’이라는 새만금 사업은, 전북 군산시의 서남쪽 해안에서 시작해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고군산군도를 거쳐서 다시 변산반도의 북쪽 끝자락 해변에 이르기까지 장장 33km의 방조제를 건설하는 초거대 토목사업을 통해 간척지 총 4만100ha(1억2000만평)를 얻는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1991년 11월 기공식을 가진 이 사업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까지 방조제 공사의 약 70%가 진행된 상태였다. 그 동안 쏟아 부은 돈만 1조원에 육박했다.
새만금 사업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 것은 김대중 정부 이후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시민·환경단체들이 이 사업을 ‘환경을 파괴하는 대표적 국책사업’으로 규정하고 즉각 중지를 요청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이 요구를 수용해 사업 추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는 ‘새만금사업 환경영향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했다. 30명으로 이루어진 조사단은 1999년 5월 활동에 착수해 두 번이나 기한을 연장한 끝에 2000년 8월 사업지속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추천으로 민관공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들은 보고서가 편파적으로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조사단의 결정을 부정하고 나섰다.
이듬해인 2001년, 사업 추진을 주장하는 전라북도와 농림부가 한편이 되고 사업 중지를 요구하는 환경단체들이 다른 한편이 되어 대립전선을 형성하면서 논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양측이 각종 언론매체와 시위, 집회를 통해 총체적 실력행사에 나섰던 것이다.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정부는 이해 5월7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대토론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둘러싸고 대토론회가 열린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전북도민 표를 잡아라”
하지만 토론회에서조차 양측은 팽팽한 대결양상을 보였을 뿐 어떠한 해결점도 도출하지 못했고, 공은 다시 정부로 넘어갔다. 결국 2001년 5월21일 국무총리실은 새만금 사업의 지속을 결정했다. 1999년부터 2년여 동안 논쟁이 진행되면서 잠정 중단됐던 방조제 공사는 이후 다시 추진되어 현재는 88%가 진행됐다. 총 33km의 방조제 중에서 이제 겨우 6km 구간만이 열려 있는 상태. 주무기관인 농업기반공사는 방조제 준공 목표를 2006년으로 잡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외견상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이렇다할 공통점이 없다. 공사의 성격 자체도 토목공사와 도시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더러, 새만금 사업은 시민·환경단체들이 극력 반대하는 반면 청계천 복원사업에는 적극적 혹은 묵시적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두 사업이 갖는 공통점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먼저 새만금 사업과 청계천 복원사업은 모두 애초부터 졸속으로 추진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냉정한 경제성 평가와 합리적인 환경영향평가 절차 없이 정치적 목적에서 처음 발의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