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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인간배아복제’ 8년 논쟁

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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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연장을 위한 불가피한 섵낵인가. 아니면 반윤리적인 위험한 도전인가. 인간복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최근 의학계의 지속적인 연구 결과,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더 이상 논란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회의는 춤추고 법안은 잠잔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간복제에 반대하며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복제인간 이브의 탄생과 복제양 돌리의 사망.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두 복제 창조물의 생몰 소식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2002년 12월27일 종교단체 ‘라엘리안 무브먼트’ 산하 인간복제회사 클로네이드는 최초의 복제인간 이브가 세상에 무사히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 낯선 생명체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최초의 복제동물 돌리의 사망 소식이었다. 2003년 2월14일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로슬린연구소는 돌리가 폐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도축했다고 발표했다. 돌리는 보통 양의 수명의 절반 정도인 6년 반의 짧은 생을 살다 간 것이다.

이브와 돌리는 비록 종(種)은 다르지만 ‘복제’를 통해 태어났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아직 로슬린연구소측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돌리의 ‘요절’은 복제기술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브의 탄생이 윤리적인 이유뿐 아니라 안전성 면에서도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근거다.

이런 세간의 우려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는 복제기술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법안 제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행정부와 입법부에 모두 4개의 법안이 준비된 상태다.

행정부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주축이 돼 과학기술부와의 협의 아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돼 있다. 또 국회에서는 김홍신(金洪信·한나라) 의원이 발의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과 이원형(李源炯·한나라) 의원의 ‘인간복제금지 및 줄기세포연구 등에 관한 법률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도 이상희(李祥羲·한나라) 의원이 발의한 ‘인간복제 금지 및 줄기세포 연구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한가지, 즉 인간복제를 금지한다는 사항이다. 지난 2개월간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법안을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표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일은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인간복제를 제외한 항목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인간배아복제, 그리고 이종간 핵이식에 대한 허용 여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생명과학산업위원회를 비롯한 생명공학 산업계 관계자들은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이들 연구를 금지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들은 안전성과 윤리문제를 제기하며 연구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구의 주체인 과학자들도 이 두 가지 입장의 어느 한편에 서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도대체 인간배아복제와 이종간 핵이식이 무엇이기에 복제인간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일까.

인간배아복제는 찬성이 우세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후 ‘복제’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로 자리잡았다. 돌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태어난 양이 아니다. 암양으로부터 얻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다른 암양의 젖세포 하나를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한 후 임신 기간을 거쳐 태어난 개체가 돌리다. 젖세포 제공자, 난자 제공자, 그리고 대리모까지 모두 암컷이었으니 돌리는 아빠 없이 엄마만 3마리인 셈이다.

‘인간복제’란 바로 돌리가 태어난 원리를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시킨 개념이다. 양 대신 인간의 난자와 체세포를 사용한다는 점만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배아복제’란 무엇일까. ‘배아’(embryo)는 흔히 임신 2개월까지의 초기 생명체를 일컫는 말이다. ‘인간배아복제’는 돌리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을 복제한 후 이를 초기 배아 단계(보통 수정 후 4∼5일 정도)까지만 기른다는 의미다. 말을 잘못 해석하면 ‘인간의 배아를 복제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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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훈기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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