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물이 흐르고 동·식물이 다시 살게 된 서울 청계천.
서울은 성장 위주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녹지 확보에 실패를 거듭해왔다. 자투리땅이 생기면 고층 빌딩을 지어 개발이익을 남기는 데 급급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장 일변도의 도시 조성에 대한 반성이 일어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녹지 면적 증가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고가도로가 사라진 자리에 하천이 복원되면서 열섬 현상으로 높아진 도심의 기온이 낮아졌다. 35만평의 서울숲이 생겨나 꽃사슴, 고라니, 다람쥐가 ‘출몰’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모두 75만평의 녹지가 서울 곳곳에 새로이 조성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에는 생태 네트워크라는 ‘녹색 혈관’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을 지켜보는 이웃나라 일본 도쿄의 시선은 범상치 않다. 도쿄는 서울의 청계천 복원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서울과 도쿄의 녹지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두 도시 모두 중세부터 양국의 수도였다. 일제 강점기 도쿄와 서울은 지배와 복속의 관계였다. 당시 도쿄는 서울의 도시계획을 주도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도시 모두 급격한 인구·경제 집중현상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렀다. 그래서 도쿄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녹지가 그리 풍족하지 않다. 서울과 도쿄는 도시의 생성·팽창 과정 및 부족한 녹지상태 등에서 이처럼 닮은꼴이다.
그런데 녹지 확충에 관한 한 답보 상태인 도쿄와 달리 최근 서울은 친환경도시로 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 도시의 현재 변화과정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의미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제가 건설한 서울시청 건물 앞에 녹색광장이 조성된 점은 상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서울과 도쿄의 녹지면적 확충 추이를 종합적으로 비교해보자. 서울과 도쿄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서울의 경우 정책당국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해 녹지면적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결정권자의 의지는 도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녹지 확충의 의지’ 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시자를 압도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들른 외국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명박 시장.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는 “CEO 시장이 그린(Green)으로 가다”라고 보도했다.
서울은 도심 소하천 복원 정책에서 도쿄보다 한걸음 앞서가고 있다. 복원 공사를 마치고 10월1일 통수식을 갖는 청계천은 서울 강북의 도심 5km를 지나며 주변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주게 된다. 이에 대한 도쿄의 관심은 매우 크다. 서울시는 청계천뿐 아니라 서울 강남·북 도심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소하천들을 이른 시일 안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녹색 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도쿄 언론들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서울 600년사(史)에 남을 대사업”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아사히신문’은 “하루 17만대 가까운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뜯어내고 하수구로 이용되던 하천에 물소리와 녹음을 되돌린다…1000만 도시 서울은 경제적 효과보다는 윤택함을 선택했다”고 썼다. ‘요미우리 위클리’는 연재특집 기사에서 “꿈 같은 계획이 현실로 실현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주간 ‘니케이건설’은 “일본의 토목 기술자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기술적 부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말로만 듣던 청계천 복원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일단 놀라움을 표시한다.
일본 언론은 청계천 복원 사업을 도쿄 시부야(澁谷)강과 니혼바시(日本橋)강과 비교한다. 한때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노닐던 도쿄의 젖줄 시부야강은 도시의 찌꺼기만 모여드는 하수구로 전락했다. 니혼바시강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니혼바시강을 복개해 도심 고속도로로 만들어진 니혼바시는 한때 도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회색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둘러싸인 애물단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