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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센텀시티

또 하나가 아니라 전혀 다른 소비와 욕망의 도시

신세계 센텀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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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화, 초고급화는 신세계와 롯데만의 일이 아니고 또한 부산만의 일도 아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이 실험장은 ‘백화점’과는 다른 ‘도시’다.
신세계 센텀시티
혹시 ‘매그넘’을 아시는지. 만약 이 매혹적인 단어에서 탄환의 냄새를 맡았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밀리터리 마니아일 것이다. 적재된 화약의 양이 일반 탄환보다 두 배 넘게 많은 탄환을 매그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혹시 이 단어에서 또 다른 의미의 ‘슈팅’, 즉 사진 찍기를 떠올렸다면? 아마 당신은 디지털카메라 마니아일 것이다. 권총을 쏘는 일이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이나 ‘슈팅’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매그넘’은 현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그룹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1947년 전쟁 사진의 ‘4번 타자’인 로버트 카파를 비롯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세이무어, 조지 로저 등이 창립한 매그넘은 그동안 유진 스미스, 요셉 쿠델카 같은 전설의 ‘시선’들이 거쳐 갔으며 오늘날에도 토마스 휩커, 이언 베리, 구보타 히로지, 엘라이 리드 등 ‘겨우’ 60여 명의 슈팅 스타로 구성된 최고의 사진 집단이다. 최근 어느 신문사가 주관한 매그넘 그룹의 국내 전시회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광주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그야말로 ‘절찬리’에 열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매그넘 회원 전시회가 올여름에 있었다. 오른쪽 눈을 살짝 치켜뜨고 가볍게 웃는 마릴린 먼로와 라틴의 눈물과 희망 체 게바라의 초상 사진을 비롯해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응시한 연작과 가난한 시절이었으므로 더욱 따스했던 한순간의 사랑을 나누는 연인 등의 사진으로 유명한 엘리엇 어윗. 그러니까 팔순을 넘긴, 매그넘 회원 중 최고령의 현역 작가 어윗의 사진전이 저 항구 도시 부산의 센텀시티에서 열린 것이다.

어디라고? 센텀시티? 순간, 어리둥절해 하는 당신의 표정이 보인다. 몇몇 보도가 당신의 뇌를 스친다. 부산, 벡스코, 센텀시티, 그리고 최신의 세계 최대 백화점. 바로 신세계 센텀시티!

센텀시티, 전혀 다른 공간



그들은 ‘센텀시티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여러 백화점 가운데 하나라는, 도심지 요처마다 세워진 그렇고 그런, 무지막지한 크기로 지나가는 행인을 굽어보는, 명절이나 바겐세일 때 도심지를 온통 마비시키는, 그 흔한 백화점 목록에 또 하나가 추가된 것이 결코 아님을 강조하기 위하여 ‘~점’이라는 끝 음절을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신세계 센텀시티! 복합 문화 쇼핑몰, 아니 문화, 소비와 욕망의 거대한 도시로서 센텀시티는 항도 부산의 수영만 부지에 들어섰다.

과연 최고령의 매그넘 사진작가 어윗의 사진전이 열릴 만한 곳으로, 실은 이 신세계 센텀시티는 올해 3월 개관 때부터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을 맨 앞에 세우면서 ‘또 하나의’ 백화점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백화점임을 보여준 바 있다.

그동안 여러 백화점이 계절마다 커튼이나 이불보 교체하듯 ‘중견작가 초대전’이니 ‘한국화 세일’이니 ‘수채화 동인전’이니 하는 수준으로 적당히 ‘문화공간’을 채우는 행사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리히텐슈타인과 워홀이 서두를 장식하고 어윗 같은 작가가 갤러리 공간을 압도하는 광경은, 부산의 옛 군사비행장에 들어선 이 공간이 왜 센텀시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또한 그 안에서 가장 독보적 외형을 구가하는 센텀시티가 왜 강력한 랜드마크로 떠올랐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언급하건대, 이 지면에서 센텀시티라고 부르는 공간은 대체로 ‘신세계 센텀시티’를 뜻한다. 이와 구분해 해운대구 센텀시티라고 적은 때가 있는데 이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옛 수영비행장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한 대규모 도시개발 구역 전체를 가리킨다. 이 구역 안에는 신세계뿐 아니라 그동안 부산·경남 지역 유통업계를 대표해온 롯데를 비롯해 홈플러스를 앞세운 삼성이 진출해 있으며 최신의 호텔과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고, 인근의 마린시티와 겹치면서 센텀파크, 아델리스, 베네시티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기립했다. 2013년엔 108층 규모의 월드비즈니스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도약대가 된 벡스코는 전시장으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으로 2012년까지 제2전시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압도적 백화점

이 거대한 ‘시티’ 안에 신세계 센텀시티가 3월3월 그 위용을 드러냈다. 겨우 6개월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이제 센텀시티의 랜드마크는 ‘센텀시티’로 확연히 굳어지는 형세다. 고급 석재인 오로데조토를 사용한 건물 외관은 부드러운 회색과 밝은 브라운이 주종을 이룬다. ‘크기가 크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고전적 명제를 확인해주는 처리가 엿보이거니와 엄청난 스케일의 복합 건물임에도 강철의 유연한 곡선과 채광창, 그리고 흡사 거인이 슬며시 어루만져준 듯한 전면부의 질감은, 종종 거대한 건축물이 품은, 그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을 압도하면서 내리누르는 듯한 심리적 하중을 덜어준다. 이는 건물 내부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3개의 보이드(Void·건물 내부의 비어있는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그중에서도 한가운데의 보이드는 1층부터 9층까지 시원하게 뚫려서 자연 채광이 충분한데 이는 채광 효과만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극대화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테리어도 건축을 이기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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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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