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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도시’ 대구, 안전과 생명존중의 메카로 탈바꿈

대한민국 소방안전박람회의 조용한 혁명

‘사고도시’ 대구, 안전과 생명존중의 메카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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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3년 지하철 방화사건 계기 2004년 제1회 박람회 개최
  • ● 올해 제9회 소방안전박람회(5월 2~4일)는 생명존중 네트워크 구축
  • ● 소방방재청,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 포럼 발족
  • ● ‘다크투어리즘(블랙투어리즘)’ 체험관광 활성화 43만 명 체험
당신은 그날을 기억하십니까/오늘에서 정확하게 100일 전/대한민국 광역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을 기억하십니까/200여 명의 목숨이 어이없이 잿더미가 된/200여 명의 미래와 희망이 검은 연기가 된/도저히 믿을 수 없는 죄악의 현장을/그렇습니다/범인은 모두 우리들/나는 아니라고 누구도 말하지 마십시오./‘나’만 알고 ‘우리’를 모르는/냉혹한 우리의 이기심이/우리의 아버지를 우리의 어머니를 / 우리의 아들을 우리의 딸을 불속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 신달자 ‘당신은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중

‘사고도시’ 대구, 안전과 생명존중의 메카로 탈바꿈

지난해 열린 제8회 대한민국 소방안전박람회.

2003년 2월 18일 대구광역시는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한 큰 아픔을 겪었다. 1995년에는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하는 재난을 당했다. 대구라는 지명 앞에는 ‘사고도시’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9년여가 흐른 지금 대구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큰 사고 없고 안전한 도시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실제 2003년 지하철 참사 이후 대구에서는 큰 사고가 없었다. 또 대구 지하철 참사는 타산지석의 교훈이 돼 이후 전국 지하철 객차 시설이 불연재로 바뀌었다.

‘사고도시’의 이미지를 털어내며 구원투수 역할을 한 주체는 대구 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소방안전박람회(소방안전엑스포)’였다. 지하철 참사 1주년이 지난 뒤인 2004년 3월 18일 엑스코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소방안전박람회에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영국 러시아 등 12개국 129개 업체가 참여했다. 소방안전, 방재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 전시회가 개최됐고, 아시아태평양 화재소방학회가 함께 열려 ‘안전’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마련됐다.



수요자 대부분이 정부기관인 소방안전 산업의 특성상 박람회 초기에는 “소방관서 사람을 직접 만나면 되지 왜 전시회에 나와야 하는가”라고 거부감을 드러내는 업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제 박람회는 소방안전 산업의 메카로 부상했다. 특히 박람회와 함께 진행된 선진국형 체험행사에는 매년 5만~7만여 명이 참여함으로써 시민이 안전의식과 재난대응능력을 키우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소방안전엑스포를 기획한 박상민 대구 엑스코 기획전시팀장은 “대구하면 지하철 참사가 연상될 만큼 부끄러운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안전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고 직후 소방안전엑스포 개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소방방재청이 개최한 소방안전엑스포를 통해서 1474개의 기업이 3조7800억 원 상당의 상담을 벌였다. 그 결과, 산업으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소방안전방재 분야가 수출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다. 또 선진국에 비해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소방관의 처우가 조금씩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사고도시’ 대구의 이미지는 ‘안전도시’를 전파하는 출발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안전 체험행사는 대구에 ‘다크투어리즘(블랙투어리즘)’이라는 특별한 관광 형태를 만들어냈다. 다크투어리즘은 전쟁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벌어졌던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 소방안전엑스포 기간 중 벌인 대규모 시민체험행사는 2008년 12월 시민이나 관광객이 언제든 안전체험을 할 수 있게 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2008년 12월 개관 후 2011년 말 현재까지 43만 명의 내외국인이 안전체험을 했다. 하루 평균 400여 명이 다녀간 셈. 시민안전테마파크는 2003년 지하철 참사 당시 중앙역사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역사교훈여행의 공간화에 성공했다.

생명을 구하는 엑스포, 소방산업

‘사고도시’ 대구, 안전과 생명존중의 메카로 탈바꿈

어린이들의 재난 체험은 ‘안전’을 위한 또 다른 투자다.

전동차를 견학한 후에는 실제 전동차 객실로 옮겨 타 비상 시 탈출방법을 배운 뒤 실제 화재가 났을 때처럼 연기를 피우고 전기가 나간 상태에서 바닥의 야광타일과 비상유도등을 따라 대피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정남희(40·여) 씨는 “2시간가량의 체험을 하는데 당시 사고현장을 담은 영상과 전동차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우리가 희생자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은 우리 아이들에게 재난 시 대피요령을 몸으로 체득하게 해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실제를 방불케 하는 지하철 화재 사고 시 대피체험을 비롯해 지진대피, 산악안전체험,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완강기 작동 등 화재와 재난 발생 시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배워야 하는 체험코스로 이뤄져 있다.

오경묵 엑스코 브랜드전시팀장은 “올해 제9회 대한민국 소방안전엑스포의 주제는 ‘생명을 구하는 소방산업 활성화’다. 5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엑스코 실내전시장 및 야외전시장에서 열리는 엑스포에는 120여 개 업체가 참여해 700개 부스(체험, 야외시연 부스 포함)에 내진설계 소방설계 구조구급 소화장비 스테인리스스틸 배관 신제품신기술 특별관 등 분야별로 특화된 전시관을 마련한다.” 고 소개했다.

이번 엑스포 기간에는 소방안전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위한 수출상담회도 열린다. 또 한국화재소방학회는 국내외 300여 명의 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초고층빌딩의 내화안전’ 및 ‘도쿄스카이라인의 방화설계’ 등을 주제로 한일 국제소방콘퍼런스를 진행한다. 국내 최대의 소방 설계 공사 감리 단체인 한국소방시설협회와 제조업체 간의 제품 설명회 등 상담의 장도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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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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