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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 람보르기니 운전자도 모두 만족시켜야 살아남죠”

고속도로 휴게소의 대변신

“티코, 람보르기니 운전자도 모두 만족시켜야 살아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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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휴게소가 바뀌고 있다. 졸음 예방과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 장소로 인식되던 휴게소가 문화와 쇼핑,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971년 추풍령휴게소가 처음 개장한 이후 현재 운영 중인 휴게소는 172곳.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그만큼 휴게소 간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의 휴게소 업그레이드 전략에 맞춘 휴게소의 대변신, 그 현장을 찾았다.
“티코, 람보르기니 운전자도 모두 만족시켜야 살아남죠”

안성휴게소(서울방향) 어린이 풀장.

7월 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덕천리 화성휴게소(목포 방향)에는 대형 트레일러와 화물차량, 승용차가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65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지만 주차할 곳은 언뜻 눈에 띄지 않았다. 저 멀리 주차요원의 수신호를 보고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거센 장맛비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안개비로 바뀌었다.

“저기, 옥상 교통통제소 보이시죠? 저곳에서 지상 주차요원에게 주차할 곳을 알려줘요. 이제 휴게소도 ‘단골손님’이 많아져 첫인상부터 신경 써야 매출이 늘어요.”

화성휴게소 이정수 소장(대보유통 이사)은 휴게소 옥상을 가리켰다. 옥상에 설치된 컨테이너 절반 크기의 교통통제소에는 휴대용 무선 송수신기를 든 통제요원이 지상 주차요원에게 주차공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가 말한 ‘첫인상’은 주차 안내였다.

기자는 이날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목포 방향)와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 방향)를 찾았다. 생리욕구 해결 장소로 인식되던 휴게소가 문화, 쇼핑, 여가활동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현장, 그리고 휴게소 운영자들의 인식 변화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1971년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가 첫 개장한 이후 2000년에 100곳을 돌파했고, 2012년 7월 현재 172곳이 운영 중이다. 안의엽 도로공사 언론홍보팀장의 설명이다.



“국민 경제수준도 높아졌고, 휴게소도 많이 늘었어요. 그만큼 휴게소 운영자들도 고객 눈높이에 맞추려고 분주합니다. 하루 120만 명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는데, 예전 휴게소처럼 운영하면 매출은 곧바로 곤두박질쳐요. 편의시설이나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다음엔 절대 찾지 않아요. 그만큼 휴게소 간 경쟁이 치열해진 거죠.”

휴게소 옥상에서 주차장 통제

“티코, 람보르기니 운전자도 모두 만족시켜야 살아남죠”

지난해 12월 개관한 화성휴게소(목포방향) ‘휴 & 쇼핑’ 전시관.

화성휴게소 역시 영업전략을 세우기 위해 고객 성향 분석에 주력하고 있었다. 화성휴게소는 ㈜대보유통이 낙찰받아 2009년 1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 소장은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휴게소 영업의 필수 업무라고 했다. 그래야 적정 매출이 보장된다. 화성휴게소가 분기별로 휴게소 이용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휴게소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도 이 때문. 그런데 순간 기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티코’ 자동차부터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운전자까지 다양한 계층의 고객이 찾는 곳, 포대기에 싼 유아부터 시쳇말로 ‘장례 손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곳이 고속도로 휴게소 아닌가. 마케팅 타깃을 설정하는 게 가능할까. 기자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이 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파악해야죠. 포니에서 람보르기니 운전자 모두의 취향을 파악해야 살아남아요. 화성휴게소는 서울, 인천, 경기 시흥 등지에서 충남 당진을 오가는 화물차 운전자가 많이 찾아요. 그만큼 휴게소 제품의 질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영동선과 경부선 휴게소는 고객의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덜해요. 고가(高價) 마케팅이 가능하죠. 이런 여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영업전략을 세워요.”

화성휴게소는 화물차 운전자와 목포 등지로 먼 길 떠나는 사람들이 주로 들르는 곳이어서 식사를 하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식사 메뉴가 ‘영업 승부처’다. 예전에는 레토르트 식품을 간단히 조리해 내놓았지만, 요즘 그랬다가는 손님 떨어지기 십상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운전자들이 든든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신선 순두부와 수제 돈가스를 대표 음식으로 내놓았다.

화성휴게소는 매일 아침 파주장단콩을 직접 들여와 순두부를 만든다. 유명 ‘맛집’처럼 하루치 순두부를 다 팔면 메뉴에서 뺀다. 수제 돈가스 역시 냉장육을 받아 직접 칼집을 내고 튀김옷을 입혀 숙성시켜 튀긴다.

“32년 경력의 조리실장과 한 방송사에서 ‘돈가스 달인’으로 선정된 조리사가 직접 조리합니다. 맛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거죠.”

이른 아침 운전하는 화물차 기사가 많이 찾는 만큼 아침 식사를 하는 고객에게 조리사가 직접 이동조리대를 끌고 가 달걀프라이를 만들어준다. 숭늉과 김치꽁다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매월 2차례 음식 맛 평가대회를 여는 것도 고객 유치를 위한 몸부림이다.

맞은편에 있는 화성휴게소(서울 방향)는 수도권 목적지와 가까운 만큼 운전자들은 주로 면류와 간식류를 찾는다고 한다. 면류 식당을 스낵코너 식당가보다 크게 만든 것도 이 때문. 같은 화성휴게소라고 해도 상하행선 휴게소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다. 서울 방향 화성휴게소는 보통 남도음식을 맛본 고객들이 많이 찾아 조리사들이 음식 간을 조금 짜고 강하게 한다. 남도음식에 익숙해진 입맛에 맞춘 것인데, 소비자의 미각까지 고려하는 서비스 정신에 짧은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휴게소 외부 스낵바와 주차장 사이 테라스에 설치한 수세미 넝쿨대도 마찬가지였다. 길이 40m, 높이 5m의 넝쿨대에는 수세미 넝쿨이 무성했다. 오전에는 햇볕 때문에 외부 스낵바 직원들이 자연스레 인상을 찡그리며 손님을 맞는 것을 보고 3년 전에 햇빛 가리개용으로 설치했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웃으면서 고객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도음식 맛본 손님 위해 간 조절

화성휴게소는 지난해 12월 1일 165㎡ 규모의 ‘휴·쇼핑’ 전시관도 개관했다. 도로공사가 중소기업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인데, 화성휴게소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날 찾은 매장에는 유아 휴대용 소변통을 사러 온 주부에서 레저 장비를 찾는 여행객까지 다양한 부류의 고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100여 업체의 600여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웬만한 제품은 다 있다. 백화점 잡화 코너를 옮겨 놓은 듯했다. 지난해 12월 하루 30만 원이던 매출은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하루 220만 원으로 부쩍 늘었다. 휴게소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 8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96억 원으로 8억 원 증가했다.

“티코, 람보르기니 운전자도 모두 만족시켜야 살아남죠”

화성휴게소가 자랑하는 순두부 코너와 회성휴게소 전경, 야외 휴게시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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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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