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휴게소 내부 모습. 새 단장한 화장실과 패션 아울렛 ‘단지. 스팀 세차장, 수유실, 식당(시계방향)
사실 이러한 휴게소의 변신을 촉발한 곳은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라고 휴게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2003년 코오롱건설이 도로공사 폐도부지 18만8790㎡(약 5만7000평)에 세운 덕평자연휴게소는 2007년 개장과 동시에 고객들의 눈높이를 부쩍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볼 수 있던 테마휴게소를 처음 선보인 것. 덕평자연휴게소에서는 아웃도어 매장과 골프용품 매장 등 17개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해 마치 자연휴양림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연간 1000만 명의 이용객 중 가족나들이객(24%), 연인·친구(21%)들이 절반을 차지해 ‘가족 휴게소’로 자리 잡았다. 2008년 100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00억 원 이상 급증해 전국 1위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동시에 휴게소 영업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박철현 도로공사 휴게시설계획팀 차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덕평자연휴게소를 한번 찾은 고객들은 휴게소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요. 다른 휴게소에도 덕평휴게소 수준의 편의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죠. 무한경쟁 시대에 전반적으로 휴게소 문화를 향상시켰다고 봐요. 도로공사도 휴게소 업그레이드 결과를 평가에 반영해요.”
여기서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에 대해 알아보자. 1995년 3월까지는 도로공사 자회사인 고속도로시설관리공단이 휴게소를 운영했다. 정부의 시설관리공단 민영화 방안에 따라 휴게소 민간 위탁운영이 시작됐고, 민간업체가 뛰어들었다. 도로공사는 매년 운영 서비스를 평가해 1~5등급을 매기는데, 이는 휴게소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건 그렇고, 이날 오후 찾은 안성휴게소(서울 방향) 역시 고객들의 요구에 정면대응하고 있었다. 안성휴게소는 ㈜영풍이 1995년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재계약을 통해 2015년까지 운영권을 부여받았다. 안성휴게소는 휴게소 단일 건물로는 가장 큰 규모(5723㎡)를 자랑한다. 음식 맛으로 승부를 겨루는 화성휴게소와 달리 안성휴게소의 화두는 ‘고급화’였다.
‘단골’ 유치한 호텔급 화장실
지난 6월 개장한 패션아웃렛 ‘단지’는 806㎡ 부지에 8개 고급 브랜드를 갖췄다. 은은한 LED조명과 호텔 수준의 화장실은 백화점을 연상케 했다. 자작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와 새로 단장한 수유실도 눈길을 끈다. 안성휴게소 성태훈 소장의 말이다.
“안성휴게소는 비교적 구매력 높은 고객들이 찾는데, 60% 이상이 단골 고객입니다. 쇼핑몰은 그러한 고객들의 욕구에 맞춘 겁니다. 교통 체증을 피해 휴게소를 찾은 고객들이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충동구매’를 하면 곧 단골손님이 되죠. 한번 찾은 식당은 다음에도 편하게 찾게 되잖아요?”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다 안다. 평일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은 안성휴게소 부근에서부터 밀린다. 이를 피해 안성휴게소를 찾은 고객들이 고급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쇼핑몰에서 충동구매를 하면 다음에도 반드시 찾게 된다는 게 성 소장의 ‘단골 만들기’ 전략이다. 경험칙상, 특히 여성 이용객에게는 깨끗한 화장실이 휴게소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된다. 그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고급화 전략은 식당에서도 잘 나타났다. 안성휴게소 일식당은 고객이 직접 식판을 옮기는 여느 휴게소 음식점과 달리 종업원이 물과 음식을 가져다주는 ‘풀서빙 음식점’ 1호점이다. 도넛, 아이스크림 등 유명 브랜드 업체 4곳을 입주시킨 것도 고급화 전략의 하나다. 야구연습장과 어린이 간이 풀장을 설치하고, 매주 음악회를 여는 것도 마찬가지다.
1995년부터 안성휴게소에서 근무한 성 소장은 17년 전과 비교하면 영업소 운영은 천지개벽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많이 팔아야 한다’는 매출 중심의 운영이었다면, 현재는 고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오래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그러면 휴게소에 머무는 시간도 늘고, 그만큼 매출도 올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