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6일, 서울 구로구 서울조선족교회에서 열린 ‘조선족 출신 한국인 차별 항의집회’에서 한 여성이 자신이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2000년 5월 금강산 온정각휴게소에서 지배인과 봉사원으로 처음 만났다. 이씨는 뷔페식당 관리를 맡았고, 염씨는 홀에서 일해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두 사람은 2월초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에서 신부의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1차 예식’을 치렀다. 염씨가 조선족인 까닭에 부모들이 손쉽게 입국할 수 없어 중국에서 따로 예식을 치른 것이다. 양가 부모형제의 축복을 받으며 치르는 게 정상적인 결혼식일텐데, 이들은 신랑식구 따로 신부식구 따로 혼례를 치렀다. 왜 이런 반쪽 결혼식을 해야 했을까.
조선족과의 국제결혼 연간 7000건
한국 남성과 조선족 여성의 결혼은 이제 흔한 일이다. 지난 한해 치러진 1만5000여 건의 국제결혼 가운데 7000건 이상이 한국 남성과 조선족 여성의 결합이었다. 그간 6만쌍의 한국 남성과 조선족 여성 부부가 탄생했고, 한국 여성과 중국 남성 커플도 총 3000쌍에 육박한다.
말이 통하는 동포간의 결혼이지만 엄연한 국제결혼인지라 이들의 결혼생활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약 2년간 평온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경우 대한민국 국적은 자동적으로 주어진다. 그렇지만 국적을 취득했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함께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의 가족들을 초청할 때 문제가 생긴다.
중국에 거주하는 친정식구를 초청할 권리가 없는 조선족 여성이 가족을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본인이 중국으로 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오는 것.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진 주부로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남편이 장인과 장모 등 부인의 중국 가족을 초청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식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면서 최근 조선족의 입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조선족교회의 오필승 목사는 이런 방식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말한다.
“조선족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조선족은 중국의 직계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남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국적 취득은 물론, 친정가족 초청권이 남편에게 있어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할 경우 미아가 돼버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선족 여성은 남편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현재 한국인은 친인척 관계만 확인되면 중국에 거주하는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을 초청할 수 있다. 조선족 출신 국적취득자에게는 이 권리가 없다. 그런데 현행 법률에는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어디에도 없다. 다만 법무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한 내규에 근거해 이를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법에도 없는 권리제한인 까닭에 명백한 불법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