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실시한 여성 연기자 인권침해 심층면접에 응한 배우 A씨(20대 후반)의 고백이다.
인권위는 여성 연기자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는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는 111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여성 연기자 10명 가운데 6명이 유력인사, 방송 관계자로부터 성(性)접대 제안을 받았다”는 게 설문조사 요지. 심층면접은 여성 연예인 16명(연기자 12명, 지망생 4명)과 방송연예산업 관계자 11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소수 인원이 응했다는 점에서 대표성에는 한계가 있으나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연예인 인권침해 실태를 심층적으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심층면접에 응한 여성 연기자 연령대는 20대 초반~40대 후반이다.
“남자를 알아야 한다면서…”
A씨에 대한 스폰서의 성적 요구는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의 학대로 이어졌다. 배우 B씨(20대 중반)는 기획사 대표의 성적 횡포를 이렇게 털어놓는다.
“남자를 알아야 한다면서 모텔로 끌고 갔어요.… 그날도 옷 협찬받는다고 디자이너 클럽에 데려가더군요. 거기서 옷을 되게 많이 사줬어요. 자기 돈이 아니라 협찬이라면서요. 마음에 드는 거 다 고르라고 했어요. 옷을 실컷 사주고 집에 데려다 주는데 모텔로 데려가더군요.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이쪽 일을 하려면 네가 세상을 더 알아야 하고, 남자도 알아야 하고.… 그래 가지고 싸웠어요. 거기서. 싫다고 그랬더니 남자를 알아야 한다는 둥 막 그런 식으로 하면서 저를 그러더라고요….”
지난해 3월 배우 장자연씨가 소속사 대표의 성접대 강요와 폭행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를 계기로 이뤄진 인권위 조사는 “여성 연기자들이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힌다. 성폭행을 비롯한 범죄행위를 당한 비율이 6.5%에 달했다. 48.4%는 제의를 거부한 뒤 캐스팅이나 광고출연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예인 지망생 C씨(20대 초반)는 심층면접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쪽 남자들은 여자들은 몸이라도 팔 수 있으니 좋겠다고( 말해요). 어떤 사람은 이런 게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라도 성공하고 싶은 거예요. 스폰 잡아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은 거예요. 스폰 같은 사람들은 발이 넓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소개시켜주고 끌어줄 수도 있고.”
“너 뜰 때까지 다 해주겠다”
연예계 진입을 갈망하는 일부 지망생은 부도덕한 관행을 적응해야 할 조건으로 여긴다. 연예인이 되고자 유흥업소도 기웃거린다.
“텐프로(유흥주점) 자체가 얼굴을 보고 뽑는 거고. 돈 많은 감독님이 너 연예인 시켜줄 게 이러면 누가 거절하겠어요. 순수하게 있다가 연예인 되는 경우보다 그런 식으로 입문하는 게 오히려 빠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냥 있으면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그런 장소에서 그런 분들 만나서 쉽게 가는 거죠. 밑바닥부터 막 진짜.”(연예인 지망생 D씨·20대 초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