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호

이론은 맞다 그러나 성취는 쉽지 않다

  •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입력2006-12-21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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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6월 ‘신동아’에 기사가 나가면서 화제를 모았던 정인석씨의 영어 발성훈련법. 당시 그것을 배우겠다고 나섰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6개월이 지난 후 그들을 다시 만나봤다.》
    “발성훈련 6개월이면 영어 한(恨) 풀 수 있다.” ‘신동아’ 1999년 6월호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도발강좌 - 괴짜강사 정인석의 최초 공개 영어통달비법’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기사였다.

    정인석씨(정인석 영어문화원장·43)의 체험적 영어학습 방법론을 소개한 그 기사의 요지는 ▲ 이제까지의 문법·단어암기 위주의 영어학습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런 잘못된 영어학습법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말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다 ▲ 영어 뿐 아니라 모든 언어 학습의 요체는 문자가 아니라 소리를 익히는 것이며, 나(정인석원장)의 영어 발성훈련법을 6개월간 받아서 영어의 굴절음을 자기 몸에 체화(體化)시키면 한국인도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된다는 등이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신동아’ 편집실에는 6월 내내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정인석씨의 학원은 한동안 각종 매스컴과 몰려드는 수강 신청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동아’ 편집실에 들어온 독자들 반응은 대체로 “그 학원 연락처를 가르쳐달라” “기자가 직접 수강해봤다고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더냐”는 것이었고, 개중에는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매체가 어떻게 특정 학원을 홍보해주는 기사를 낼 수가 있느냐”는 질책도 꽤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들은 과연 정인석씨의 주장처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게 됐을까? 아니면 정인석씨의 주장은 과장에 불과한 것이며, 따라서 ‘신동아’는 일부 비판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한 셈인가?

    (이 기사는 ‘정인석 발성훈련법’을 검증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시사월간지인 ‘신동아’가 99년 6월호에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소개한 것은, 그의 방법론이 우리 나라의 대다수 영어학습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영어학습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신동아’가 관련 기사를 다시 다루는 것은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일반에 처음 소개한 매체로서 그 결과를 알리는 것 또한 책임있는 언론의 의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개월 후, 달라진 풍경들

    ‘신동아’ 1999년 6월호 기사가 나간 이후 정인석 영어문화원에는 500여명이 새로 6개월 코스 강의를 신청했다. 그 이전의 규모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셈이다. 협소했던 학원 공간도 대폭 확장됐다. 99년 12월 말 현재 수강생은 400여명. 학원 관계자는 “6월 이후 등록한 사람들 중 100여명이 중도 포기해 수강료를 환불해줬다”고 말했다. 6월 이후에 개설된 반(班)이 연말에 끝나면 150여명이 남게 된다고 한다.

    학원측에서는 지방에 거주하는 수강 희망자들을 위해서 위성강의 계획도 준비하고 있었다. 즉 2월 말 시행을 목표로 지방 각 도시의 영어학원과 계약을 체결해 서울에서와 똑같은 내용을 위성 강의하고, 쌍방간 질의·응답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

    연말이었던 어느 날 오후에 방문한 학원 강의실에는 100여명의 수강생들이 ‘여전히’ 발성연습을 하고 있었다. 학원측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12월 초로 6개월 코스가 이미 끝난 수강생들인데, 자발적으로 학원에 나와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 심지어 12월30일부터 1월2일까지 나흘간 하루 10시간씩 총 40시간 집중훈련도 계획돼 있다고 했다.

    6개월도 훨씬 지난 뒤에 다시 보는 강의실 풍경은 예전과는 사못 달랐다. 기자가 직접 발성훈련을 받았던 99년 2∼5월에는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발성훈련을 했는데, 이제는 수강생들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서 발성훈련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상체를 앞으로 깊숙이 구부린 채 소리를 지르고, 두 팔을 앞으로 들고 기마자세를 하고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발성훈련을 지도하는 ‘훈련대장’ 한철씨의 말. 그는 99년 8월 하순경 정인석씨의 책 ‘영어 한풀이’를 독파한 뒤 40일간 서울 근교 비닐하우스에서 혼자서 집중 훈련을 한 끝에 ‘득음(得音)’에 성공했다는 사람이다(미니 인터뷰 참조).

    “그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훈련방법이 개발됐습니다. 발성훈련법이 기본적으로 신체를 훈련시키는 것인만큼 그냥 앉아서 하는 것보다 정확한 소리가 나오도록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서 훈련을 하도록 지도합니다. 자전거 타이어의 속고무를 구해다가 배에 두르고 발성연습을 하도록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수강생들마다 타이어 속고무를 구하느라 서울 시내 자전거 상점마다 소동이 벌어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인석씨 영어학습법의 요체는 ▲ 기본발성 - 공명발성 - 기공발성 - 복합발성 - 스피드 복합발성 등 5단계로 구성된 발성훈련을 통해 영어 모음을 원어민처럼 발성할 수 있게 되고 ▲ 영어의 자·모음에 따라 서로 다른 입모양을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전위행위에 숙달하게 되면 ▲ 원어민과 똑같은 영어 발음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청취력도 저절로 향상된다는 것. 간단하게 말하면, 발성훈련과 전위행위를 통해서 ‘갓난아이가 처음 말을 배워나가는 방식’으로 외국인도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99년 6월호에도 언급했듯이, 그의 영어학습 방법론은 기존 학계에서 검증된 것이 아니다. 정인석씨가 중학시절 실성 직전에 갈 정도까지 독학으로 발성연습을 한 끝에 “머리 뚜껑이 열리는 듯 했다”는 개인적 체험에 바탕을 둔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가 이 발성훈련법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게 99년 초부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특정 다수를 위한 체계적인 교수방법론이 확립돼 있던 것도 아니었다.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에서 수강생들이 무엇보다 힘들어하는 것은 학습과정에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6개월 코스의 대부분을 단조로운 발성훈련에 투자해야 하고, 강의시간 뿐만이 아니라 여유시간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할 것을 요구받는다. 정인석씨의 말처럼 “단어와 문장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로 굳어진 몸을 영어를 발성하기 위한 신체구조로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발성훈련을 받는 중에는 영어 문장 하나 접하지 못하니 일반 영어학원과는 분위기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정씨의 이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이는 따라가기가 매우 어려운 방법론인 것이다.

    한 ‘영어도사’의 소감

    기자는 일단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지를 돌렸다. 설문지는 질문을 세부 항목으로 나누지 않고 6개월간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을 받은 소감을 내키는 대로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설문을 주관식으로 작성한 것은, 발성훈련법에 대한 평가 자체가 평자에 따라서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배포된 설문지 100장 중 수거된 것은 70장. 이와 동시에 학원 내에서 수강생 10여명을 면담했고, 학원 외부에서 별도로 10여명과 직접 면담 혹은 전화로 접촉했다.

    수거된 설문지 70장에는 중첩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주관식 답변이라 정밀한 분류가 쉽지는 않지만 답변을 크게 분류해보면 ▲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개인적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가 10장 안팎 ▲ “애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는 평가가 나머지 대부분이었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 중에서도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한 이는 거의 없었다는 점. 또,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사람 중 상당수는 “정인석씨의 이론 자체는 옳다”는 강한 신념을 피력했다. 우선 설문지 답변 중 긍정적인 것들 몇 가지를 추려보자.

    “저는 현재 국내 S그룹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제법 영어를 잘하는 축에 속한다고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입사할 때 토익 955점을 받아서 사내에서는 ‘영어도사’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사내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해왔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으며, 영어 뉴스는 80% 이상 듣고 이해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영어공부를 해오면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습니다. 일례로 미국인 성인의 말은 웬만큼 알아 듣는데, 어린 아이들의 말은 문장이나 단어가 어렵지 않은 데도 좀처럼 잡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회사에서 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에도 한계를 느끼곤 했습니다(그들은 한국인들과 대화할 때에는 다소 쉽게 말합니다.)

    이런 문제로 고심하던 중 ‘신동아’ 기사를 접하고 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어의 뿌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언어란 결국 발성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발성음의 특징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언어학습의 첫걸음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습득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건 결국 저 자신을 원어민의 발음구조에 적응시켜나가는 과정이니까요.

    지난 6개월간 정원장님의 발성훈련법을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함을 절감합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낍니다. 분명 길은 맞습니다. 그리고 이 산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오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장○진)

    “이번에 발성법을 배우게 돼 저의 영어 공부에 큰 전환과 변화의 계기가 됐습니다. 원장님께서 주장하는 영어학습 방법 전반에 대해 진심으로 동감합니다. 이 방법이야말로 지금까지 아무리 해도 안되던 영어, 시간과 노력과 돈의 투자에 비해서 성과는 미미했던 영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단 교습 체계가 아직 불안정해서 혼돈의 시간이 많았던 것이 아쉽습니다. 6개월 과정의 전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바람에 후반부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저는 발성훈련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 방법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심과 불신뿐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설득력있게 이 방법을 전파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처음에 언론에서 이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6개월이면 영어를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제가 해보니까 6개월은 영어의 기본을 닦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정말로 중요한 영어공부의 첫걸음이지만, 언론에서 소개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수강생들이 실망한 나머지 중도 하차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정○윤)

    “제가 경험을 통해서 얻은 생각은 정인석 발성훈련법과 기존 영어학습법들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인석 발성훈련법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또 그에 따른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스피킹 훈련과정에 제가 경험한 바로는, 호흡과 모음, 그리고 전위행위가 어느 정도 맞물려서 돌아갈 만큼 훈련이 된 상태에서는 AFKN이 프로그램 종류에 관계없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마치 기어의 톱니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때 머릿 속에 있던 어휘는 그대로 살아나고, 접해보지 못했던 어휘는 소리 그 자체로 들어옵니다. 뜻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소리 자체를 놓치지는 않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발성훈련이 덜 된 상태에서는 톱니가 각자 따로 노는 듯한 느낌입니다. (중략)

    저에게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하루 차이로 번갈아 일어나곤 했다는 것입니다. 훈련량이 부족하거나 훈련 방법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이전 상태로 돌아가버리곤 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것이 자리잡으려면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익명 답변자)

    “제 영어실력의 향상 정도를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든 단순히 느낌으로든 성과는 있었습니다. 일단 영어를 들으면 남들보다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고 예전에 느꼈던 답답함이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6개월이란 시간이 결코 만만하게 넘어갈 수 있는 기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다르게 나옵니다. 어쨌든 제 경우에는 영어가 더 재미있어졌고,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익명 답변자)

    “‘신동아’의 소개에 동감하고 훈련에 참가했지만 발성음 체득을 위해서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6개월은 일반인이 보통 수준으로 하는 훈련기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그런 부족한 훈련에도 청취력이 좋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말은 지식이 아니라 체득에 의해서 발전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앞으로 제언이 있다면, 교육기간을 좀 더 늘리고 일정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게 하는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훈련 참가자를 수준이나 연령에 따라 몇 개 그룹으로 나누어 진도를 관리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힘든 발성훈련을 무리없이 견뎌내기 위한 교육방법 연구도 병행되기를 바란다.”(익명 답변자)

    발성훈련법에 대한 비판들

    한편,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답변들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었다.

    “6개월이 지나면 마음껏 영어를 해보겠노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했지만 벌써 예정된 시간이 지나고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은 영어를 완전히 말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특히 저처럼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겐 더욱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패 원인을 몇 가지로 대별해보면 첫째, 정인석 선생님의 교수법이 지극히 주관적이라 목표에 대한 객관화가 힘들다는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굴절음을 연습하기 위해서 발성연습을 열심히 해도 어떤 것이 온전한 굴절음인지 스스로 짚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건 발성훈련법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보통 영어학습법은 단어와 문법 위주니까 맞고 틀리고가 분명합니다.

    둘째, 시간상 제약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선생님 말씀처럼 절대시간 500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첫째 이유와도 관련됩니다만, 그래서 발전 속도를 스스로가 체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셋째, 선생님의 학습진행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역시 이 학습법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뭔지 모르지만 감이 잡혀간다는 것입니다.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더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Yedang@hanmail.net)

    “지금 제 모습은 여타 다른 학원을 졸업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그 이하입니다. 정선생님 기준에서 보면 못미치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여름휴가, 주말 등을 반납하면서 열심히 했고, 한 때는 거의 발성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업시간 운용의 잘못으로 졸업 한 달 전부터는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를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생각에 처음부터 단계별로 테스트를 거쳐서 수업을 진행시켰다면 적어도 지금 이렇게 맨손으로 서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바른 영어학습의 방법론을 안 것이 이득이라면, 그 정도는 선생님 책으로 독학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 3개월까지는 희망이 보였는데, 그 뒤 느슨한 강의(잘 따라오지 못하는 수강생에 맞춘)로 지금은 다시 제로 상태 근처에 와 있습니다. 그 6개월 동안 저는 과연 무엇을 한 것일까요? 단지 선생님의 방법론이 옳음을 입증해주는 한 사람이면 되는 겁니까? (…)

    아무튼 이번처럼 6개월을 다닐 수 있었던 적도 없었으니까 계속 노력하면 되지 않겠나 하고 바랍니다.”(익명 답변자)

    “·발성훈련법의 이론에 대해서는 공감.

    ·그러나 최초 기대했고 학원측에서 주장했던 학습결과에 대해선 대단히 불만족.

    ·지금도 발성훈련법이 유효하다는 확신은 갖고 있지만, 1주일에 2∼3회의 학습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함.

    · 훈련방법의 특이성 때문에 집에서 개인적인 훈련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 따라서 한 반을 제대로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매일 지속적인 강의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됨.

    ·좀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강의가 이뤄져야 할 것임.”(성○경)

    “(중략) 발성훈련에 대한 체계적인 체득방법과 훈련내용이 없이 막연하게 시범을 보인 후 따라서 연습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니까 개인적으로 자신의 연습방법이 옳은 것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중략) 결론적으로 그림이나 시청각 교재 등을 만들어서 정확한 훈련방법을 인지시킨 뒤에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절대 필요하다고 봅니다.”(익명 답변자)

    “6개월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면 영어에 도가 트일 줄 알았다. 그렇게 광고했고, 믿고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허탈, 배신감…. 왜 6개월이란 단서를 달아서 급박하게 영어가 완성돼야만 하는 사람들을 현혹시켰는지 따지고 싶다. ‘사기다.’ 요즘 한창 아파트 과대 허위광고가 문제시되고 있는데, 정인석 영어는 그것과 뭐가 다른가?

    물론 6개월 과정이 쓸모없는 시간이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좀더 정직하고 솔직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익명 답변자. 이 답변은 학원 관계자가 강의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설문지를 수거해온 것이다.)

    ‘미완의 대기’

    설문지에 대한 답변이나 직접 면담으로 파악한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엇비슷한 것이었다. 수강자들의 반응을 전체적으로 요약해보면 ▲ 영어학습에서 이제껏 도외시돼온 ‘소리’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 ▲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 그러나 6개월간의 수업 일정이 좀더 밀도있게 구성돼야 하고, 영어 발성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막연한 설명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주는 등 교수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 일반인들을 위한 효과적인 교수방법을 개발하지 않는 한 발성훈련 6개월은 향후 영어학습의 기초를 닦는 기간일 뿐 그 기간에 영어에 문리가 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비판은 교수방법상의 문제점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정인석씨가 영어 발성음을 체득한 ‘특별한’ 사례를 수강생들에게 일반화시키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정인석씨가 ‘머리 뚜껑이 열리는 듯한’ 경험을 거쳐서 영어 발성음을 체득했던 경험을 6개월 후에는 자신도 경험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것이 무산된 데에서 온 실망감이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한 사람 중에는 자신이 겪은 특이한 경험담을 털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몇 년 전 자비로 장기 해외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영어에 관심이 많다는 김○식씨가 그 사람. 성격상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자신의 체험담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6개월간 숱한 갈등을 느끼면서도 꾸준히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6개월이 거의 끝나가던 무렵의 일이다. 학원이 끝난 뒤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영어 TV 방송을 켜놓았는데, 희한하게도 그 소리가 마치 우리말 방송을 듣는 것처럼 100% 귀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 듣던 영어방송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고, 화면을 보지 않아도 그 상황이 훤히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내내 드라마든 뉴스든, 스포츠 중계든 모든 방송이 다 그런 식으로 들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런 현상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날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혼자서 입을 움직이면서(소리는 내지 않고) 연습한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하게 됐다. 그래서 집에서 다시 그 연습을 두시간 정도 하고나서 영어방송을 켜보니 다시 잘 들리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선 이런 현상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았고, 또 그런 현상이 일관되게 지속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앞으로 차근차근 따져볼 참이다.”

    결론적으로 정인석씨의 발성훈련법은 아직 ‘미완의 대기(大器)’라고 할 수 있다. 암기 위주 영어학습 방법에 한국인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런 점에서 그의 발성훈련법이 영어학습에 전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방법론이 일반화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산을 넘는 일은 이제 정인석씨에게만 주어진 과제는 아니다.

    정인석 영어문화원 ‘훈련대장’ 한철씨

    한철씨(45)는 작년 8월 하순경 정인석씨의 책 ‘영어 한풀이’를 읽은 뒤 40일간 서울 근교 비닐하우스촌에서 혼자 발성연습을 한 끝에 영어 발성음을 터득했다는 인물. 11월 중순경부터 학원에 상주하면서 수강생들에게 발성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발성훈련을, 그것도 혼자서 하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게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둘 있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를 곁에서 보니까 이건 영 아니더라구요. 제가 원래 청소년수련원 계통에서 일을 했는데, 작년 여름에는 씨랜드 참사 사건 때문에 일이 없어서 놀고 있었어요. 그 때 마침 정원장 책을 읽고서 ‘이건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안되고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처음엔 서너번 읽어보면 아이들에게 뭔가 전달할 게 있겠거니 하고서 시작했던 겁니다.”

    ― 정인석씨와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나요?

    “약 3년 전에 정원장이 만든 아이들 영어교재를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알던 사이는 아닙니다.”

    ― 혼자서 어떻게 연습을 하셨습니까?

    “순전히 ‘영어 한풀이’ 책과 테이프만 갖고서 했어요. 정확하게 8월23일부터 40일 동안 하루에 대략 15시간 이상씩 발성훈련에만 매달렸습니다. 중간 20일 째 됐을 때 제가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정원장께 와서 시범을 보였어요. 그랬더니 정원장 말씀이 ‘모음은 됐으니 앞으론 자음을 연습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스피드 카드’라는 걸 만들었어요.

    ― 스피드 카드요?

    “(호주머니에서 작은 쪽지를 몇 가지 꺼내 보이면서) 가로·세로축에 영어 자음과 모음을 배열해놓은 표입니다. 영어의 모든 자음과 모음을 연결해서 빠르게 발음하는 연습을 하기 위한 도구지요. 그런데 나중에 여기 와서 정원장께서 쓴 자료를 보니까 희한하게도 제가 만든 카드와 내용이 같더라고요.”

    ―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까?

    “그럼요. 정원장의 실력에 대해서는 3년전 아이들 교재를 살 때 이미 알고 있었고, 이건 제 의지로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어요.”

    ― 그래도 일반인이 하기에 발성훈련법이라는게 참 힘들지 않아요?

    “저는 일년에 같은 365시간을 투자하더라도 하루에 1시간씩 365시간이 아니라 집중된 365시간이 훨씬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그래서, 이제 영어에는 도가 트인 겁니까?

    “저는 이제 기초공사가 끝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발성음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위에다가 50층짜리 건물도 지을 수 있고, 100층짜리 건물도 지을 수 있는 거지요.”

    요즘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밤 11시까지 학원에 머물면서 수강생들에게 발성훈련을 지도하고 있다는 그는 수강생 10여명의 ‘특별지도’ 요청을 받아들여 퇴근 후에도 별도의 장소에서 새벽녘까지 그들을 지도해주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묻자 한씨는 “정인석 원장 곁에서 발성훈련법을 체계화하고 널리 보급하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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