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무시간에 접속하는 공무원들 상습도박자를 바람잡이로 활용
- 판 거듭될수록 사이트 운영자만 이득 남편 출근하면 컴퓨터 앞으로
- 법인카드까지 도박자금으로
퇴근하기가 무섭게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까지 고스톱에 몰두하던 유씨는 두세 달 사이에 50만원 넘게 잃자 근무시간에까지 도박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도박에 빠져든 유씨는 결국 지난 4월까지 모두 1400만원을 잃었다.
유씨와 비슷한 경로로 인터넷 도박에 빠진 은행원 김모(41·경기 부천시)씨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00만원을 날렸다. 김씨는 특히 근무시간에 손에서 마우스를 놓지 못할 만큼 중독증세를 보여 업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7월13일 서울경찰청은 ‘R도박사이트’를 운영,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박개장죄)로 민모(29)씨를 구속하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공무원 유씨를 포함해 은행원·회사원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재미삼아 온라인 고스톱을 시작했다가 나도 모르게 도박에 중독됐다”며 “이렇게 많은 돈을 잃게 될 줄 몰랐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경찰수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고스톱, 포커 등 각종 도박판에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걸고 1만 번 이상 게임을 해 500만원 이상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적발된 R사이트 등 4개 주요 도박사이트의 회원으로 등록해 도박을 한 사람은 무려 130만명에 이른다.
인터넷 도박을 통해 정작 돈을 번 사람은 도박 사이트와 환전 사이트 운영자였다. 이들은 판이 벌어질 때마다 속칭 ‘하우스’를 개장한 대가로 딴 돈의 5%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때도 15%의 알선수수료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3국에 사이트 개설
인터넷 도박 열풍은 아이들에게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어른들이 현금을 주고받는 도박을 하는 반면 아이들은 사이버머니(가상화폐)로 게임을 즐기며 도박 맛을 알아간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사용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선 지금 인터넷은 정보와 지식의 보고(寶庫)로 각광받는 한편 각종 음란물과 도박성 게임으로 오염돼 가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의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적발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은 기업형 도박 사이트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1년 8월이다. 계모(당시 37·캐나다 밴쿠버 거주)씨는 캐나다 밴쿠버에 명목상 미주지역을 상대로 한국의 우량 게임프로그램을 수입·판매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중남미 코스타리카 산호세시 ‘멀티넷SA’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임대한 계씨는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와 남미 등 제3국에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법권이 사실상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법인 설립을 마친 계씨는 국내에서 포커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B넷 사장 이모(당시 43세·수원시 장안구)씨에게 포커도박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사이트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10%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고 도박 사이트(http://www.new○○ ker.com 현재 폐쇄·이하 N사이트)를 개설했다. 1년여 동안 5312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간 오간 판돈은 무려 7142만여 달러(약 860억원). 사이버 도박사건 사상 최대 규모의 도박판이었다. 계씨는 166만달러(약 2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회원들은 신용카드 결제 등의 방법으로 도박칩을 구입했다. 국내 포커도박 사이트의 대부로 알려진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포커게임 사이트의 회원 중 상습도박자인 ‘골수 회원’ 6명을 ‘N사이트’의 바람잡이 노릇을 하는 도우미로 고용했다.
도우미는 이씨로부터 매주 250달러(약 30만원)의 칩을 보수로 받고 ‘N사이트’에 접속, 대기하면서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들의 도박 상대자가 되거나 도박 프로그램상의 오류를 찾아 회사에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도박판의 규모는 베팅(판돈) 액수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뉘었다. 각 등급마다 15개의 테이블이 있어 한번에 최대 36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Royal Box’ 등급의 경우 한판에 평균 500달러 이상의 판돈이 걸렸다.
국내 최초의 ‘하우스형’ 도박 사이트로 알려진 ‘N사이트’는 기계와 시합을 하는 기존 사이버 도박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 포커 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끼리 승부를 다투도록 하고, 매판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제하는 식으로 도박장을 운영한 것이 특징. 사용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판돈 규모가 커질수록 도박 사이트 운영회사의 수익이 증가되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판당 수수료는 판돈의 2∼2.5%.
이런 방식으로 도박을 하면 판돈은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에서 이긴 회원들 중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은 도박 사이트를 수사한 경찰관의 설명이다.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원리는 간단하다. 두 사람이 각각 신용카드로 10만원씩 결제해 사이버머니 10만점으로 고스톱을 친다고 하자. 판돈은 20만점, 즉 20만원이다. 판마다 일정 수수료를 떼면 판이 거듭될수록 판돈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본전 생각 또는 고리와 환전수수료를 제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딸 수 있다는 허황한 믿음 때문이다.”
계씨 사건 이후 국내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그의 사업방식을 벤치마킹, 법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업을 벌였다.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이유는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설령 법망에 걸려 사이트가 폐쇄된다 하더라도 프로그램과 서버 등은 그대로 살아 있어 사이트의 이름만 바꾸면 그만이다.
“도박 사이트에는 주로 폭력조직이 개입돼 있다. 사이트 개설에 필요한 억대의 비용을 대는 것은 물론 도박 사이트 운영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회원 규모에 따라 한 달에 수억원을 거뜬히 벌 기도 해 도박 사이트를 통해 돈맛을 본 사람은 그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김모(35·W사 팀장)씨의 말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지난 5월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앞. 30대 초반의 한모(여·무직)씨는 강원랜드에서 게임을 마치고 나온 김모(43·강원도 동해시)씨에게 다가가 “힘들게 여기(강원랜드)까지 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블랙잭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귀가 솔깃해진 김씨에게 한씨는 한 장의 CD를 건넸다. 한씨는 이처럼 강원랜드 출입자들에게 인터넷 도박장인 ‘S카지노’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증번호가 적힌 CD를 은밀히 배포했다.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S카지노’ 사이트에 접속한 김씨는 운영자의 통장계좌에 현금을 입금했다. 통장은 개설자를 알 수 없는 이른바 ‘대포통장’이었다. 이 도박 사이트의 특징은 신용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만 통용됐다는 점. 1000원당 1달러의 게임머니를 교환받은 김씨는 1회당 1∼300달러의 게임머니를 걸었다. 블랙잭 게임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은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 수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긴 했지만 평균 20∼30초였다.
중장비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돈을 벌 욕심으로 아내 박모(36)씨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들 부부는 한 달 만에 무려 5000여만원을 잃었다. 두 사람은 상습도박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전과자로 낙인 찍혔다.
서버와 운영자 등을 모두 중국에 둔 S카지노는 계씨의 수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금만을 고집했으며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조사 결과 S카지노의 경우 고스톱과 포커에 비해 판돈이 월등히 커 회원들이 단기간에 큰 돈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부유층 부모를 둔 20대 초반의 청년과 국내 유명항공사의 조종사가 20여일 만에 각각 5000만원과 1500만원을, 보건소장과 사업가 등 경제력이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순식간에 블랙잭에 쏟아 부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도 실제 카지노와 유사하게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쉽게 유혹에 빠져들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한 종류. 이 도박 사이트는 신용카드결제가 안 되고 현금만 통용된다.
하루 중 잠잘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도박 사이트에 쏟아 부은 그는 낮에도 벌건 토끼 눈을 하기 일쑤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았지만 어느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내가 인터넷 도박에 빠진 사실을 눈치 챈 남편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김씨를 말렸지만 그때뿐이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어김없이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김씨가 사이버머니로 바꾼 도박자금은 모두 2075만원. 자신과 여동생 등 가족 3명의 명의로 총 4개의 아이디를 개설했다. 김씨는 남편과 가족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1500만원을 환전받고 도박 사이트를 탈퇴했다. 상습도박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후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김씨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를 입건한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월15일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고리 명목으로 돈을 뜯어 수억원을 챙긴 혐의(도박개장 등)로 천모(54·서울시 신림동)씨와 고모(45·서울 서초구 양재동)씨 등 도박 사이트 운영자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 등은 지난 4월부터 인터넷에 포커, 맞고 등 각종 도박을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든 뒤 30만7000명에 이르는 회원을 모집해 도박에 필요한 자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토록 한 뒤 게임 승리시 딴 금액의 4%를 고리로 뜯었다. 천씨는 3개월 동안 2억5600만원, 고씨는 4개월 동안 4억5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환전 사이트 운영자 정모(29·경기도 수원 장안구)씨는 도박 사이트와 업무를 제휴, 회원들이 게임에서 딴 사이버머니를 현금화해주는 조건으로 15∼19%의 수수료를 떼 2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취재 중이던 9월30일 필자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제목은 ‘현금 걸고 한겜(한 게임)합시다’, 보낸 사람의 닉네임은 ‘초고수’였다. ‘말 그대로 현금이 오고가는 고스톱!! 박진감 100%. 3인용 고스톱은 물론 2인용 맞고까지. 2명 이상이면 바로 고~’라고 되어 있었다.
도박 사이트 홍보용 스팸메일이었다. 회원가입은 물론 무료. ‘http://h**** gostop.com’은 신규가입 고객에게 가입축하 보너스로 게임머니 3달러를 지급했다. 도박 사이트에 쉽게 발을 들여놓도록 일종의 ‘미끼’를 제공한 것. 이 사이트는 게임을 하다 올인(0점)이 돼도 연중무휴로 매일 한번 1달러(1000칩)를 무상으로 충전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무상 충전된 게임머니로 돈을 딸 경우 입금실적이 전혀 없어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도박 사이트의 회원모집은 이메일 주소 수천만개를 수집해 ‘추적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도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메일을 발송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한다. 또 포커 등 도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메일을 보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타 도박 사이트의 회사관계자에게 거액을 주고 회원 DB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도박 사이트에서 상습도박을 벌여 검거된 사람들의 신분은 공무원을 비롯해 의사, 군인, 공기업 직원, 회사원,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하다. 그야말로 사회 전반에 사이버 도박이 만연돼 있는 것이다.
상당수가 근무시간에 접속
명문 S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I’ 벤처기업 대표이사 김모(46·대전 동구 성남동)씨. 그는 광고메일을 통해 도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사무실의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포커도박으로 돈을 계속 잃게 된 김씨는 자신의 카드는 물론 법인카드 4개를 도박자금으로 사용하면서까지 본전을 건지려 했으나 결국 2480만원을 잃고 지난해 도박전과자 신세가 됐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오모(38·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2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도박빚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과 PC방, 사무실에서 수시로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오씨는 계속 돈을 잃었다. 신용카드 인출액이 승인한도를 넘은 뒤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불과 몇 달 만에 3000여만원을 잃은 오씨는 지방자치단체 상조회와 연금관리공단에서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지금까지 도박빚을 갚고 있다.
대학교 부설 한방병원 전문수련의인 한의사 윤모(31·광주 북구 문흥동)씨는 4개월 동안 자신과 직장동료 명의의 신용카드 8개로 사용한 도박빚 3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윤씨는 카드대금과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7000만원을 대출받아 주식투자를 했다. 하지만 주가하락으로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해지자 또다시 포커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갖고 있던 돈마저 날려 빈털터리가 됐다. 윤씨는 부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이병귀 팀장은 “도박 사이트를 수사하다 보면 윤씨와 같은 상습도박 피의자가 허다하다”면서 “한 도박 사이트의 이용자 접속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용시간 중 업무시간대(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용비율이 29.4%나 됐다”고 설명했다.
“접속 장소를 분석한 결과 근무지에서 접속한 것으로 확인된 것만 23%에 이르렀다. 최근 일반 회사에서 고정 IP(information provider·정보를 수집·가공하여 통신망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람 또는 기관)가 아닌 유동 IP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상당수가 근무시간에 사무실에서 인터넷 도박을 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은 직원들이 업무에 방해되는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그룹의 전 임직원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정보보안 프로그램인 ‘인캅스’가 깔려 있다. 삼성SDI가 자체 개발한 ‘인캅스’는 정보유출 차단과 보안이 주 목적이지만, 인터넷 사용 자체도 통제하고 있다. 즉 ‘인캅스’가 서버와 교신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계열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MSN 메신저’와 ‘싸이월드’ 등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음란물과 도박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도박 사이트 접속차단 프로그램
삼성그룹의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사이트는 접속할 수 없도록 막는다. 삼성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유해 사이트 접속을 막는 방화벽을 설치하고 있다. 직원들이 게임이나 도박 등을 통해 자제력을 잃기 전에 예방하는 것은 회사가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다. 예컨대 새로운 도박게임 프로그램이 개발됐다면 회사에선 그것의 자동설치를 막는 프로그램을 맞개발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인터넷 상습도박자들은 도박으로 돈을 조금 따면 주위사람과 어울려 유흥비로 탕진하고, 잃을 때는 돈을 만회하기 위하여 자제심을 잃고 신용카드로 칩을 구매해 도박에 몰입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돈을 잃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간혹 예외도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이 팀장은 재작년 대형 도박 사이트를 수사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따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당시 검거된 도박 피의자 중 가장 많은 돈을 딴 20대 후반의 회사원 김모씨는 1년 동안 500만원의 종자돈으로 5만3800달러(약 6500만원)를 딴 후 환급받았다. 김씨는 다른 회원들이 아이디를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냉정한 게임운영으로 유명했다. 사이트 운영자도 김씨가 편법을 써서 도박에 이기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 접속기록을 면밀히 분석했다.”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손을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약 못지않은 게 도박이다. 수사를 위해 카지노 사이트에 들어가 10만원을 환전해 블랙잭을 한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경찰관의 고백은 도박중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갔지만 어느 새 돈을 따는 재미에 빠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 솔직히 해보니 재미있었다. 수사 목적으로 도박 사이트를 접한 경찰조차 아차 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도박이다. 만약 절제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니냐. 어쨌든 도박 관련 사이트는 무조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