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주 스님, 5년간 20여 회 마카오·필리핀·라스베이거스 원정 도박
- 장주 스님 “내 곱절 이상 원정 도박한 승려 수두룩”
- “공항 화장실에서 사복 갈아입고 밤샘 도박”
- 명진 스님 “2010년 총무원장의 ‘금권선거 개입’ 보고받았다”
- 조계종 “상습 도박 없었다” “돈 선거 무마 의혹 사실 아니다”

장주 스님
장주 스님은 이날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자신의 죄를 고발하는 자수서를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자수서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경주 불국사 전 주지 종상 스님 등 16명의 실명이 올라 있다. 상습도박이 벌어진 장소도 적시했는데 서울 강남 소재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하 은정재단) 6층, 서울 강남의 한 호텔,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 등이다. 은정재단은 자승 총무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장주 스님은 자수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수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자수서에 기재된 도박 장소에서 저녁 9시경부터 다음 날 밝을 때까지 과거 약 20년간 수시로(특히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4년 전 총무원장으로 당선됐을 무렵 전후에는 그 횟수가 더 많았습니다) 1인당 약 1000만 원의 판돈을 가지고 속칭 ‘세븐오디’ 포커를 쳐서 도박을 하였습니다.”
장주 스님의 폭로는 7월 말 다시 이어졌다.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그는 자신이 상습 도박장으로 지목한 은정재단 사무실 배치도까지 들고 나왔다.
조계종에선 이미 여러 차례 도박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전 금당사 주지 성호 스님은 전남 장성군 백양사에서 승려들이 도박판을 벌였다고 고발했다. 도박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다. 당시 조계사 주지와 부주지 등 조계종 유력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도박을 한 날은 백양사의 최고 어른인 방장 스님(총림의 최고책임자)의 49재 전날이었다. 검찰은 도박을 한 승려들을 기소했고 이들은 벌금형을 받았다. 조계종도 자체 징계에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를 지낸 김영국 씨도 그 무렵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상습도박, 성매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도박 파문은 처음이 아니지만 장주 스님의 폭로는 이전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조계종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선 상습도박을 한 당사자가 자수를 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중앙종회 부의장 출신의 폭로라는 점도 무게감을 달리한다. 장주 스님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는 최근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증거”
8월 5일 장주 스님을 인터뷰했다.
“나는 살기 위해 이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아닙니다. 출구도 없습니다. 내 죄를 고백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도박만은 안 된다, 총무원장을 포함해 내가 이번에 고발한 사람은 모두 공직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 내가 만약 거짓을 말한다면 2000만 불교신자는 물론 우리 국민 누구라도 이 장주에게 돌을 던져라, 나를 돌로 쳐 죽여라, 바로 그겁니다.”
비장했다. 눈빛과 목소리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 폭로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시주금으로 상습도박을 일삼고, 이를 방조하고, 심지어 도박장을 개설하고, 도박 판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더 이상 중 노릇을 하면 안 됩니다. 그 결심이 섰기 때문에 폭로를 결심한 겁니다.”
▼ 일각에서는 올해 말 총무원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것 없습니다. 총무원장 자리에 욕심이 있다면 이렇게 했겠어요? 아무 욕심 없습니다. 작년 백양사 도박사건이 났을 때 이미 결심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경고했습니다. 상습도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이제 실행에 옮긴 겁니다.”
▼ 폭로 내용을 정리해주시죠.
“지난 수십 년간 조계종의 핵심 승려들이 국내외에서 상습적으로 거액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이 이사장인 은정재단 사무실이 도박장으로 활용됐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호텔, 불국사의 숙소 등에서 상습도박이 벌어졌어요.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온 승려 중 정도가 심한 16명만 고발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총무원장과 불국사 전 주지 종상 스님은 처벌받아야 합니다.”
▼ 해외 원정 도박은….
“내가 고발한 사람들은 대부분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사이판(티니안),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를 다니며 도박을 했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이고.”
▼ 증거가 있나요.
“저 자신이 증거입니다. 제가 그들과 비행기를 타고 가서 도박을 했습니다. 제 출입국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절이 있습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지난 20년 동안 라스베이거스에만 수십 번 다녀온 것 같습니다. 마카오, 사이판도 무지하게 많이 다녔고요. 도박이 아니면 뭐 하러 자주 갔겠어요. 제가 고발한 사람들의 출입국 기록, 비행 기록을 확인하면 저와 같이 해외에 나간 사실이 확인될 겁니다. 검찰 직원이 내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더니 와~ 하고 놀라더군요. 출입국 횟수가 너무 많다면서.”
▼ 여권을 공개할 수 있나요.
“공개하겠습니다.”
장주 스님은 인터뷰 다음 날 자신의 여권을 보내왔다. 출입국 도장을 살펴보니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최소 21차례 해외에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엔 7회, 2008년엔 6회 해외에 나갔다. 미국, 사이판, 미얀마,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였다. 장주 스님은 “해외여행은 주로 카지노 도박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장주 스님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 정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번에 1만 달러쯤 들고 나가”
장주 스님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5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그중 세 번은 LA, 두 번은 라스베이거스와 뉴욕이다. 장주 스님은 “라스베이거스 갈 때는 주로 LA를 경유했다. 뉴욕에 간 것도 인근의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를 가기 위해서였다. 같이 간 스님들과 LA 인근 인디언 카지노를 휩쓸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8년 7월부터 2009년 1월까지는 사이판을 네 번이나 방문했다. 그해 6~8월에는 매달 사이판을 찾았다. 스님은 “사이판에서 한 시간쯤 헬리콥터를 타고 들어가면 티니안이라는 카지노 도시가 나온다. 거기에 가면 우리나라 도박쟁이 승려를 다 만난다. 한동안은 거기를 자주 다녔다”고 했다.
▼ 특히 2007~2008년에 해외에 자주 나간 이유가 있나요.
“종회 부의장, 불국사 부주지, 오어사 주지를 맡을 때였습니다. 돈이 많았습니다. 자승 총무원장 측 인사들과 관계도 좋아서 그쪽 사람들과 많이 다녔어요. 대부분 제가 이번에 고발한 승려들입니다. 2010년 이후에는 새롭게 시작한 일도 있고 해서 자주 못 나갔습니다. 도박할 돈도 없었고.”
▼ 원정 도박을 갈 때 돈은 얼마나 가지고 갔습니까.
“보통 1만 달러(약 1100만 원) 정도 들고 갑니다. 한 일주일 머물면서 돈을 좀 따면 그 돈으로 실컷 놀고 선물을 사오기도 했고요. 돈을 잃으면 현지에서 현금을 뽑아서 쓰기도 했습니다.”
▼ 1년에 여섯 번만 다녔다고 해도 연간 6000만 원이 넘는 돈이네요.
“도박하는 데 쓴 돈만 그 정도 된다는 것이고 항공료, 호텔비, 각종 경비를 포함하면 돈이 훨씬 많이 들지요. 보통 미국에 가면 도박비용 외에 경비로만 매번 600만 원 이상 쓴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 갈 때도 많았어요.”
▼ 그 정도로 돈이 많았나요.
“종회 수석부의장이니까 월급과 판공비가 나오죠. 불국사 부주지 월급과 특별활동비를 합하면 월 800만 원이 넘었고요. 오어사 주지로도 월 600만 원씩 월급과 특별활동비를 받았죠. 대중 강연도 하러 다녔고. 그 당시 이래저래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매달 3000만 원쯤 됐습니다. 돈 걱정 안 하고 원정 도박하러 다녔죠.”
▼ 원정 도박 가는 때가 따로 있나요.
“여름, 겨울 휴가 때는 꼭 갔고요. 철이 바뀔 때마다 시간만 나면 갔어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4번 이상은 나갔습니다.”
마카오파, 필리핀파
▼ 여행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내가 고발한 16명의 승려 중에 OO이라고 있어요. 그 사람이 주로 준비를 맡았죠. 혼자 도박하러 갈 때는 여행사에 맡기고요. 불국사 전 주지 종상 스님과 같이 갈 때는 여행 준비를 따로 해주는 여자가 있었어요. 미국에 사는 강OO라는 여잔데, 종상 스님의 비서 노릇을 했어요.”
▼ 도박장에 승복을 입고 갔나요.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화장실로 가서 사복으로 갈아입었죠, 모자 하나 쓰고.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우리는 중이 아니에요, 도박꾼이지.”

장주 스님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찍은 사진. 장주 스님과 전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오른쪽).
“머신게임도 하고요. 나하고 라스베이거스에 제일 많이 간 종상 스님은 블랙잭을 좋아해요, 바카라도 하지만. 난 주로 포커를 합니다.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포커판이 세계에서 가장 재밌어요. 10달러짜리 판도 있고, 100달러짜리 판도 있어요. 나는 주로 10달러짜리 게임을 해요. 그것도 하려면 5000달러 정도 필요합니다. 거기는 워낙 판이 커서.”
▼ 게임은 잘하는 편인가요.
“우리 도박쟁이 승려들은 다 전문가입니다. TV에 나오는 포커 선수들도 우리하고 붙으면 다 깨질걸요. 우리는 기다릴 줄 알거든, 좋은 패가 들어올 때까지. 한번 패가 들어오면 사정없이 레이스를 하죠. 종상 스님은 베팅을 크게 합니다. 워낙 돈이 많은 사람이라.”
▼ 승려마다 주로 다니는 카지노가 따로 있나요.
“필리핀파와 마카오파가 있죠. 각자 주로 가는 곳이 있어요. 나하고 여러 번 같이 도박을 하러 간 OO 스님은 여기저기 다 끼는 스타일이고, 라스베이거스에는 나와 종상 스님이 주로 갔고, 경북 영천의 OO와 사찰 땅 팔아먹고 필리핀으로 도망간 OO은 주로 필리핀에 있는 카지노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