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때나 인기 있었지예, 대통령이 고집만 쎄서…”

[2024 추석 특집 | 요동치는 대한민국 民心 ②부산] 성장 동력 떨어진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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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4-09-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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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갈치시장 “외국인이 70~80%…동남아 관광객으로 살아”

    • 후쿠시마 오염수는 완전 괴담…얘기하는 사람 없어

    • 구포시장 “장날에 떠밀려 다녔는데 요즘 손님 줄어”

    • 대통령과 야당은 싸우느라 민생 관심 없는 듯

    • 尹? “소신 있게 잘한다” vs “인기 없다”

    • 노인과 바다만 남는다고 부산 별명이 ‘노인과 바다’

    부산역광장에 부산의 슬로건인 ‘Busan is good’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정혜연 기자]

    부산역광장에 부산의 슬로건인 ‘Busan is good’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정혜연 기자]

    열차에서 내리자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이 얼굴을 확 스쳐 갔다. 대합실을 지나 부산역광장에 서자 강렬한 햇살과 습한 공기 탓에 금세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9월 초, 한낮의 부산역광장에서는 1분가량 서 있기도 어려웠다. 해양도시 부산의 가을은 한참 먼 듯했다.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우르르 광장으로 내려와 삼삼오오 택시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중국어, 일어, 영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그 사이로 양복 입은 비즈니스맨들도 묵직한 서류 가방을 들고 순서대로 택시에 올랐다. 택시를 잠깐 대놓고 길가에 서 있던 한 택시기사에게 다가가 요즘 영업이 잘되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잘될 리가 있습니꺼. 물가도 오르고 이자도 올라서 사람들이 택시를 안 탑니더. 부산 택시는 관광객 장사라예. 부산역, 해운대, 광안리 이쪽만 손님이 좀 있지요. 부산역도 손님 태울라 카믄 저어~ 뒤에서부터 차례차례 여까지 와야 하는데, 옛날에는 한 30~40분이면 됐는데 지금은 1시간도 넘게 걸리지요. 그란데 손님은 어디까지 갈라꼬예?”

    자갈치시장으로 간다고 했더니 그는 “아이고, 솔직한 말로 택시기사들이 1시간 넘게 기다려서 그래 짧게 가는 손님 태우면 남는 것도 없습니더”라며 택시로 향했다. 부산역에서 자갈치시장까지는 3.6㎞. 택시로도 지하철로도 13분가량 걸리는 거리로 택시비는 많이 나와야 7000원이다. 택시기사의 말이 십분 이해가 갔다.

    부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 손님을 태우기 위한 택시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 있다. [지호영 기자]

    부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 손님을 태우기 위한 택시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 있다. [지호영 기자]

    “세금 걷어가서 뭐 하는 짓들인지…점점 정떨어져”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부산 민심을 알아보고자 곳곳을 찾았다. 이틀간 자갈치시장·구포시장과 남구·북구·사상구 등 시내를 돌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택시기사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역 앞 승강장에서 차례를 기다려 탄 택시의 운전기사는 목적지로 자갈치시장을 말하자 내키지 않은 듯하면서도 운전대를 틀었다. 올해 78세라는 운전기사 김모 씨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28세 때 부산에 와서 직장 다니다가 30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최근 부산 경기가 어떤지 묻자 “부산 경기는 모르겠고, 내 경기는 안 좋십니더”라며 말을 이었다.

    “시내 쪽에는 손님이 없는데 해운대, 광안리 쪽으로 가면 ‘여기가 외국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예. 관광객 몰리는 데는 잘되니까 부산 경기가 다 안 좋다고 보기는 어렵지예. 작년까지 택시 몰면서 경남 시골에 딸기 하우스 하면서 1년에 1억 원씩 벌었거든요. 아들한테 줄라고 했더니 농사는 안 할라 하대예. 다 정리하고 지금은 택시만 몰아예. 나이도 들고, 일도 하기 싫어서 하루에 3~4시간만 하고 들어갑니더. 돈 욕심내면 많이 벌낀데, ‘콜’ 열심히 받다가는 몸이 축나요. 그렇게 일하다가 죽는 택시기사들이 한 달에 서너 명씩 있다 아입니꺼.”

    김 씨는 택시만 운전해서는 옛날만큼 넉넉하게 살기 어려워졌다며 재차 한숨을 쉬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정치에 신경 끄고 산다. 옛날에는 국민 위하는 척이라도 하더니, 지금은 대통령과 야당이 치고받고 싸우느라 민생에는 관심 없는 듯하다. 세금 걷어가서 뭐 하는 짓들인지, 점점 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갈치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동남권 최대 수산물 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평일 오후도 활기가 넘쳤다.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 인근에서 내려 남쪽 자갈치시장과 먹거리타운 쪽으로 걸어가는 길목에는 수산물 가게마다 상인들이 좌판을 깔아놓고 모객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가게 상인에게 추석을 앞두고 손님이 많이 늘었는지 묻자 “아직은 추석 대목이 아니라서 적은 편이다. 7~8월보다는 손님이 줄었는데 추석 연휴도 길고 10월에 또 연휴가 좀 있어서 손님이 그때 가야 늘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추억이 있던 횟집을 찾아 남긴 사인. [지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추억이 있던 횟집을 찾아 남긴 사인. [지호영 기자]

    ‌자갈치시장 회센터 길 건너편에 위치한 P횟집에 들어서자 윤 대통령의 사인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맛집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이미 인터넷상에서도 ‘대통령이 다녀간 식당’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회비빔밥 2만8000원부터 광어회 1판 12만 원까지 그리 싼 집은 아니었지만 가게 안에는 손님이 빼곡했다. 계산대에 있던 사장에게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감사한 분”이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수십 년 전 부산에 근무할 때부터 자주 찾아오셨지예. 대통령 되고도 와주시니까 고맙죠. 공직자 신분이라 올 때마다 비싼 회는 못 시키고 회비빔밥만 드셔서 소탈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어예. 한 번씩 부산에 와서 자갈치시장 들러주시면 상인들이 다 좋아라 한다 아입니꺼.”

    尹 대통령이 세 번 찾은 자갈치시장

    동남권 최대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 9월 초, 외국인 관광객만 간간이 보일 뿐 추석을 준비하는 내국인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지호영 기자]

    동남권 최대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 9월 초, 외국인 관광객만 간간이 보일 뿐 추석을 준비하는 내국인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지호영 기자]

    면적 4153㎡, 지상 7층 높이의 자갈치시장 회센터는 현대식 건물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2006년 8월 완공 이후 1층은 활어·낙지·멍게·해삼 등 각종 수산물을 파는 시장, 2층은 건어물 판매장과 식당, 3층은 편의시설과 전시실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산시민과 국내 여행객들이 주로 찾았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 주 고객이라고. 자갈치시장을 위해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금봉달 부산어패류처리조합(자갈치시장) 본부장을 만나 시장 경기와 지역 민심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자갈치시장은 경기가 좀 어떤가.

    “고물가 고금리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가 좋지 않은 상황 아닌가. 그래도 자갈치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장사가 되는 편이다. 외국인이 거의 70~80%다. 1층 손님 중에 한국인도 있지만, 2층 식당에서 먹는 사람들은 다 관광객이다. 몇 년 전까지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동남아 관광객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로 어민 피해가 컸다. 지금은 어떤가.

    “다른 지역은 망하는 곳도 많았다는데 자갈치시장은 타격이 적었다. 오염처리수 방출 직전까지 언론과 야당에서 난리가 났는데, 완전 괴담이었다. 정부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하고, 수산물 소비를 장려해서 당시에 손님이 꽤 왔다. 진짜 못 먹는 수산물이었다면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한다고 해서 왔겠나? 안 오지. 지금은 어느 누구도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자갈치시장을 자주 방문했던데, 여론이 어떤가.

    “현직 때 두 번, 후보자 때 한 번 총 3번 왔다. 다른 곳에서는 뭐라 할지 모르지만 자갈치시장에서만큼은 인기가 굉장하다. 이렇게 자주 방문한 대통령은 없었으니까. 현재까지 소신 있게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매도하지만 굴하지 않고 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는데,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못한다고 본다. 야당이 무조건 대통령 비판만 한다. 자꾸 탄핵 소리를 하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특히 21세기에 무슨 ‘계엄령’이란 말인가. 야당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180석이나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국민이 용납하겠나.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도 너무 정치적이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에도 역행하고, 미래세대에 빚을 넘기게 되니 안 주는 게 맞다.”

    국민의힘은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한배를 탔다’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다. 일부 언론이 한동훈 대표에게 대통령과 차별화하라는데 그럴 거면 야당으로 가서 해야지. 여당이라면 집권 정부에 힘을 몰아주는 게 맞다.”

    조선시대부터 자리한 구포시장…“‘국힘’은 고마운 줄 몰라”

    부산 서북권역 최대 시장인 구포시장은 약 3만2000㎥ 면적에 채소·과일·농·수산물 등 점포 600여 개가 모여 있다. [지호영 기자]

    부산 서북권역 최대 시장인 구포시장은 약 3만2000㎥ 면적에 채소·과일·농·수산물 등 점포 600여 개가 모여 있다. [지호영 기자]

    부산 하면 자갈치시장을 떠올리지만, 부산 서북권역에서는 구포시장도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낙동강 하류에 자리 잡은 포구였던 구포는 예로부터 내륙과 해안에서 생산된 물건이 모이는 곳이었다. 구포시장은 조선 중기부터 명맥을 이어오다가 1905년 경부선 구포역이 개통되면서 한층 커졌다. 지금은 약 3만2000㎥ 면적에 채소·과일·농·수산물 등 점포 600여 개가 모여 있다.

    9월 초 평일 오후 4시경, 구포시장은 추석을 앞두고도 비교적 한산했다. 시장 초입은 좌판을 벌여놓은 상인들의 말소리로 시끌벅적했지만 시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소음은 잦아들었다.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최모 씨는 “매월 3·8일이 장날인데 장날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적다”며 “옛날부터 구포시장은 장날이면 시장 통로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떠밀려 다녔다.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야 겨우 지나갔을 정도인데, 몇 년 사이 손님이 줄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구포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70대 여성 박모 씨는 “추석이 코앞인데 손님이 이렇게 없어서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경제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그는 불편한 감정만 드러냈다.

    “와 손님이 없냐고예? 돈이 말라서 그렇다카대예. 이자가 비싸지니까 사람들이 돈을 쓰러 안 와요. 구포시장이 이 정도면 다른 데는 더 안 좋다는 얘기지. 윤석열 대통령이요? 검찰총장 때나 인기 있었지 가만 보면 고집이 너무 세다 아입니꺼. 윤석열이고 이재명(민주당 대표)이고 장사나 잘되게 해주면 제일이라예. 불똥 튈까 봐 정치 얘기는 하기 싫은데 솔직한 심정으로 이제는 누구를 뽑아놔도 안 되는 기라예.”

    구포시장은 부산 외곽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로 구포대교를 건너 서북쪽으로 10여 분 달리면 경남 김해시다. 경상남도를 비롯해 전라도, 충청도 등 외지 사람들의 유입도 적지 않다. 지리적 특성 탓에 상인들 중에는 야당에 우호적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곡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 최모 씨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반감을 드러냈다.

    “부산은 원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활약할 때부터 야당 도시였어예. 4월 총선에서도 북구갑은 전재수(민주당 의원)였다 아입니꺼. 전 의원이 얼마나 사람 좋은데예. 부산시민들이 국민의힘 계속 찍어주니까 고마운 줄 모른다카이. 민주당 대표는 썩 마음에는 안 들지만 다음번 대통령선거 때는 민주당 후보 찍을라고예.”

    부산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아슬아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18개 지역구 가운데 17곳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 북구갑에서만 유일하게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서병수 전 부산시장(국민의힘)을 꺾고 당선해 압승한 듯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신승(辛勝)한 지역구도 적지 않았다. 사하갑 이성권 의원이 0.8%포인트, 기장 정동만 의원이 4.5%포인트, 북구을 박성훈 의원이 5.1%포인트, 사상 김대식 의원이 5.2%포인트 등 근소한 차이로 당선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실제 북구에서 만난 시민 가운데 보수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현 정부와 여당에 쓴소리를 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부산지하철 1·2호선 덕천역 인근에서 부동산중개 사무실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김모 씨는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대출 규제를 좀 풀어주면 좋겠다. 부산 구도심은 전멸이고, 신도시라도 상가에 가보면 전부 공실이다. 아파트도 거래가 안 되고 아주 싼 것만 겨우 팔리니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고집 세지요. 의료개혁이라는 것도 4월 총선 끝나고 했어야지, 연초부터 드라이브 걸어서 결국 민주당에 180석이나 내주고,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예. 경제를 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남의 말은 안 듣고 고집을 부리면서 뭉개려고 하는 인상을 주니까 문제라예. 한동훈 대표도 법무부 장관 할 때는 야당 상대로 잘 싸우더만, 선거 때 보니까 김경율 같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비대위원 시키는 게 말이 됩니꺼. 야당은 원래 마음에 안 들지만 여당도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마음에 안 들어 죽겠어예.”



    부산 나이는 ‘중년’, 20여 년 뒤엔 ‘환갑’

    부산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들 중에는 부산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꼽는 사람이 많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 부산의 인구 수치와 연령별 구성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국가통계포털 KOSIS 인구상황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으로 부산의 총인구는 326만4616명으로 집계된다. 인천이 304만9340명으로 부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생산연령(15~64세)인구는 전체의 67.2%를 차지하고, 중위연령도 48.7세로 사람으로 치면 한창 일할 나이의 중년인 셈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 2052년 부산의 예상 인구는 약 245만 명, 생산연령인구도 49.1%로 줄어든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3.6%, 중위연령도 60.5세로 오른다.

    권역별 순이동 수치가 높은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동남지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2433명의 순유출자가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49명 늘어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1119명, 30대 814명, 40대 305명 순으로 줄어 젊은 층의 유출이 두드러졌다. 타 시도로의 이동은 서울 2483명, 경기 1254명, 인천 317명, 충남 237명 순이었다. 부산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서”라고 말한 시민들 의견은 일리가 있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1년 넘게 커피숍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정모 씨는 “부산에 몇몇 남아 있던 제조업 회사, 공장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20대뿐 아니라 30~40대도 취직하기가 어렵다”며 최근 분위기를 설명했다.

    “부산 인구는 인천에 역전당한다고 하잖아요. 나이 드신 분들은 부동산 몇 개로 임대료 받으면서 사는데, 젊은 사람들은 취직할 데가 없으니까 부산을 떠나는 거죠. 집값도 해운대 등 좋은 데는 너무 비싸고, 최근에 사직동에 새로 지어진 신축도 가격이 만만치 않고, 싸게 사려면 사상이나 북구로 가야 하는데 그 돈이면 차라리 일자리 있는 경기도로 가는 게 났죠.”

    ‘장사는 잘되는 편이냐’고 묻자 그는 “잘되는 데만 잘된다. 우리같이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은 재미없다. 부산에서도 인스타그램에 광고하는 커피숍, 음식점은 전국에서 손님이 메뚜기 떼처럼 몰려오는데, 수명은 딱 6개월이다. 유행을 너무 탄다. 요즘 부산에서는 가게 수명이 길어야 3~4년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에서 어떤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자영업자들은 대출금리 낮춰주는 게 최고다. 소상공인 지원금도 100만 원, 200만 원씩 줄 때가 있는데, 받으러 가는 게 더 일이다. 바빠서 그런 정보를 한참 뒤에 아는 경우도 많아서 그냥 안 주면 좋겠다. 25만 원 민생지원금? 필요 없다. 싸우지 말고 정치나 잘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를 잡아탔다. 70대 운전기사 임모 씨 역시 부산 경제를 걱정하며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즘 부산의 별명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되물으며 부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 별명이 ‘노인과 바다’랍디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몇 년 뒤에 노인하고 바다밖에 안 남는다고예. 그런 소리 들으면 솔직한 말로 너무 슬퍼예. 부산을 참 사랑하는데 너무 안타깝다 아입니꺼. 애들이 둘인데, 각자 결혼도 하고 애 낳고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우리 같은 노인네들 다 죽고 손주들이 대학 다닐 때쯤 되면 부산도 좀 젊어지고 좋아지지 않을까예?”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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