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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한국정치 대변화

‘휴대전화’가 아날로그 정치 눌렀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본 16대 대선

  • 글: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휴대전화’가 아날로그 정치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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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과정에 지역갈등은 심화되지 않은 반면 이념 갈등이나 세대 차이는 심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세대 차이는 이념 차이를 수반한다.

‘휴대전화’가 아날로그 정치 눌렀다
조선일보는 2002년 초 주요 정치인들의 진보·보수 성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표3 참조). ‘보수-진보 척도’를 종(Y축)으로 하고 정치인의 연령을 횡(X축)으로 했을 때 표시된 점의 위치가 높을수록 진보에 가깝다.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김종필 총재가 꼽힌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이 김근태 의원보다 더 진보적이라거나,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을 매우 진보적인 김근태 의원과 비슷하게 보고 있고 민주당 중진인 한화갑 의원보다도 더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보고 있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문은 정치인들을 연령 순으로 나열한 횡축을 보면 풀린다. 즉 가장 젊은 정동영 의원이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나이가 많은 한화갑, 김중권 의원 등은 이회창 후보나 김종필 총재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16대 대통령선거가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의 3파전이 됐을 경우 나이만으로 본다면 정몽준 후보가 가장 진보적으로, 노무현 후보는 중도적으로, 이회창 후보는 보수적으로 인식됐을 것이다.

게다가 대북 문제를 두고서는 정몽준 후보가 중도보수에 가까웠으므로 3파전에서는 후보자의 연령 면에서나 대북정책 면에서 보수와 진보가 각을 세우는 선거구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가 배제되고 노무현 대 이회창의 2파전이 되자 두 사람의 나이 차는 곧 이념대결이 됐고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가 대결하는 선거구도가 됐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중요한 잣대가 바로 북한에 대한 태도다. 2001년 3월 R&R은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질문했다.

응답자 중 45%가 한미관계, 50%는 남북관계라고 대답했으나 연령별로 응답률이 크게 달랐다. 20대에서는 63%가 남북관계, 35%가 한미관계라고 대답했다. 30대는 52%가 남북관계, 45%가 한미관계라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40대와 50대는 한미관계를 50%, 남북관계를 40%로 대답했다.

대북·대미인식이 세대 갈라

일제시대와 6·25를 경험하면서 외세와 북한으로부터 삶에 많은 영향을 받은 50대 이상의 나이 든 세대와 전쟁을 경험하지 않고 풍요로운 경제 속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 간에는 북한과 미국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다르다.

노무현 후보가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겠다’거나 ‘통일을 위해서는 다른 것은 대충 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나이 든 세대는 불안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북한에 동포의식을 느끼고 미국에 비판적인 젊은 세대들은 노무현 후보의 발언에 공감했다.

더구나 대선기간에 있었던 미국의 북한선박 나포사건이나 대북 강경조치, 또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뒤이은 촛불시위 등에 대해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생각 차이는 너무나 컸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를 내세웠고 민주당은 ‘세대교체’를 내세웠다. 2002년 9월24일 R&R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더 중요시하겠는가? 세대교체를 더 중요시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응답자의 41%는 정권교체를, 다른 50%는 세대교체를 더 중요시하겠다고 대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68%가 정권교체를, 민주당 지지자 중 71%가 세대교체를 우선시했다. 정권교체와 세대교체가 각 후보 지지자들의 중요한 지지이유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사가 실시된 당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44%로, 단일후보로 예상된 노무현 후보의 38%보다 높았음에도 세대교체가 정권교체보다도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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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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