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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태 둘러싼 4대 세력 치열한 수읽기

정부 “상황 봐서” 검찰 “준법투쟁” 재계 “대세 역전” 시민단체 “일전 불사”

  • 글: 이나리 byeme@donga.com

SK 사태 둘러싼 4대 세력 치열한 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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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이 SK에 관심을 갖고 수사를 진행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 2월까지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든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검찰도 큰 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은 첫 번째 개혁대상”이라며 “권력기관의 횡포와 줄서기, 불법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터였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정권 초기면 관행처럼 되풀이돼 온 ‘재벌 손보기’ 작업이다. 개혁을 주창한 YS정권도, DJ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기획된 SK 수사를 정권교체기라는 외부 환경과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다. 실제로 검찰은 SK 외에도 몇몇 그룹을 예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그 효용과 파장에 대해 나름의 저울질을 했던 듯하다. SK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던 2월17일, 검찰 고위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다른 그룹들에 대해서도 변칙 증여나 상속, 부당 내부거래 사실이 있는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는 살펴보는 단계이며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민감한 사안에 있어 ‘이후 수사’에 대한 정보를 미리 흘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표적’ SK와 ‘선혜원 습격사건’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1월 하순경 몇몇 그룹에 대한 검토 결과를 토대로 주 타깃을 정하는 회의가 있었다. 삼성그룹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회의가 끝난 몇 시간 후 SK그룹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이즈음 SK의 불법행위에 대한 결정적 자료가 검찰 손에 쥐어졌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사실 여부를 묻자 이인규 부장은 “황당하다. 아주 무책임한 이야기다. 음해에 가까우며, 그런 회의는 열린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SK에 대한 조사는 1월 말 현대상선의 대북 4000억원 지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그 역시 형사9부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2월4일 현대상선 사건에 대한 수사 유보가 결정되면서 9부는 다시 SK 건으로 눈을 돌렸다. 비슷한 시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강금실 변호사가 차기 법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2월11일, SK에 대한 압수수색 방침이 확정됐다. 이부장이 직접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았다. 김 총장은 “매우 흔쾌히” 압수수색을 허가해 주었다. 같은 달 17일 오전 10시, 30여 명의 수사관들이 서울 서린동 SK그룹 빌딩에 들이닥쳤다. 그 며칠 전 유승렬 전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현직 구조본 임원 몇 명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터였다. 그래서 당시 SK의 관심은 온통 ‘검찰이 최회장을 소환할 것인가’에만 맞춰져 있었다. 압수수색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검찰에 허를 찔린 것이다.



17일 언론은 일제히 검찰의 SK 압수수색 건을 톱 뉴스로 보도하면서, 대체로 ‘새 정부 재벌 개혁의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곁들였다. 사건 당사자인 SK도 충격을 애써 털어내며 수사의 배경과 의도 파악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결론은 달랐다. ‘새 정부는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 취임식을 코앞에 둔 시점에 재벌에 대한 전격적 수사가 이루어진 데 대해 당황 혹은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도 이인규 부장에게 “압수수색이 있던 날 여기저기 연락을 해봤다. 아무도 모르고 있더라.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압수수색이 있은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내정자)은 기자들을 만나 “새 정부와 전혀 상관없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참여연대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일 뿐, (검찰이) 다른 것을 기획해서 하는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사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은 바 없으며, 이는 대통령(당선자)도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17일 압수수색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이때만 해도 SK는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서지만은 않을 생각이었다. 법적으로 따져 아주 승산이 없지는 않다는 나름의 계산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월19일부터는 말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어떠한 항변도, 구명을 위한 적극적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손길승 회장은 한 술 더 떠 “젊은 검사들이 잘하고 있다”는 다소 낯뜨거운 격려의 말까지 덧붙였다. 검찰의 ‘선혜원 습격사건’ 때문이었다.

첫 압수수색이 있은 다음날, 수사팀은 ‘SK글로벌 측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서류를 밖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동처는 평소 연수원 겸 회의 장소로 쓰이던 서울 삼청동 ‘선혜원’. 19일 아침 10시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을 때,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사저였던 ‘선혜원’은 라면상자 100개 분(2.5t 트럭 분량)의 회계장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막 파쇄기로 들어가려다 검찰 손에 넘어간 이 장부들로 인해 최태원 회장은 그룹 지배권 유지에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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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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