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호

가치를 버리고 대세를 따르라

장기투자로 큰돈 버는 법

  • 글: 고승덕 변호사 www.gamiddle.com

    입력2003-03-24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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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치를 버리고 대세를 따르라 불안정성으로 인해 장기투자가 오히려 투기적 성격을 띠는 한국 증시. 추세 읽기에 능하면 장기투자도 두렵지 않다.
    • 5주·10주 이동평균선에 주목하라. 4가지 원칙을 지키면 손실 보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가치를 버리고 대세를 따르라

    룰을 모르면 단기 투자건 장기 투자건 개미들에게는 손실을 가져다줄 뿐이다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 투기라면 위험을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부담하면서 합당한 수익을 노리는 것은 투자다. 도박이 투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주식은 어떤가.

    단기는 투기, 장기는 투자?

    주식투자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은 이 역시 일종의 투기라 할 것이다. 그런 관념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자본조달 시장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물론 주가가 경제 환경이나 기업 사정 변화에 따라 변동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투기적 요소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 위험은 어떤 투자에도 내재된 것이며,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합리적 한도 내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식투자가 투기가 되는 때는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는 부실주를 매수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대박을 노리는 경우다.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는 것을 장기투자라 한다. 주식투자에 관해서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투자고 단기 보유하면 투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주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주가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주식을 장기 보유할수록 불확실한 미래를 믿고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라 분석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가 상대적으로 투기성이 적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장기투자 비중이 높지 않다.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여기서 잠시 투자주체별 거래대금 규모를 따져보자. 개인·기관·외국인의 거래대금을 비교할 때, 개인 투자규모는 기관·외국인을 합한 것의 2배 이상이다. 그리고 이들은 단기투자를 선호한다. 투자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HTS(Home Trading System)의 확산과 함께 지수와 개별 주가의 등락에 관한 일목요연한 정보가 수 초 간격으로 전달되면서 개인 주식 투자는 점점 더 단기화하고 있다. 한편 외국인은 선물의 변동성을 이용한 ‘단타’에 열중하며, 기관은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초단기적 시세 차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한다.



    우리나라에서 단기투자가 성행하는 근본 원인은 투자자보다 시장 자체에 있다. 그 동안 장기투자가 성공적인 투자전략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단기 보유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이 확률상 증명되면 장기투자가 정착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10년 동안 보유하여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낸 종목이 별로 없다.

    증권사들이 근본적으로 단기 투자를 지향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수익률이 아닌 거래대금에 비례한 수수료가 수입의 핵심인 현실에서, 증권사나 그 직원은 위탁받은 약정고를 가능한 자주 회전시켜 수수료 수입을 올려야 생존할 수 있다는 강박 관념을 피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은 수시로 단기 수익률 대회를 열어 단기 투자를 부추긴다. 그 소속 연구원이나 전문가들 또한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저점 매수를 권하며, 수시로 추천 종목이나 낙관적 증시 전망을 양산해 일반 투자자들을 매수로 유인한다.

    주식투자는 장기투자가 기본이고, 장기투자는 펀더멘털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장기투자론이다. 주식투자는 배당과 주가 차익이라는 두 목적이 있다. 우리 증시에서 배당금은 현재 주가가 아니라 액면가에 대한 비율로 결정되며, 배당 투자 수익률이 은행 이자율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는 차익을 주된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수익이 나려면 주가가 올라야 하며, 주가가 오르려면 펀더멘털이 좋아야 할 것이다.

    장기투자론은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이 좋아진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 증시는 대세 상승의 주기가 긴 편이다. 2000년 초에 대세 상승의 고점을 치기까지 30년간 대세 상승이 전개되었다. 장기투자론이 미국에서 확립된 것은 자국 증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증시 현실은 다르다. 대세 파동의 주기를 보면, 시장 전체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 4월 고점 1015를 치고 1992년 8월 459에 이르기까지 3년 4개월간 하락했으며, 다시 1994년 11월 고점 1145까지 2년 3개월간 상승하였다가 대세가 하락하면서 IMF를 겪었다. 1998년 6월 지수 277까지 대세의 바닥을 치고 반등해, 2000년 1월 초 1066까지 상승했다 하락을 시작했다. 2001년 9월11일 미국의 비행기 테러 직후 463까지 하락한 뒤 반등해 2002년 4월 943까지 상승하고, 1년 이상 다시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대세 파동을 분석해보면 대세 때문에 일시적으로 하락 파동 주기가 일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상승 파동과 하락 파동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4년부터 대세 상승의 고점은 점점 낮아지고(1145> 1066>943) 저점은 높아지면서 대세 파동의 축도 지수 700선 부근에서 등락하며 파동을 수렴하고 있다. 대세 파동의 고점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여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펀더멘털을 믿고 장기투자하라는 식의 가치투자론은 올바른 투자이론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장기투자는 경험적으로 수익을 주지 않았다. 또한 펀더멘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일반 투자자가 시차 없이 입수할 수 없다는 기술적 문제도 있다. 증시의 대세 파동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펀더멘털은 증시에 6개월 선행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펀더멘털에 기초한 장기투자로는 돈을 벌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투자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단기투자를 했던 대다수 개인 투자자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 증시를 지탱하는 개인 투자자의 대부분은 생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인데, 주식 매매를 전업으로 하지 않는 투자자는 주가의 단기적 움직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결국 대부분의 투자자가 하고 있는 단기투자 역시 현실적으로는 문제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펀더멘털을 기초로 하는 장기투자론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투자전략은 가능하다. 장기투자는 대세 상승을 노리는 것이다. 대세 상승의 초기에 주식을 보유해 대세가 끝나면 주식을 처분하는 전략을 취하면 된다. 문제는 ‘상승세의 초기’를 포착하는 방법이다.

    시중에는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주가 추세를 분석하면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기술적 분석법(technical analysis)이 여럿 나와 있고, 그 가짓수만큼이나 다양한 투자전략 수립이 가능하지만, 역시 핵심은 추세 분석이다. 이렇게 올바른 투자전략은 주가 자체의 분석을 기초로 해야 한다.

    5주·10주 이동평균선 보기

    주가의 움직임을 랜덤워크(randomwalk)라 보고 예측할 수 없다는 이론도 있으나 주가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움직인다. 주가의 움직임은 파동이고, 파동은 일정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상승할 수도 있고 하락할 수도 있다. 상승의 반대가 하락이고, 하락의 반대가 상승이므로, 파동의 원리는 상승 원리 반대가 하락 원리이고, 하락 원리 반대가 상승 원리가 된다.

    주가 파동은 주가 움직임의 단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월별 움직임을 단위로 하는 월 파동, 주별 움직임을 단위로 하는 주 파동 등은 대세 파동을 분석하는 데 적합하고, 일별 움직임을 단위로 하는 파동이나 분별 움직임을 단위로 하는 파동은 단기나 초단기 파동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대세 분석에는 의미가 없다.

    가치를 버리고 대세를 따르라

    <차트 1>

    월별 주가 움직임을 하나의 막대기로 표시한 월봉을 기초로 하고 일정 월수의 주가를 평균한 선을 연결한 이동평균선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월봉 차트라 한다. 주 파동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낸 것이 주봉 차트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HTS 차트에서 종합주가지수 주봉 차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1년 1월 초부터 3월 초까지의 종합주가지수 주봉 차트는 과 같다. 지수가 2001년에는 등락을 반복하다 2001년 9월 비행기 테러 사건 후 폭락, 다시 2002년 4월까지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에서 막대기(봉) 하나는 한 주의 지수 움직임을 나타낸다. 안이 비어 있는 흰색 봉은 주가가 올랐음을 나타내고, 안이 채워진 검은색 봉은 주가가 내렸음을 나타낸다. 굵은 선은 5주간 지수를 평균한 5주 이동평균선이고, 가는 선은 10주간 지수를 평균한 10주 이동평균선이다.

    대세 분석과 관련해 가장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확률이 높은 기법은 이동평균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동평균선에서 주기가 10인 선(주봉 차트의 경우 10주 이동평균선)은 상승세와 하락세의 분기점을 의미한다. 주가가 10주 이동평균선을 어느 방향으로 돌파하는지에 따라 추세가 전환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하다 봉이 5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간 것은 단기 상승이지만 아직 추세가 상승으로 전환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주봉 차트에서 봉이 5주 이동평균선 위에 있지만 아직 10주 이동평균선 밑에 있을 때는 단기적 상승세, 봉이 두 선 위에 있을 때는 중기적 상승세라고 할 수 있고, 봉이 5주 이동평균선 아래, 그러나 10주 이동평균선 위에 있을 때는 단기적 하락세, 봉이 두 선 밑에 있을 때는 중기적 하락세라 할 수 있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내는 주식 보유 기간을 판단하는 기본 원칙은 종합주가지수가 5주 이동평균선과 10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갈 때 매수하고, 5주 이동평균선을 깨고 아래로 내려갈 때 매도하는 것이다. 5주 이동평균선이 10주 이동평균선 아래 있으면 아직 상승세로 전환되지 않은 것이므로 매수하면 안 된다.

    에 이 원칙을 적용해보면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기간은 A~B, C~D, E~F, G~H다. 원으로 표시한 구간 M과 O는 지수가 5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갔지만 5주 이동평균선이 10주 이동평균선 아래 있으므로 주식을 보유하면 안 되는 기간이다. 지수가 5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갈 때 매도하면 손실이 거의 없다. 구간 N에서는 지수가 5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때 재매수하여 보유하면 된다. 이런 원칙으로 2001년부터 주식을 매매하였다면 손실을 보는 기간도 있지만 E~F 구간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큰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는 종합주가지수 주봉 차트로서 1998년 하반기부터 2000년 말까지다. 같은 원칙으로 주식 보유 기간을 분석한다면 주식 보유 기간은 I~J, K~L, P~Q, R~S, Y~U이다. 대세 상승 기간이 포함된 기간이라 엄청난 수익이 가능하다. 역시 원으로 표시된 X구간은 5주 이동평균선이 10주 이동평균선 아래에 있기 때문에 매매를 보류해야 하는 구간이다.

    종합주가지수 주봉 차트를 분석해 위와 같은 원칙을 지킨다면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반드시 얻게 될 것이다. 오히려 손실을 입기가 어려워진다.

    성공적 투자를 위해서는 주식 보유 기간에 해당되는 기간에는 지수가 5주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깰 때까지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 증시가 상승세에 있다 하더라도 그 기간 중 작은 파동으로 흔들릴 수도 있고, 다른 종목이 더 강하게 상승하는 것처럼 보여 보유 종목을 갈아타고 싶은 충동도 많이 들게 된다. 그러나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을 되풀이하다 보면 증권사에 지불되는 수수료로 수익이 상실되고, 수익이 난 종목을 팔고 다른 종목으로 들어갈 때 새로 들어가는 종목의 고점이 임박해 금방 하락으로 전환되기도 하며, 예상보다 상승세가 약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은 원칙은 간단하여 이해하기 쉽고, 실전 적용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원칙 없이 투자하다 보면 증시의 초단기적 분위기에 휩쓸려 상승 초기에 주식을 처분하기 쉽고 증시가 강한 상승세가 아닌 시기에 무리하게 주식을 사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기 어렵다.

    주도주, ‘추세’로 찾아야

    파동 추세 분석에 의해 주식을 보유할 시기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매수해도 무방하다. 이때 매수할 종목은 시장 주도주. 시장 주도주란 증시의 상승을 선도하는 종목이므로, 시장 주도주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종합주가지수 주봉이 5주 및 10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는 초기에 가장 강하게 오르는 지수 관련 대형주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장 영향력이 가장 커서 삼성전자가 상승을 주도할 확률이 크다. 외국인이나 기관, 그리고 ‘큰손’이라고 부르는 거액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주목한다.

    시장이 상승세라 할 때 상승세의 질은 삼성전자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거나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그런 종목이 아닌 다른 대형주가 시장을 선도할 때는 상승세의 질이 불량하여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외에 그때그때 증시 환경에 따라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나타난다. 시대의 유행을 타듯 기술주가 주도하는 장세, 금융주가 주도하는 장세 등 여러 가지가 가능하므로 감을 버리고 실제 그 국면에서 주도하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 시장 주도주는 시장 전체 상승률인 종합주가지수보다도 강하게 상승하므로 수익률이 크다.

    시장 주도주는 지수와 같이 움직이고 시장 주도주가 꺾이면 시장도 꺾이기 쉬우므로 지수와 시장 주도주의 추세는 함께 관찰하여야 한다.

    ‘시세는 시장에 물어보라’는 증시 격언처럼 주가는 시장이 결정한다. 가치투자론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시장의 추세를 무시하고 한 종목에 집착해 종목 선택의 탄력성을 상실하게 된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차라리 가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추세에 중점을 두는 것이 낫다.

    일반 투자자에게 엉터리 종목이 호재나 성장 가치를 가진 것처럼 매수 추천하여 미리 매집한 물량을 처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도 주의를 요하는 일이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가치투자론에 집착하는 일반 투자자들은 여기에 속게 되어 있다. 시장과 무관하게 급등하는 종목은 십중팔구 작전주라 보아도 무리가 없다.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는 대주주, 증권전문가 등의 주가조작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장기투자는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대세에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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