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기의 라이벌

칼스버그 vs 하이네켄

유럽 전통 ‘맥주 名家’

  • 장관석 |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jks@donga.com

칼스버그 vs 하이네켄

3/3
하이네켄은 물, 맥아, 홉, A-이스트만으로 만든다. 제조에 사용되는 물은 아주 깨끗해야 하며 양조장에 도착하면 두 번에 걸쳐 정화한다. 낱알 크기가 가장 굵고(직경 2.5mm)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낮은 두줄보리를 쓴다.

하이네켄 맥주 한 병을 만드는 데는 대략 8주가 걸린다. 하루 동안의 양조 과정과 일주일간의 맥아 단계를 거치며 7일간 발효시킨다. 이후 6주 동안 양조액을 숙성시킨 다음 2시간에 걸쳐 병에 담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하이네켄 중앙연구소는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양조장에서 샘플을 수거한 뒤 맛을 점검한다. 1869년 제라드 하이네켄이 하면발효 방식을 도입한 이후 라거 맥주의 알코올 비율을 5%로 유지한 것이 어느덧 모든 맥주 알코올 비율의 표준이 됐다. 하이네켄 관계자는 “저온에서 알코올을 생성하면서 알코올의 비율이 높고 독특한 맛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스버그의 제이콥 크리스찬 야곱슨도 맥주 개발에 과학을 도입했다. 그는 맥주 품질 향상을 위해 칼스버그 연구소를 설립하고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 교수를 고용했다. 한센 교수는 여기서 세계 최초로 품질이 일정한 ‘순수 효모 배양법’을 개발하고 실용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맥주 생산과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질을 방지할 수 있었고 이는 칼스버그가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는 도약대가 된다. 칼스버그는 순수 효모 발견을 기념해 이 효모에 ‘사카로마이세스 칼스 베르겐시스(Sacahromyces Carlsbergensis)’라는 이름을 붙였다. 맥주를 만드는 효모 이름에 ‘칼스버그’가 들어간 것이다.

놀라운 점은 칼스버그가 라거 계열 맥주를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이 효모 배양법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를 다른 맥주 회사들에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맥주 대중화에 기여하고 맥주 산업화를 앞당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떤 라거 맥주를 마시더라도 그 안에는 칼스버그의 열정과 기술이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칼스버그 연구소 과학자 100여 명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맛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성과 중 하나는 ‘눌 록스(Null Lox)’라는 새로운 보리 품종을 개발한 것. 이 품종은 더 좋은 거품을 만들고 맥주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불꽃 튀는 ‘축구 마케팅’

칼스버그와 하이네켄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칼스버그는 도전을 추구하며 사람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한 걸음 나아가 옳은 일을 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 창업자가 모험을 통해 새로운 라거 맥주를 생산했듯, 위기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낭만적 인간상을 믿는다. 하이네켄은 ‘자신감 있는’ ‘세련된’ ‘열정과 열린 마인드’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의 상징으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이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다양한 마케팅과 사회활동에서 드러난다. 박애주의 정신에 입각해 창립한 칼스버그 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부터 과학, 문화, 예술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이네켄도 영화 ‘007’ 시리즈와 댄스뮤직 페스티벌 후원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축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맞닥뜨린다. 칼스버그는 축구에 가장 헌신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칼스버그는 지구촌의 축구 축제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축구대회를 20년 넘도록 공식 후원하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요르겐 불 라스무센이 “축구에 대한 우리의 충성과 열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공언할 정도다.

칼스버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명문 클럽인 리버풀과 1992년부터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해 2010년까지 최장수 후원기업으로 활동했고, 2011년부터는 아스날의 공식 맥주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칼스버그는 1990년 홍콩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구정(舊正) 축구대회 스폰서 자리를 꿰찬 뒤 이름을 아예 ‘칼스버그컵’으로 바꿔버렸다.

신흥시장 공략으로 반전 노려

하이네켄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1억5000만 명 이상이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공식 파트너로 나섰다. 2010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라이벌이 마주할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맥주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두 업체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은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칼스버그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매출이 인지도에 미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CEO 요르겐 불 라스무센은 “브랜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넓히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15.8L로 세계 4위인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술 소비량을 줄이자는 ‘술과의 전쟁’에 들어간 것도 칼스버그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칼스버그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이네켄도 지난해 연간 매출액 상승률이 3.9%로 시장 전망치 4.4%보다 낮았다. 하이네켄은 최대 매출을 올리는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아시아 합작회사에 45억 달러를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두 회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맥주 본연의 맛 하나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혁신의 추구는 누구도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 두 회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신동아 2013년 4월호

3/3
장관석 |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jks@donga.com
목록 닫기

칼스버그 vs 하이네켄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