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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생존투쟁 공주 농민들 “녹조라테라도 좋으니 농수가 절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르포] 생존투쟁 공주 농민들 “녹조라테라도 좋으니 농수가 절실”

  • ● 공주보 개방 후 지하수위 2m가량 낮아져
    ● 수막재배로 물 사용 많은 비닐하우스 농가 직격탄
    ● 공주 원예농업 대표상품 오이 수확량 20~30% ↓
    ● 관정도 결국 지하수 파 쓰는 것
    ● 이미 농가 피해 속출하는데 정부는 무성의
    ● “해체 말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해달라”


3월 8일 공주시 우성면 농민 오석주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수확 중인 오이를 살피고 있다. 물이 부족해 오이가 말라 있다. [박해윤 기자]

3월 8일 공주시 우성면 농민 오석주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수확 중인 오이를 살피고 있다. 물이 부족해 오이가 말라 있다. [박해윤 기자]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공주시 우성면의 비닐하우스를 찾은 3월 8일. 한숨 끝에 말을 꺼낸 오석주(48) 씨의 표정이 어둡다. 오씨는 21년째 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우성면 토박이로 고향에서 시설원예작목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도 올해 농사는 유난히 낯설고 힘들다. 오씨는 “작황이 시원찮다”며 기자에게 오이를 건넨다. 오이에 대해선 먹어본 게 전부인 기자가 봐도 씨알이 작다. 오씨 농가만의 사정이 아니다. 작목회 소속 101개 농가 대부분 수확량이 예년보다 20~30% 줄었다. 

2017년 기준 공주시 인구는 10만8432명. 그 중 22%인 2만3818명이 농업인이다(가구 수 기준 전체 4만9393호 중 농가는 20%인 9740호). 이 중 우성면은 공주 내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오이, 토마토, 멜론 등 하우스 농가가 많다. 특히 오이는 공주 원예농업의 대표 상품이다. 시설 재배 작물 중 재배면적(165ha)과 생산량(8734t) 기준 1위다. 농가 수(304호)와 소득액(52억 원)으로 따져도 2위에 해당한다. 공주시청도 우성·이인·탄천면의 오이를 특산물의 하나로 소개한다. 

이런 오이 작황이 예년 같지 않은 까닭은 물이 부족해서다. “등산 갈 때 오이들 챙겨 가잖아요? 오이는 곧 물이에요. 특히나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입니다.” 모든 작물 농사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오이처럼 비닐하우스 재배, 특히 수막 재배로 기르는 작물은 그 중요성이 더하다.




“물 없어서 농사 망쳤더니…”

3월 8일 공주보 철거 반대투쟁위가 공주문예회관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시민들이 보 철거 반대 서명을 하고 있다.

3월 8일 공주보 철거 반대투쟁위가 공주문예회관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시민들이 보 철거 반대 서명을 하고 있다.

수막 재배는 말 그대로 추운 겨울 비닐하우스에 수막을 치는 농법이다. 하우스 외벽은 세 겹의 비닐로 구성된다. 그중 바깥에서 첫째와 둘째 비닐 막 사이에 13~15℃ 물을 뿌려 외기를 차단한다. 오이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듯 10∼12℃ 이하서 생육이 억제되고 0∼2℃ 정도면 얼어 죽는, 내한성이 약한 작물이다. 기름보일러도 함께 틀지만 수막 덕에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작물에 직접 뿌리는 관수 외에 온도 유지로만 하우스 1동 기준 하룻밤 새 100t의 물이 필요하다. 

“지난해 공주보 개방 후부터 지하수위가 낮아져 물이 없어요.” 

오씨는 일대 비닐하우스 농가 모두 농수 부족에 허덕인다고 말한다. 그는 “가뭄도 원인일 수 있어요. 하지만 1년 새 이토록 지하수가 급격히 말랐습니다. 예년과 다른 점은 공주보를 연 것뿐”이라고 귀띔했다. 

오씨를 따라 밖으로 나오니 하우스 강선활대 옆에 속이 빈 쇠막대가 비쭉 튀어나와 있다. 이곳을 통해 농사에 쓰는 지하수위를 확인할 수 있단다. 긴 쇠자를 찔러 넣어도 끄트머리가 뽀송뽀송하다. “올해 들어선 5m는 들어가야 지하수에 닿습니다.” 실제 4m 90cm가량 깊이로 쇠자를 넣었다 꺼내자 그제야 물이 묻어난다. 작년까지 지표면에서 3m 정도면 닿던 지하수위가 2m 가까이 낳아진 것이다. 지하수가 없다면 끌어다 쓰면 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얼마 전 환경부 공무원들이 와서 그럽디다. 근처가 산인데 거기 물은 못 쓰냐고.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거죠.” 

며칠 전 오씨의 비닐하우스를 방문한 공무원은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과 4대강 조사평가단 금강 현장대응팀 공무원 각각 1명. 이 지역 지하수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확인하러 왔단다. 

“그런 조사는 보 개방 전에 미리 했어야죠. 물 없어서 농사 망쳤더니 이제야 오는 건 앞뒤가 바뀐 처사 아닌가요.” 

겨울철 수막 재배에 쓰는 물의 온도는 일정해야 한다. 벼농사처럼 먼 곳의 물을 농수로로 끌어다 쓸 수 없는 이유다. 추운 날씨로 물이 차갑게 식으면 보온 효과가 없다. 그러니 계절 상관없이 일정한 수온이 유지되는 지하수가 필요한 것이다. 

지하수위가 낮아져 농수 부족을 호소하는 농민들에게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추가 관정 시공을 약속하기도 했다. 

“관정도 결국 지하수 파 쓰는 거 아닙니까. 정부 말처럼 대형 관정을 파면 주변 소형 관정들은 모두 물이 말라요.” 

인근 농가의 관정은 말라가지만 이웃에 피해 갈까 새로 관정도 못 파는 상황.


“우리는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젠데…”

오씨가 말을 이었다. 

“환경단체 말처럼 깨끗한 물도 중요해요. 내가 수질오염 전문가는 아니니까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당장 보를 열면 농사에 쓸 물이 없잖습니까. 근데 이제 보를 아예 부순다니까 납득할 수 없죠.” 

오씨의 말은 시종 농사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환경단체, 공주보 개방 및 해체를 결정한 정부에 대해서도 원색적 비난은 하지 않는다. “나름 뜻이 있겠죠.” 점잖게 말을 이어가던 그가 담배를 한 개비 물고 다시 한숨을 쉰다. “우리는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젠데….” 

공주보 철거 반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3월 8일 오후 2시부터 공주문예회관에서 개최한 강연회. 행사에는 최창석 투쟁위 위원장을 비롯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이창선 공주시의회 부의장, 이맹석 공주시의원, 김경수 공주시의원(이상 자유한국당) 등 정치인의 모습이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불참했다. 공주시에서도 김정섭 시장(더불어민주당) 대신 경제도시국장 박승구 서기관이 참석했다. 

강연에 앞서 기자와 만난 김경수 시의원은 “지금 농민들은 녹조라테라도 좋으니 농수가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유구읍은 콩밭 3만 평을 제대로 수확 못 할 정도로 가물었다. 관정을 파 지하수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 대부분은 일반 시민들. 628석 규모인 좌석이 가득 찼다. 회관 관계자는 “지금 350~400명 정도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로 객석이 꽉 찬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창석 위원장은 “주민이 많이 참여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 해체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초청했지만 불참해 아쉽다”고 자평했다. 

1부 순서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강의 전부터 장내 분위기가 심상찮다. 투쟁위 서명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 시민이 “왜 공주보부터 해체하냐. 그럴 거면 댐도 다 해체해라” 혹은 “충청도가 우스우냐”며 언성을 높였다. 공주시 신관동에서 부녀회장, 노인회장을 지낸 한 주민도 “농사 문제는 물론 공주보 해체하면 관광에도 타격이 크다. 작년에도 축제하는데 배 띄우네 마네 해서 난리였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교수가 ‘금강보의 환경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란 주제로 진행한 강의 중에도 객석에서 연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보 개방이 오히려 강 환경을 악화시키고 수량 부족한 금강에 보가 필수라는 것이 박 교수의 논지(82쪽 참조). 특히 농업·공업용수로서 가치를 강조한다. 박 교수가 보 개방과 해체 결정을 두고 “4대강 녹조는 거짓말” 혹은 “문재인 정권의 반문명적 처사”라고 말할 때 마다 “옳소” 하는 추임새와 함께 청중이 들썩였다. 

질의응답으로 이뤄진 2부에도 주민 반응이 뜨겁기는 마찬가지.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은 물론 당사자가 보 개방으로 본 피해 사례를 공유한다. 패널 중 한 명인 노상호 공주시 수상스키협회 회장은 “수위가 낮아져 수상레저는 물론 어로 활동도 큰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도 피해가 컸는데 겨우 수량이 확보돼 숨통이 트인 지 얼마 안 있어 보가 개방돼 피해가 크다는 후문이다. 농업용수 문제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분야의 피해에 청중도 공감을 표했다. 

공주시모범운전자회원인 택시운전사 김모(57) 씨는 “공주보 공도교를 못 쓰면 우성면 주민들은 시내까지 가는 데 20분 이상 더 소요된다. 지금도 매일 교통량이 상당하다. 택시 영업 측면에서도 불편이 생길 게 뻔하다”며 “정부에서 보 철거 후 위 다리는 쓸 수 있게 한다는데 안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벼농사를 짓는 임모(70) 씨도 농사 피해를 걱정하며 “막무가내식 해체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제보 닫아 공주보 수위 유지”

3월 8일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사업소 앞에 붙은 보 철거 반대 현수막. [박해윤 기자]

3월 8일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사업소 앞에 붙은 보 철거 반대 현수막. [박해윤 기자]

금강은 공산성을 왼편에 두고 흐르다 ‘금강교’와 ‘백제 큰 다리’를 지나 이내 급히 굽이친다. 시내를 관통하는 형국이다. 강물은 고미나루솔밭을 지나 드디어 공주보에 닿는다. 강물 흐름을 기준으로 공주보의 좌안이 웅진동이고 우안은 우성면 평목리다. 공주 원도심과 등을 맞대고 국립공주박물관, 종합운동장, 도서관 등이 밀집한 웅진동과 달리 평목리는 강변 따라 비닐하우스와 인가가 드문드문 있는 농촌이다. 기자가 공주보를 찾았을 때도 보 상판의 공도교를 따라 차들이 분주히 오갔다. 

공주보는 길이 280m 높이 7m의 다기능 보다. 수문은 승강식과 전도식 각각 3개씩 총 6개다. 일부 고정된 구간도 있다. 1500kW 규모 소수력발전기 2대도 설치돼 있다. 봉황을 본떠 설계했다는 보 상단의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강 건너 백제 무령왕릉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한때 야간에는 보에 조명을 켜 야경이 볼만했다지만 인근 주민에 따르면 보 개방 후 해체 얘기가 나오며 불을 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완전 개방된 보로 강물이 천천히 흐른다. 바닥이 드러났을 거란 예상과 달리 물이 제법 차 있었다. 

“물론 공주보는 100% 개방됐죠. 그나마 하류인 부여의 백제보를 닫아놓아서 이 정도 수위라도 유지되는 겁니다. 물이 8~9m 정도는 차 있어야 상류 쪽에도 물이 확보되는데 부족한 실정이에요.” 

동행한 윤응진(54) 씨가 입을 연다. 윤씨는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이장으로 투쟁위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으로 금강에 접한 평목리는 공주 내에서도 보 개방 및 해체와 가장 밀접히 연관된 지역 중 하나다. 정부의 보 해체 방침이 발표된 후 이장인 윤씨가 ‘총대를 멘’ 이유기도 하다. 

윤 이장은 보 상판을 지나는 차들을 가리키며 가장 먼저 교통 문제를 짚는다. 

“공주보는 우성면 입장에서는 중요한 도로이기도 합니다. 보가 생기기 전에 강 건너 도심으로 가려면 국도로 크게 우회해서 공주생명과학고 사거리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보다 20분 이상 더 걸렸죠.” 

도심에는 공주의료원과 경찰서, 소방서 등 주요 기관이 밀집돼 있다. 우성면에서 112나 119 신고를 하면 당연히 공주보 공도교로 출동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2월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도로는 유지하는 부분해체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윤 이장이 말했다. “보 구조물 일부는 철거하고 상판만 남긴다는 것인데 안전 문제도 걱정입니다.” 

수량이 충분치 않아 육안으로 강물의 흐름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잔잔한 수면이 윤 이장은 답답하기만 하다. 공주보 해체로 빚어진 강 수위 저하는 비단 농업용수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윤 이장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은 관광산업이 위축될 것도 우려했다. 금강은 공주 농업의 젖줄인 동시에 관광의 동맥이기도 하다. “백제문화제가 열리면 관광객이 많이 옵니다. 그때 강물이 충분치 않으면 행사에 큰 지장이 생겨요.” 

백제문화제는 1955년 부여군에서 처음 시작한 후 1966년부터 공주와 부여가 동시 개최하는 백제문화권 최대 축제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아울러 콘텐츠도 탄탄하다. 특히 공주서 열리는 축제 프로그램 중 유명한 것이 ‘백제등불향연’. 무령왕 승전식을 재연하고 황포돛배와 연등을 금강에 띄워 장관을 연출한다. 

“작년 9월 축제 때도 보 개방 때문에 수위가 낮아서 걱정이 많았어요.” 

공산성부터 공주보 일대까지 금강이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되는 백제문화제도 수위가 확보되지 않으면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

“강은 물이 있어야 진짜 강 아닌가요.”


“동리 회의도 이렇게는 안 한다”

3월 8일 윤응진 이장이 공주보를 배경으로 ‘신동아’에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3월 8일 윤응진 이장이 공주보를 배경으로 ‘신동아’에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윤응진 이장과 1시간여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그가 사무실로 쓰는 작은 건물. 당장 이곳도 4대강 사업 이전 홍수가 잦을 때는 사람이 못 사는 땅이었다. 윤 이장은 오랫동안 오이 농사를 짓다가 최근에는 벼농사와 운송업을 겸하고 있다. 사무실이라지만 방 두 칸에 화장실이 딸린 소박한 단층 건물이다. 테이블 위에 서류더미가 가득하다. 전부 투쟁위 업무와 관련된 문서다. 기자를 자리로 청하며 인터뷰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윤 이장의 휴대전화가 쉴 틈 없이 울린다. 강연회 후 대책을 논의하는 관계자들의 전화다. 

- 반대투쟁위 결성 배경과 현재 활동상은. 

“내가 공주보 해체 결정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이 2월 21일이에요. 22일 환경부의 발표를 하루 앞두고 기자들 통해서야 알았습니다. 주민과 제대로 된 상의도 없이 결정한 것에 화가 나 22일 바로 보 해체에 반대하는 현수막 넉 장을 처음으로 내걸었죠. 공주보 처리 민관협의체에 민간위원으로 들어간 주민들이 중심이 돼 활동 중입니다. 나는 현안 마을 주민이자 이장으로 사무차장을 맡았고요.” 

- 공주보 해체 결정 과정에 주민 동의가 없었나. 

“가장 어처구니없는 점입니다. 민관협의체 첫 회의가 작년 11월 30일 열리긴 했죠. 근데 민간위원 13명 중 주민은 1명뿐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주민 대표가 자기 혼자인 것에 항의해 발전협의회 위주로 5명이 추천된 것으로 압니다. 1월 24일 2차 회의에 지역민들이 몰려가 항의했습니다. 2월 26일 3차 회의 일정은 나흘 전인 22일 오전에 유선 통보로 급하게 전해 들었고요. 심지어 회의 공문은 전날 도착했습니다. 동리(洞里) 회의도 이렇게는 안 하지 않습니까.” 

투쟁위는 공주보 개방에 이은 해체까지 주민 의사가 ‘한 톨’도 반영 안 된 점에 분개한다. 민관협의체 1·2차 회의록은 한 페이지 분량밖에 안 될 정도로 부실하다. 2017년 부분 개방에 이어 2018년 공주보 완전 개방 후에도 윤 이장은 “나랏일이니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단다. 이미 지하수위 저하 등 농가 피해가 속출했다. 주민을 배제한 의사결정, 졸속 회의 등 정부의 성의 없는 태도에 민심은 결국 폭발했다. 

1월 24일. 민관협의체 2차 회의장을 항의 방문한 주민은 50여 명(협의체 추산 30여 명). 윤 이장 등 주민 민간위원들이 회의를 보이콧한 2월 26일에는 500여 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언론사마다 다르던데 500에서 1000명 정도로 보더라고요. 우리도 ‘그럼 중간 정도 보면 되지 않냐, 이 정도면 성공이다’ 자평했어요.” 

- 정부도 관정 통한 농수 확보 등 대안을 내놨다. 

“안 그래도 2~3일 전부터 환경부 금강유역청 직원들이 피해 본 하우스 농가를 일대일 방문하고 있다 합디다. 진짜 농사에 지하수가 필요한지 여부와 대안에 대해 묻는 것 같아요. 이제 와서 조사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 아닌가요. 관정만 대책 없이 팠다간 지하수가 고갈됩니다. 일단 금강 수위를 유지해 지하수가 고이게끔 하는 게 우선이에요.” 

하지만 공주 주민 중에도 보 개방 및 철거에 찬성하는 이도 분명 있다. 환경단체가 주축이다. 실제 보 해체 후 농가 피해를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병우 공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공주보는 농업용수와 관계없다”고 단언했다. 공주시농민회는 지난 2월부터 지속적으로 보 해체에 찬성 입장을 보인 단체다.


“다리 남겨준다는 데 왜 데모하나”

다시 윤 이장에게 물었다. 

- 이장들이 주민 동원한다는 말도 있는데. 

“물론 이·통장협의회에서 지역 주민들 중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긴 합니다. 투쟁위 준비하면서 현수막 내걸고 있는데 정진석 의원도 큰 현수막을 걸었더라고요. 타이밍이 묘하게 맞았죠. ‘정진석 의원이 시키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아닙니다. 주민이 필요하면 시의원, 도의원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럼 찬성하는 지역 환경단체는 어떤 곳인가. 이로 인해 지역 내 갈등은. 

“그 사람들도 분명 공주 주민으로 압니다. 속한 단체 성격 따라 주장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직 지역 내 갈등이 심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 단체들은 주민 지지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주민 절대 다수는 보 해체에 반대하니까요.” 

보 해체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자 마을 노인들은 윤 이장에게 “그 사람들은 대체 누구냐. 멀쩡히 잘 쓰는 보를 왜 부수느냐”고 했단다. 정부가 보는 철거하되 상판의 공도교는 유지한다고 나서자 “평목리는 다리 남겨준다는 데 왜 데모하냐”고 묻는 인근 주민도 있다. 하지만 윤 이장은 이번 일이 평목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령 지하수 문제에 마을 경계가 어딨습니까. 평목리뿐 아니라 기산리, 쌍신동도 심각해요. 공동 대응이 필요합니다.” 

윤 이장은 인터뷰 내내 흥분하지 않았다. 과격한 주장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부 측에 “꼭 좀 전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보 수문을 항상 닫고 있으란 말이 아니에요. 다만 해체하지 말고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겁니다. 여름 장마철에는 개방하고 갈수기에는 닫아서 수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럼 농수 확보와 함께 홍수 대비도 되겠죠. 금강을 백제문화제가 열릴 때 관광자원으로도 계속 활용할 수 있고요. 이렇게 장기적으로 운영해본 후 최종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 해체’ 발표에 호남·영남 민심도 폭발 직전
“억장 무너져…자다가 느닷없이 얻어맞아”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3월 13일 전남 나주시민회관에서 ‘죽산보 문제, 올바른 해결방안은?’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3월 13일 전남 나주시민회관에서 ‘죽산보 문제, 올바른 해결방안은?’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한편, 금강을 제외한 4대강(영산강·낙동강·한강) 인근 주민들도 환경부의 보 처리방안 발표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산강 죽산보 인근 농민들은 정부 발표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욱 전라남도 나주시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기획위)의 발표를 들은 후 “억장이 무너진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국장은 “정부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적어도 설명회나 공청회를 하고 그다음에 보 해체 발표를 해야지 자다가 느닷없이 얻어맞는 식으로 하면 안 되잖나”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 발표를 계기로 나주 농민들의 민심이 돌아섰다고 한다. 김 국장은 “정부와 민주당에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며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의 보를 해체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2월 22일 보도자료에서 영산강 승천보는 상시 개방하고 죽산보는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죽산보는 수질 개선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김 국장은 “(수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주 시민들이 오폐수나 생활 세제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든지, 농민들이 비료나 농약을 적게 쓴다든지 그런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강물이) 더럽다고 해서 죽산보를 치우고 없애버리는 게 해결책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승천보나 죽산보는 가뭄을 대비해서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하자는 취지로 세워졌다”며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를 어떻게 할 건지 대책을 세워놓고 죽산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 측은 “보 처리방안의 최종 결정권은 오는 6월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위 수리·수문분과위원장인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2월 22일 YTN 라디오에 나와 “기획위의 결정이 이후에 번복될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 국장은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물에 대해서 절박함을 모른다”고 말했다. “영산강변에 농경지를 갖고 있는 농민들은 지금도 물이 부족해서 걱정이 많다”며 “강물이 바닥나면 인근 지역 농민들은 여름에 농사짓지 말라는 겁니까?”라고 항변했다. 

환경부는 아직 한강과 낙동강의 보 처리방안에 대해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금강과 영산강과 같은 체계에 따라 조사·평가해서 연내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향후 공주보와 마찬가지로 검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동강 상주보 인근 농민들도 기획위의 발표를 두고 원성이 높았다고 한다. 고필호 경상북도 상주시 농업회 사무국장은 “중앙정부에서 (상주보 철거를 두고) 소문만 무성하게 내서 농민들의 반발만 생기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보를 철거하고 철거하지 않고를 떠나서 환경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준설 당시 책임자는 아니지만 환경영향 평가하던 직원 중 일부는 그 자리에 있을 거 아니에요. 그 당시에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보를 다 준설해놓고 정권 바뀌니까 이제 와서 잘못됐다 하는 거잖아요. 그럼 책임져야 할 거 아니에요. 수장인 환경부 장관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해야죠.”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1월 4대강 사업 보 공사를 시작해 2011년 3월에 준설을 마쳤다. 당시 환경부의 수장은 이만의 전 장관이었다. 현직은 지난 1월 24일 임명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다. 

고 국장은 “상주보 해체에 찬성하지만 무조건 없애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를 설치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냈기에 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농민들이 농사짓는 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농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대책을 세워놓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보 철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보 안에 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는 3월 12일 오전 9시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한강 신곡수중보를 방문했다. 보 수문은 닫혀 있었지만 틈 사이로 강물이 찰랑거리며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오리 4마리가 강물에 머리를 담그기도 하며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칼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 코끝은 빨개졌지만 흐르는 강물에서 노니는 오리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신동아 2019년 4월호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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